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더웠습니다.
아이들도 아프고, 입맛도 없고, 밥은 먹어야 하는데 차리는 것도 귀찮고 먹는 것도 귀찮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뭘 해 먹을지가 아내의 주 고민입니다.
"여보, 오늘 저녁은 내가 할테니 좀 쉬어."
"그래? 뭐 할껀데?"
"오리 백숙 해줄께."
"오리 백숙? 당신이 할 수 있어?"
"할 수 있으니까, 당신은 애들하고 쉬고 있어."
큰 소리는 쳤으나 오리백숙은 처음 도전하는 것이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선 재료를 준비 했습니다.
재료 : 오리, 황기, 인삼, 대추, 이름모를 한약재, 마늘, 대파, 부추, 찹쌀
먼저 큰 냄비에 황기, 인삼, 대추, 이름모를 한약재, 마늘을 넣고 30분간 끓였습니다. 처음에는 강불로 후에는 약불로 했습니다.
30분 후 잘 손질한 오리를 넣었습니다. 그 위에 남은 대추와 대파, 소금, 약간의 후추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가시가 있는 이름모를 한약재는 뺐습니다. 가시가 있어서 먹기에 불편해 보였습니다.
오리는 닭보다 상당히 오래 끓여야 하더군요. 근 1시간을 약불로 끓였습니다.
오리가 거의 익어갈 때쯤 부추를 준비해서 넣었습니다. 오리는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추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라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하더군요. 해서 부추를 준비해서 듬뿍 올려주었습니다.
하얗던 국물이 진득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30분간 더 끓였습니다. 오리는 정말 생각보다 잘 안 익더군요. 오리가 너무 커서 냄비에 다 안들어가서 그런가 해서 오리를 좀 분리(?)했습니다.
근 두시간 가량 끊였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짜잔!!! 사진에는 좀 그렇지만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오리를 넣을 때 같이 넣었던 참쌀도 훌륭한 죽으로 재 탄생하였습니다.
사실 요리를 하면서 걱정도 되었습니다. 맛있게 요리한다고 했으나 맛없으면 어쩌지?
하지만 이 때! 요리의 달인이신 오유람(가명) 누님께서 "이렇게 요리하면 무조건 맛있다!"는 조언을 주셔서 용기내어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누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누님.
아내가 아기를 돌보며 밥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하루에 밥 세끼를 차려 낸다는 것은 더 힘든 일입니다. 저는 이 날 아내에게 작은 휴식을 보장해 주고 싶었습니다. 간만에 가족의 보양을 위해 오리 백숙을 했고 최고는 아니지만 최상의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식사 후 설겆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밤에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정말 맛있었어. 그리고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듣기위해 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뭉클했습니다.
"여보, 난 당신에게 항상 고마워.."
오리 한마리로 가족사랑은 더욱 돈독해 졌습니다.
비가 오고나니 날이 많이 선선해 졌습니다.
단지 살기위해 먹는 밥 한끼가 아닌, 의미있는 식사한끼는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메뉴를 고민하고 장을 보러 가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빠들도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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