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외계인 나오는 '생뚱맞은' 역사책, 그러나..

마산 청보리 2015. 7. 14. 07:00


간만에 읽은 역사책입니다.

김육훈 원작, 권범철 글, 그림의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근 현대사'은 여러 면에서 의미있는 역사책이었습니다.


김육훈 선생님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창립 회원이며 대안교과서를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전념해온 현직 교사입니다. 1997년 '쟁점으로 보는 한국사'를 펴냈으며, 이 후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등을 펴내는 데도 참여했습니다. 


그림과 글을 그린 권범철씨는 경상남도 지역신문인 경남도민일보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현재 '미디어오늘'에서 '권범철의 미디어세상'을 펴내고 있는 만평작가입니다. 2013년 '올해의 시사만화상', '엠네스티 언론상'. '인권 보도상'등을 수상했으며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어달리기'를 쓰고 그렸으며, 시사만화 '기억하라'를 펴내는 데도 참여한 실력있는 작가입니다.


정리하자면 김육훈 선생님의 글을 권범철 작가가 재구성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많은 책을 읽었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로 구성된 역사책은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1권 개화기부터 의병활동까지, 2권 식민지 조선에서 새로운 나라로, 3권은 분단부터 민주주의의 완성까지' 로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1863년고종 즉위, 흥선 대원군 섭정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등장인물로 나오는 아빠와 정우, 외계인들이 역사의 전반을 함께 경험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외계인이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책의 재미를 더합니다.


천주교의 전래와 억압, 다양한 서양세력의 침입, 그 과정에서 위정자들의 무능함을 꼬집습니다.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 '역사 돋보기'라는 란이 있어 역사의 자세한 사실을 설명합니다. 


동학농민운동이 왜 일어났으며 왜 농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농민을 없애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조선 정부의 무능함, 이 후 을사조약으로 이어지는 일본 세력의 침투과정들을 사실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의 만행에 대해 다시금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의 만행보다는 힘이 없었던 조선의 무능함에 더 분노가 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침략의 역사입니다. 일본이 물러나고 해방하고 나서도 민족의 분열, 김일성과 이승만의 한계, 남한에서 있었던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의 무력한 해체, 분단과정부터 좌익와 우익의 충돌, 그리고 좌익과 우익이 뭔지도 몰랐던 수많은 양민들의 이유없는 학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꼈습니다. 


더군다나 6.25전쟁 당시 한강철교를 폭파로 많은 서울시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등을 보며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가슴 시릴 정도로 잘 서술된 책입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내내 이해도 빨랐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할 수 있다. 해내왔고 해내갈 것이다."


정부가 부패했을 때 들고 일어나서 세상을 바꾼 대부분의 일이 민중을 통해서 였습니다. 국민들의 수많은 희생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가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국민들의 희생 때문이었습니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고 잊지 않을 경우에 진보할 것입니다.


역사는 단지 지나간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지식으로만 알고 있다면 진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땅의 자라는 아이들의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된다면 그만큼 의미있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글이 많아 초등학생 저학년이 읽기에는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어른인 제가 읽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조각, 조각, 파편처럼 흩어져있던 역사적 사실들이 이 책을 통해 제대로 꿰어진 느낌입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고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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