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이야기입니다. 딸아이는 오전에는 학교 돌봄교실에 갑니다. 1시쯤 귀가하여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1시 50분쯤에 태권도 학원에 갑니다. 요즘은 태극 2장을 배운다며 신나합니다. 태권도를 마치고 집에 오면 3시 15분 쯤 됩니다.
저의 역할은 아침에 딸아이를 학교에 태워다 주는 것과 학교 마치고 집에 다시 태워오는 것, 그리고 점심밥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애엄마가 없으면 딸아이와 아빠는 둘만이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습니다. 엄마는 건강을 생각하느라 음식을 아무거나 쉽게 해 주지 않습니다. 꼭 채소를 먹으라고 하지요. 하지만 아빠만 있을 때는 딸아이는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말합니다.
"아빠, 참치밥 먹고 싶어."
참치밥은 참치 한캔에 적당량의 밥을 넣고 마요네즈로 비빈 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참치김밥속에 들어가는 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내는 기겁을 합니다. 해서 엄마가 있을 때는 우리는 참치밥을 먹지 못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없을 때는 가능하지요.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왠만한 요리를 다 할수 있기에(아이가 먹고싶어하는.^^;;) 먹고 싶은 것이 뭔지 말만 하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집에 식은 김밥이 있었습니다. 이 김밥은 아빠가 일이 있어 내서에 갔다가 사온 김밥이었습니다.
"아빠가 김밥 계란말이 해줄까?"
"뭔데? 맛있어?"
"당연하지. 그럼 아빠 좀 도와줄래?"
"뭔데?"
"계란을 깨서 이쁘게 섞어줘, 그리고 그 곳에 김밥을 넣어서 계란옷을 듬뿍 입혀서 아빠한테 주면 돼. 그럼 아빠가 김밥을 맛있게 구울꺼야. 할 수 있겠어?"
"응!!"
딸아이는 조심조심 계란을 깹니다. 숟가락으로 찹찹찹!! 하며 계란을 풉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젓가락질로 김밥에 계란옷을 입힙니다. 아빠는 옆에서 김밥을 받아 바로 프라이팬에 굽습니다. 우리의 호흡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5분도 안되는 사이 맛있는 김밥 계란말이가 완성했습니다.
"아빠, 먹어 봐도 돼?"
"당연하지, 우리 딸 먹으라고 한 건데, 뜨거우니 조심하고."
"네!"
후후~ 불며 조심스럽게 김밥 옆구리를 베어 먹습니다.
"우와! 아빠 최고!"
아빠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드는 이쁜 딸.^^
간단한 요리지만 딸래미와 함께 하며 즐거웠던 요리입니다.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 만큼 보기 좋은 것이 없습니다.
참! 엄마들이 왜 살이 찔 수 밖에 없는지 저는 알았습니다. 자식이 남긴 음식을, 엄마들은 배가 불러도 다 먹습니다. 엄마가 만든 음식이라 버리기 아깝고 음식 버리는 것 자체를 용납하기 힘든 까닭입니다. 어찌보면 자식들이 찔 살들이 엄마한테 간 건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살 조차도 자식사랑의 뜻이 있습니다. 저도 다시 살이 찔 것 같아 미리 변명을 해 둡니다. 아이들 방학 때 잘 먹는 건 아빠 같습니다.
내일은 어떤 음식을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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