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아이들이 만든 축제 이렇게 재미있구나. 태봉고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4. 2. 5. 11:53

2013년 봄.

지난 15일 경남 창원 태봉고의 네 번째 공동체의 날 '동그라미'에 다녀왔다. 여느 학교의 체육대회와 축제와 새삼 달랐다. 일반 학교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행사를 학생회가, 아이들이 준비하고 만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부모님들이 참여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공동체의 날 답다.

우선 오전에는 체육대회를 했다. 남녀 학생이 발을 묶고 2명이 한 조가 돼 벌이는 쌍쌍축구. 허나 달랐다.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 아주 재미있었다. '찬스'라는 아이템 때문이었다. 각 팀별로 경기당 몇 개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고 그 아이템은 골을 넣을 때까지 계속된다.

아이템 내용을 보면 남학생이 다리풀고 혼자 공을 몰 수 있는 아이템, 상대방 골키퍼가 손을 사용하면 안되는 아이템 등이었다. 기발했다. 선수들이 모여 아이템을 고를 때의 그 고조된 분위기 '잘뽑아야 된다' '나만 믿어라'며 격려하는 분위기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기를 중계하시는 선생님들의 해설 역시 재미있었다.

축구가 끝난 뒤 미션 계주를 했는데 이 내용 역시 아주 유쾌했다. 선수들은 출발선에서 달려간다. 그럼 운동장을 반 정도 달리면 책상이 준비돼 있고, 그 위에 바통을 대체하는 물건들이 올려져 있다. 선수들은 달려간 순서대로 그 물건 중 하나를 골라 다음 선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런데 그 물건들이 뭐냐면 작은 책이 있고(가장 유리해 보였음) 실내화 한쪽(실내화가 좀커서 여학생에겐 불리해 보였음),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접이식 3단 빨래널이(가장 위험해보였으나 가장 재미있었음, 이것을 들고 뛰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길), 마지막으로 바깥 지역 청소할 때 사용하는 쓰레받기였다. 이것은 성인이 서서 쓸어담을 수 있는 즉 환경 미화원분들께서 사용하시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부피가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약간 무거워보이는, 가로세로 50cm정도의 정육각형 나무상자(이것이 제일 선수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바통이었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들고 뛰어 와서 다음 선수에게 전달하고 전달하는 계주였는데 웃음 바다가 따로 없었다. 학생들 경기 후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경기가 있었다. 모두들 신나하며 즐겁게 참여했다.

곧이어 시작된 단체 줄넘기도 재미있었다. 모든 경기에 룰이 상식과 달라 처음에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단체줄넘기의 룰은 몇 명이 뛰든 상관없다는 것. 줄넘기를 넘은 사람 수 곱하기 줄넘기한 갯수로 승부를 내는 방식이었다. 즉 100명이 들어가 1번 넘으면 100회가 되는 것이다. 많이 뛸수록 유리한 방식이었다. 노랑팀과 초록팀의 신경전과 작전들이 볼만했다. 단체 줄넘기 우승은 200회를 넘은 노랑팀이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오후에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함께하신 참여한 미션 계주가 이어졌다. 이 계주는 그날 달리다가 미션이 적힌 종이를 뽑고 그 종이게 적힌 사람을 빨리 구해 같이 손잡고 들어오는 경기였다. 'DSLR을 가진 사람 데리고 오기' '부모님 모셔오기' 등 이 계주 또한 달리며 사람 구하는 사람과 상대팀이라서 응해줄 수 없다며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 유쾌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교감선생님께서 들어오셨는데 모든 가족들이 일어나며 박수치며 환호하고 아이들은 결승테이프를 다시 만들어 교감선생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교감선생님의 두 팔을 흔드시며 웃으시며 마지막으로 들어시는 모습이 태봉고가 얼마나 끈끈하게 사제관계를 유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계주가 끝나고 모든 체육대회의 백미인 줄다리기 시합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규칙이 재미있었다. 줄잡는 선수가 인원 제한이 없다는 것. 노랑팀과 초록팀이 한 명이라도 자기 사람 데리고 올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이 정말 즐거웠다. 결국 사람 수가 조금 더 많아 보이는 초록팀이 이겼다. 게임이 끝날때마다 경품추첨을 하며 흥을 돋궜다.



 태봉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축제. 참 재미있었다.
ⓒ 김용만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곧이어 공연을 하는데 공연의 수준 또한 수준급이었다. 약간의 긴장과 즐거움으로 부모님들과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끼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에 앞서 여태전 교장선생님께서 잠시 올라오셔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두고 어르신들께 지금까지 태봉고가 많은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 학생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올해는 최초의 커밍데이라고 해 졸업생들도 모교를 방문하는 뜻깊은 이벤트도 함께 열렸다. 태봉고는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였기에 이러한 행사가 기획된 것 같은데 졸업생 선배들이 와서 공연에 같이 서기도 하고 서로 포옹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태봉고의 축제를 보며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렵지 않다. 아이들은 할 수 있다. 어른들의 조바심이 믿음으로 바뀌는 순간 학교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태봉고는 보여줬다. 지금도 태봉고의 아이들은 뭔가를 스스로 기획하며 준비하고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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