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267

가정방문.

2006.3.11 이번주 수요일 부터 가정방문을 시작했다. 사실 발령 첫해부터 가정방문을 하기는 했으나 첫해에는 부적응학생 위주로 방문을 했었고 아이들을 우리집으로 매주 토요일 초대를 했으며 둘째해에는 마음먹고 한집씩 혼자 돌아다녔으나 모든 집에는 가지 못했고 셋째해에는 어물쩡 넘어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올해에는.. 가정방문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서 나가게 되었다. 계획인 즉슨. 집이 가까운 친구들을 3명에서 5명으로 묶어서 아이들과 같이 가는 것이다. 3명이서 간다면 첫번째 아이 집에가서 좀 놀다가 첫 집아이는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같이 출발하여 두번째 집에 가고 둘째집가서 둘째 집아이가 옷을 갈아입고 또 놀다가 다같이 세번째 아이집으로 놀러 가는 것이다. 즉 처음에는 3명의 아이가 교복을 ..

34명의 꼬마 천사들.

2006.3.5 3월 3일... 난 올해도 1학년 10반을 맡게 되었다. 작년과 똑같은 교실에 똑같은 담임. 하지만 새로운 아이들.^-^ 올해는 뜻있는 선생님들과 마산에 학급운영모임을 만들었다. 우린 개학하기전 아이들을 맞을 준비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토의했었고 담임관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었다. 즉 작년에 비해 난 준비된 새학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선생님들과 나눈 얘기 중 인상깊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생각공책이다. 아이들에게 학기초에 나누어주고 한번씩 주제를 주면 아이들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책을 담임이 읽어보고 답글을 하나씩 다는 것이다. 이 공책을 활용하고 계신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참으로 소중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에 나도 생각공책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해서 3월 2일..

김밥말기, 그리고 밤.

2006.2.17 2월 15일...바로 다음날이 종업식이었다. 시간도 없고 해서. 정상수업하는 15일날 우리는 김밥잔치를 하기로 했다. 설명하자면 명색이 싫은 정 고운 정 들며 함께한 1년인데 그냥 보내기가 안타까운 것이다. 주변 선생님들께 여쭤어 보았다. 아이들과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데..뭐가 좋을지.. 한 선생님께서 기존에 계시던 학교에서 한 선생님께서 김밥말기를 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근데 이놈들이 원재료를 그대로 가져와서 결국 실패했다는...뭣이 번쩍했다. '샘 고맙습니다.!!!' 재료를 다 준비해서 학교에서는 김밥을 말기만 하고 썰고 데코레이션만 하면 될 것 같았다. 더군다나 1학년이고 하니.. 작업에 들어갔다. 가사실을 빌렸고(가정선생님께서는 흔쾌히 도와주시기로 하셨다.) 2교시와 4..

학부모님의 방문.

2006.2.14 어제 학교에서 안좋은 일이 있었다. 우리 반의 혈기왕성한 네 친구가 폭행 및 돈을 뺏었다는 일에 관계가 되어 방과후 학부모님들이 오시고 피해자 보호자들도 와서 가해학생에게 울분을 토하시고..아이들은 고개를 숙인채로 머리를 맞고..욕을 듣고..부모님들은 부모님들대로 눈물을 흘리시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눈물을 흘리고.. 참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난 어제 아침에도 사실 이 네명의 친구들과 대화를 했었다. 1년간의 생활에 대한 선생님의 느낌을 이야기 했고. 이 놈들의 생각을 들었으며..바램 또한 들었다. 나도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바램 또한 말했다. 참으로 흐뭇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로 오후에 이런 일이 터지니..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학교폭력에 대해 엄중문책하겠다는 위에서..

개학. 그리고.

2006.2.6 개학을 했다. 어제 밤에 잘때에는 정말 싫었지만 막상 아침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로 향하는 길은 너무나도 설레였다. 오늘은 또 눈도 엄청 많이 왔다. 조심 조심 걸어서 학교에 도착했고 난 눈덮힌 교정을 카메라에 담으며 교실에 들어갔다.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사내들만 모여서 그런지 아기자기한 만남인사는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방학 잘 지냈나?' 단순한 인사들.. 하지만 날 보며 고개 숙이는 놈들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보며 난 .. 따뜻함을 느꼈다. 이 놈들도 나를 만나 따뜻함을 느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1교시가 가고 2교시가 .. 4교시가 되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단축수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난 아이들에게 아직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4교시 후 교실에 들어가..

겨울방학.

2005.12.28 아침에 전화가 왔다. 삐리리리리링~~~ 참고로 난 잘때 오는 전화를 정말 싫어한다. 힘들게 받았다. '여보세요...' '김용만 선생님 폰 아닙니까?..' 목소리가 작았다. '네. 찬희냐?' '아 네 선생님. 저 환종입니다!' 귀가 번쩍 띄였다. '환종? 장환종이냐??' '네 선생님. 한국에 왔습니다.' '그래? 오늘 방학식하니깐 학교로 와라. 애들하고 같이 놀자.'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환종이는 올해 4월달에 캐나다로 유학간 우리반 학생이었다. 방학이라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선생님께 연락을 한 것이었다. 은근히 흐뭇했다.^-^ 학교로 왔고 예상대로 방학식만 정신없이 날뛰는 33명의 몬스터 들을 보게 되었다. 환종이도 앉아 있었다. 환종이에 대한 여러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질문도 ..

어느 덧 일년.

2005.11.28 오늘 우연히 달력을 보았다. 방학이 1달여도 남지 않은 오늘.. 순간 1년 동안의 1학년 10반과 함께했던 시간이 사사삭 지나갔다. 왜일까... 순간순간은 분명 힘들고 괴롭고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많았으나 뭉탱이로 떠오르는 것은.. 미소였다.^-^ 오늘도 사회 수업이 들어 수업시간에 함께 했다. 사회 시간 앞의 시간은 과학시간. 과학선생님께서 직접 오셔서 오늘 10반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참으로 힘드셨겠어요.'.. 드디어 사회시간. 교실에 웃으면서 들어갔다. 그리곤 태도가 좋지 않다고 했던 두 친구를 불러내었다. 골마루가 나가서 혼을 내었다. 그리곤 교실에 다시 들어왔다. 수업은 시작되었고 우당탕탕! 왁자지껄! 혼란속에서 한시간이 무사히 끝났다. 오늘 ..

작은 즐거움.

2005.10.25 이번주 금요일 우리학교 체육대회가 있다. 현재 우리반 성적은 한종목 결승진출!! 두종목 준결승 진출!!! 아직 안한 경기도 몇있는.. 소위 말하는 우리학교 1학년 중에서는 최고의 성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응원상까지 휩쓸기로 다짐을 했다. 해서 오늘 모둠별로 가위와 고무줄, PT병을 들고 오기로 했고 난 신문지를 산처럼 준비하여 방과후 교실로 가져갔다. 신문지를 해파리 다리처럼 자르고 그 밑을 고무줄로 묶어서 응원할때 쓰는 먼지털이 비슷하게 생긴것을 만들었다. 다른 반 친구들은 모두 집에가고 우리반 친구들만 남았지만 이 놈들은 너무나도 즐거워 하더라. 이미 만들어서 머리에 쓰고 장난치는 놈. 신문지를 크게 잘라서 치마처럼 입고 돌아다니는 놈. 옷처럼 입는 놈. 하지만 가위질하는 ..

방황의 끝

2005.9.29 찬이가 또 집을 나갔었다.. 우리반에서만 소위 말하는 가출이라는 사건이 이로써 3번째였다. 찬이와 또다른 친구...그리고 이번의 찬이.. 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놈들의 가려운곳을 긁어주고는 있는 것일까.. 난 담임으로써의 자질이 있는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상당히 우울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배정된 우리반에 있어서 1학기 초에는 우려되는 친구들이 5~6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심하게 우려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나의 노력보다는 스스로 생각의 변화와 가족의 변화가 더욱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난 나로써 또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찬이를 찾았고 찬이를 집에 데려다 ..

선생님. 우토로요.

2005.9.4 2005년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해.. 아주 뜻깊은 해였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 중 난 조정래씨의 '아리랑'을 읽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해에 조금이나마 일제 시대에 대한 여러가지 이해를 위해서도 읽었다. 한 2주 동안 집에서 책만 읽었고 다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난 이유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원혼들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첫 수업시간.. 난 3학년은 국사. 1학년은 사회를 가르친다. 3학년 국사는 딱 1900년도 초반. 열강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우리의 국사를 가르치고 있었고 1학년은 세계지리로 들어와 동부아시아에 대한 단원을 학습할 차례였다. 1, 3학년 공히 첫 시간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5년도 채 안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