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요즘 흔한 요리관련 책있줄로만 알았습니다. 두께도 상당합니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책입니다.
'무슨 요리책이 이렇게 두꺼워? 재미있을까?'
저의 고민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책장을 펼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알수 있었습니다.
'먹거리 특산물 관련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난다.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면 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정보를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살을 들여다보며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방점을 두려 했다.
특산물을 통해 거꾸로 그 지역을 다시 보고, 그 지역민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물론 성분 및 효능, 좋은 상품 고르는 방법, 재배, 유통 과정, 현실적 어려움, 관련 음식 등에 관한 정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저마다 내 지역 특산물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곳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을 이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죄송함은 여전히 남는다. 현장에서 만난 농, 어민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한 해 잘 되었다고 기뻐할 것도, 한 해 안 좋았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 욕심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순박한 사람들 마음이 전해진다.' 머리말 중
이 책은 지난 해 5월 24일 경남도민일보에서 '통영 멍게'를 시작으로 1년에 걸쳐 총 23회 연재되었던 기획기사를 묶어서 펴낸 책입니다. 해서 함께 취재했던 남석형, 권범철, 박민국, 이창언 네분의 기자가 공동저자입니다. 저자들이 모두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데 많은 역할을 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총 23가지의 지역 특산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국에 지역의 특산물이 아닌게 있겠습니까 만은 유독 경남에서 유명한, 아니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통영 멍게를 시작으로 남해 마늘, 전어, 거창 사과, 하동 재첩, 창원 진영 단감, 마산 미더덕 등 듣기만 해도 솔깃한 재료들입니다.
이 책은 단순 특산물에 대한 소개가 아닙니다. 왜 그 지역이 이런 특산물이 유명해졌으며, 유명해지게 된 과정과, 재배하는 농, 어민들의 삶, 재배 현장, 맛집 소개, 음식에 대한 속설에 대해 정리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특산물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진실 혹은 오해, 마늘 무좀 치료에 효과? 화상, 세균감염 위험>
마늘이 민간요법으로 자주 쓰였던 때가 있다. 마늘의 살균 효과를 믿고 연고 대신 피부에 바른 것이다 특히 '무좀 치료제'로 이름을 날렸다. 다진 마늘을 발병 부위에 붙여 무좀이 낫길 기대하곤 했다. 물론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대처법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를 믿는 사람이 많다. 매우 위험하다. 마늘이 살균작용을 하는 것은 맞지만 자극이 강해 직접적인 피부접촉은 역효과를 낸다.' 본문중
특산물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을 합니다. 재료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요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오며 이것을 재배하는 농, 어민들은 어떤 분들인지, 어떤 삶을 살아 오셨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음식을 허투루 보지 못하게 됩니다.
'종종 함께 바다 나가서 도와주기는 하지. 내 업을 이어받으면 좋기는 하지만, 자기들 뜻이 맞아야 하는 거지. 깨끗한 옷 입지 못하고, 제때 잠 못 자는 일이라 억지로 시킨다고 될 것은 아니지. 그래도 작업하면서 바로 끌어올린 피조개에 소주 한잔 하는 그런 맛은 있는데...허허허.'-본문 중
'멍게는 주로 암초지내나 자갈 깔린 곳에 서식한다. 5~24도 사이가 적정 수온이다. 이 사이를 벗어나면 성장을 멈춘다. 이 때문에 기후 변화가 심하면 폐사하는 일이 잦다. 어민들이 매해 울고 웃는 이유다. 그래서 멍게 양식하는 이들은 '용왕님 뜻'에 맡기는 심정이다.'-본문 중
농, 수산물을 직접 생산하시는 분들은 자연에 겸손했습니다. 세상사에도 겸손했습니다. 농사가 잘 안되면 화가 날 법도 하도 일손부족과 판로 개척 등에 대해서도 화가 날 법도 한데 겸손했습니다.
'욕심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 분들의 인내와 정성으로 재배된 식재료들은 그만큼 귀한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값싼 재료만을 찾을 수 없습니다.
'6시 내고향'이라는 TV프로가 있습니다. 그 프로와 상당부분 공통적인 내용들이 많으나 이 책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화면으로는 담을 수 없는 정겨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지 마트에서 쉽게 사는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 속에 있는 사연을 알 수 있습니다.
뭐든 간단한 것이 없습니다. 한편으론 이 책을 읽으며 도시에 사는 것이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돈 몇 천원에 이 귀한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쉽게 살 수 있으니까요.
한번 씩 시장에 가면 "왜 이리 비싸?"라며 투덜거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시장에 나가서 다양한 농수산물을 보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단지 특산물 가격만 봤다면 이제 그 과정까지 보일 것 같습니다.
'맛있는 경남'은 재료들뿐 아니라 삶까지도 이해하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앞으로 경남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음식의 맛만을 강조한 것이 아닌 음식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농민과 도시인들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값 싼 농작물들이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값싼 물건만을 찾기에는 이 분들의 정성과 노력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우리 농산물이 실제로 우리 몸에 좋을까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농산물을 우리가 소비하면 우리네 농민들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먹꺼리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책, '맛있는 경남'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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