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학생자치, 공동체 회의를 통해 가능합니다.

마산 청보리 2018. 3. 16. 07:00

경남꿈키움중학교에는 특별한 회의가 있습니다. '공동체 회의'가 그것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5교시와 6교시, 연속 2시간 진행됩니다. 

학교마다 교칙이 있습니다. 꿈중교칙에는 '경남꿈키움중학교의 최고 의결기구는 공동체 회의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샘들이 모두 똑같이 한표를 행사하는 의결기구로서 아이들만의 회의가 아니라 꿈키움 공동체 모두의 회의입니다.


2018년 3월 15일, 올해 첫 공동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2, 3학년은 매년 해 오는 것이라 특별할 것이 없지만 새내기들은 공동체 회의라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을 겁니다. 

첫 회의다 보니, 학생회 일꾼 소개로 시작했습니다. 각 부서별 일꾼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각오를 밝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소개가 끝날 때마다 격려의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공동체 회의 안건은 두가지 였습니다.

1. 2017년 공동체 회의 평가

2. 2018학년도 신입생 맞이 주간 평가


꿈중에서는 행사를 하고 나면 꼭 평가를 합니다. 준비와 진행도 중요하지만 평가를 통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다음에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입니다.

놀라웠던 점은, 첫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것입니다. 2, 3학년 뿐 아니라 새내기들 까지도 손을 번쩍 번쩍 들고 '저는 몇학년 몇반,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새로오신 샘들도 아이들의 이런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시더군요.^^

사진의 오른쪽에 진행하는 학생은 학생회장입니다. 학생회장이 진행을 하고 칠판에 내용을 적는 도우미 학생이 있습니다.

학생회 일꾼 한명은 회의 내용을 바로바로 기록합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말이 기록된다는 것을 알고, 보다 더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발표를 합니다.

평가의 내용이 다양했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쉬웠던 점과 원하는 점을 분명히 말했고 그 내용들은 제가 들어도 옳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내년 신입생 맞이 주간은 더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본 안건을 모두 다룬 후, 기타토의 시간에는, '선후배간 예의'에 대한 안건이 나왔습니다. 선배들과 후배들이 각자의 처지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과 미안했던 부분, 바라는 부분들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대체로 1학년 아이들은 선배들에게 바라는 점들을 말했고, 2, 3학년 아이들은 1학년 아이들이 예의를 갖추면 좋겠다는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은 사과하기도 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본인이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듣던 아이들은 숙연해졌고, '괜찮아. 잘했어. 미안해.' 라며 격려의 박수를 쳤습니다. 아이들이 참 따뜻했습니다. 말을 한 아이도 편안한 표정으로 앉았습니다. 

회의 중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회의 진행 발언을 하겠습니다. 상대에게 탓을 하고 요구를 하는 것도 괜찮지만 샘은 여러분들이 괜히 상대의 감정을 상하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루면 되는 것이지 상대의 감정까지 상하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더라도 '아 저 친구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존중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름은 인정하는 것이지, 놀림꺼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구를 할 때는 '누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못하게 합시다.'가 아니라 '저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문제는 남이 아니라 나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말한다고 되겠나.라고 생각하며 말을 했는데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후 발표하는 아이들이 모두 갈무리 말로 "선배가 인사를 안 씹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사를 잘 받고 잘 하겠습니다." "후배가 안 째려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째려보지 않겠습니다.", "후배들이 높인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저도 존중하겠습니다." 등으로 말을 했습니다. 말하는 법만 살짝 바꾸었을 뿐인데 회의는 훨씬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로 흘렀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오신 샘들도 한말씀씩 하셨습니다. 공동체 회의가 끝난 후 학생회 일꾼 아이들도 아주 좋아했습니다.

"선생님, 이번 회의, 준비를 많이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발표해서 정말 놀랬어요. 선생님, 오늘 발표한 3학년 중에 3년 동안 공동체 회의 때 한번도 발표 안했던 애들도 많았어요. 선생님, 1학년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요. 아이들과 더 가까워 진 것 같아요. 선생님, 아까 그 애가 울면서 말할 때 제가 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너무 미안했어요. 충분히 무서워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1학년들 대할 때 좀 더 신경써야 될 것 같아요."


공동체 회의가 끝난 후 샘들의 반응도 놀라웠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이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회의를 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의 불만, 아쉬움, 속상함에 대해 전체 회의에서 말을 하고 다같이 들으니 공동체 회의에서 모든 오해가 해결되는 것 같아요. 정말 아이들이 대견하네요. 공동체 회의가 왜 중요한지 이제 알겠어요. 회장이 진행을 정말 잘 하네요. 거의 두 시간 동안 아이들이 떠들지 않고 집중하는 것만 봐도 이 회의가 얼마나 특별한 지 알게 되었어요."


꿈중아이들이 특별히 똑똑하거나 잘나서 공동체 회의가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학교에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학생회 일꾼들이 신입생 맞이 주간을 기획하고 진행할 때, 아이들의 계획대로 해주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공동체 회의에서 결정되면 현실화 된다는 것을 압니다. 공동체 회의가 형식상 하는 회의가 아니라,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 놓아도 샘들에 의해 "그건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라며 까이는 것이 아니라 "그래. 공동체 회의에서 결정되었지. 해봐."라고 하니 아이들은 더욱 회의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는 누구나 잡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으면 본인 소개부터 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높임말을 쓰며 회의에 임합니다. 결정의 순간이 되면 학생, 교사 구별없이 모두 한표를 행사합니다. 


민주주의는 교실에 앉아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경험을 통해, 실천을 통해 자연스레 습득되어야 합니다. 

'회의가 뭐 중요하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꿈중 아이들은 공동체 회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법, 타인의 주장을 듣는 법, 공감하는 법, 사과하는 법,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웁니다. 학생들의 결정으로 학교가 변할 수 있다는 것 까지 경험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샘들도 공동체 회의, 아이들의 결정권에 대해 존중하자는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아이들은 어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미숙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결정이 어리숙하지도 않습니다.


저의 경험상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솔직합니다. 어른들보다 민주적입니다. 어른들보다 정의감이 넘칩니다. 어른들보다 차별에 저항합니다. 


어찌보면 아이들의 이런 성향을 어른들이 꺾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세상에 잔인하고, 못됐고,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대부분 성숙하다고 인정(?)하는 어른들입니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미성숙하다고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존경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꿈중은 매주 목요일 오후 공동체 회의를 진행합니다. 꿈중 아이들은 공동체 회의를 3년간 경험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로 진학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선 학생자치에 대해 보장해주지 못한 다는 것입니다. 대안고등학교로 칭하는 곳들도 그러한 곳들이 있습니다. 


학생 자치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선심쓰듯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학생자치는 무조건 보장되어야 할 소중한 권리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교장샘이 계시다면 학생 자치 보장을 위해 학교에선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하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서는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가 자라, 스스로 바로 서는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 이 아이들이 자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의 날개를 꺾어서는 안됩니다.


꿈중도 분명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자치를 보장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학생자치가 바로서면 교사들이 할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생자치는 샘들의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학생자치를 막는 것은 아이들의 미성숙함이 아니라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아이들의 성장에 관심조차 없는 어른들일수도 있습니다.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주체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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