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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8 혼자 책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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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명을 질렀다. 또 질렀다. 차를 세우고 계속 비명을 질렀다. 목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마틴(유치원에 가기 전인 아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내 뒤에 그냥 앉아 있었다. 아마 끔찍하게 무서웠을 것이다. p. 26


  
▲  혼자 책 읽는 시간 / 니나 상코비치/김병화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 웅진지식하우스 


책을 왜 읽는가? 많은 사람들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오늘도 책장을 펼친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인 니나 상코비치는 약간 다른 이유로 책을 펼친다.

.... 아버지의 뺨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몸을 앞뒤로 흔드는 바람에 팔을 잡고 있던 나타샤도 함께 움직였다. "하룻밤에 셋." 그는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룻밤에 셋." 중얼거림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p. 27

후에 아버지의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하룻밤에 셋"은 2차대전 당시 아버지의 형제들이 단 하룻밤에 세 명이 살해당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언니의 죽음을 보고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 난 것이었다.

저자(니나)의 언니 앤 마리가 46살의 나이에 암으로 죽는다. 언니는 지은이에겐 각별한 존재였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영특했던 언니를 지은이는 어릴 때부터 질투와 시샘을 했다. 허나 어린 시절 자신이 그토록 괴롭혔는데도 언니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고 버스를 잘못 타서 위험에 처할 뻔 자신을 구해주었다. 언니에 대한 니나의 애정은 각별했다. 니나도 언니를 좋아했고 언니도 니나를 좋아했다. 하물며 니나의 아이들 4명, 즉 조카들까지도 사랑했다.

이런 언니가 젊은 나이에 암으로 죽었으니 니나 가족의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앤 마리(언니)를 잊기 위해,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이라는 것의 불공평함에 대한 분노를 잊기 위해 니나는 노력했다. 하지만 잠도 오지 않았고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 보아도 앤 마리를 잊지 못했다. 그런데 400페이지에 이르는 <드라큘라>를 하루에 다 읽고는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니나는 365일 동안 365권의 책을 읽기로 한다. 자신의 생일날부터, 하루에 한권씩 읽고 다음날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로 한다. 주부이지만 책 읽을 시간이 그리 풍족하지 않다. 집안일에, 신랑과 함께 한명도 아닌 네 아들에 대한 챙김에, 식사에,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니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 행동으로 옮긴다.

물론 이러한 도전을 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통한 확신이 있어서였다.

'오랫동안 책은 내게 다른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의 슬픔과 기쁨과 단조로움과 좌절감을 어떻게 다루는지 내다보는 창문이 되어주었다.' -p.47

그리고 니나는 "나는 왜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답을 찾게 된다.

니나는 1년 동안 다양한 책들을 읽게 된다. 자신이 직접 구매하고 대출 받은 책들도 있지만 추천을 받은, 선물 받은 책들도 있다. 자신의 사이트가 알려지며 전 세계에서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고 각 나라에서 자신이 읽어서 좋았던 책들을 추천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게 된다. 같은 책을 읽고 메일을 통해 친구가 된 사람도 있는 반면 추천 받은 책에 대해 혹평을 해 연락이 끊긴 친구도 생기게 된다.(니나는 여기서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소개받은 책에 대해서 말할 땐 소개해준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자에 앉아 세계여행도 하고 남의 사랑 이야기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며 여름마다 추리소설을 읽었던 기억들도 하고 아버지의 글을 보며 2차 대전의 끔찍함을 떠올리기도 한다. 니나는 책을 읽으며 현실을 도피하고자 했던 마음도 있었다. 허나 그녀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게 되고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말은 살아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 시릴 코널리 '조용하지 않은 무덤(The Uniquiet Grave)'

니나는 많은 책을 접하며 많은 문장을 접하며, 많은 삶을 접하며 괴로웠던 기억을 추스를 수 있게 된다.

"행복을 찾지 마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다." p. 100

영혼과 정신이 담긴 책을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되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주면 세 배로 부유해진다. p. 135

"내게는 상관있어, 제퍼슨.....넌 내게는 중요한 사람이야." 이 말이 사랑의 핵심이다. p 163. 

섹스는 결혼을 유지해 주는 여러 가지 끈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매우 좋은 끈이기는 하다. p. 196

<친절함에 관하여>에서 저자는 "친절한 행위는 우리가 약하고 의존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 이상의 방법이 없는 존재임을 지극히 분명하게 증명한다." p.252

"친절하라. 네가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까." -플라톤 p. 256

나의 행동 중지 기간은 지나갔고 내 영혼과 몸은 치유되었지만, 그 보랏빛 의자는 그리 오래 비어 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많고 찾아야 할 행복이 너무나 많으며, 드러내야 할 경이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p. 281

니나는 이제 행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니나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호기심이 분명 일 것이다. 책 뒤에 부록으로 읽었던 책의 목록이 나와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 모두 출간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니나는 하루에 한권씩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선 꼭 서평을 쓰며 어른들에게도 독서의 중요함을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지식을 위한 독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독서, 나만의 성장을 위한 독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단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독서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만 독서를 권하는 세상이 아니라 어른들 먼저 독서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신문과 뉴스를 보고 또 보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사회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신문과 뉴스는 세상사의 본질에 대한 보도가 아니라 피상적인 현상과 결과에 대한 보도에 그치기 때문이다...인문학 도서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알맹이를 보여준다."
-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김병완 지음/북씽크.

책을 펼치자.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대해 누가 올린 댓글에 이 사람 욕하고 저 사람 욕하며 살지 말자. 그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다.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이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주관대로 자신의 신념으로 살아야 한다.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듣고 진실이라고 믿으며, 라디오에서 말하는 것만 듣고 세상을 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 어떤 사건이라도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노예의 삶이 아니라 주인의 삶이 되어야 한다. 국민이 깨어 있으면 그 누구라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지금의 세상이 바로 국민이 깨어있어야 할 때다.

"지금 당장 책을 펼치자!"

혼자 책 읽는 시간 - 10점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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