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쯤에 어린이 농부학교 개교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말이 거창하여 개교준비지 지금 하고 있는 텃밭활동을 아이들이 재미있고 참여하고 이런 활동을 함께 할 가족을 모으자는 것이 주 취지입니다.
해서 저희는 텃밭도 가꾸고, 둔덕마을 사무장님과 어린이 농부학교도 논의할 겸 매주 둔덕마을을 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1일, 오후에 둔덕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매주 방문하지만 일주일만에 자란 작물들과, 함께 자란 잡초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어른은 어른의 일이 있어 그리 지겹진 않지만, 아이들의 지겨움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해서 저희들도 매주 갈때마다 딸래미가 놀꺼리를 준비해서 갑니다.
이번주의 놀이감은 곤충잡기였습니다.
둔덕마을은 곤충들이 참 많습니다. 나비, 메뚜기는 기본이요, 이 날은 고추잠자리도 봤습니다. 조심조심 다가가 나비를 잡으려는 딸아이를 뒤에서 보고 있자니 어찌나 귀엽던지요.
"아빠!! 잡았어요!!"
"으응??? 그래. 보자보자."
냉큼 달려가보니 노랑나비를 잡았더군요.
"아빠, 아빠, 나비는 뭘 좋아해?"
"왜? 무슨 뜻이야?"
"나비를 통에 넣으려는 데 같이 넣을려고, 안 그럼 나비 심심하잖아."
"그래? 하하하 그럴수도 있겠구나. 그래. 나비가 무엇을 좋아할까?"
한참을 고민하고 찾아봤습니다. 대뜸 딸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아냐, 살려줄래."
"응? 왜?"
"나비도 심심할꺼잖아. 살려주자."
"응, 그래, 그럼 살려주자."
나비를 보면서 나비의 심심함을 걱정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곤충잡기를 끝내고 실내에 들어오니 수한아저씨께서 '오리때기'신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오리때기를 집에서 아내와 제가 도전한 적이 있으나 번번히 시커멓게 타고, 소다를 넣어도 부풀어 오르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수한아저씨께서는 "이거 장난이죠. 얼마나 많이 해 먹었는데." 하시며 도전했습니다.
한 두번은 실패했지만 3번째 부터는 거의 성공에 가까운 오리때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신기해 하며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함께 나눠먹는 오리때기는 꿀맛이었습니다.
오리때기를 먹은 후, 옥수수에 물을 주러 갔습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주니 마음까지 시원했습니다.
딸아이가 물을 한참 주더니 물었습니다.
"아빠, 이 호수를 뒤로 가져가면 안돼?"
"괜찮아, 근데 왜?"
"저 뒤에 있는 풀들도 목마를꺼잖아."
"그래? 알겠어. 하고 싶은 데로 해봐."
전 뒤에 무슨 풀이 있지? 하고 의아해하던 참입니다.
딸아이는 잠시 긴 호수를 끌고 끙끙 하더니 평상 뒤에 있는 풀들에게 물을 주었습니다.
그 풀들은 인간이 일부러 키운 풀들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들이 스스로 자란 풀들이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잡초',
딸아이는 잡초들도 목이 마를까봐, 잡초에게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너무 귀여웠습니다. 어른에게는 뽑아야할 잡초지만 딸아이에게는 물을 먹고 싶어 하는 똑같은 풀이었습니다.
"그 풀한테도 물을 줘?"
"응, 애들도 목 마를 꺼잖아."
잡초에 물을 주는 딸래미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잡초는 원래 잡초가 아니었습니다.
이름없는 꽃은 없다고 했습니다. 쓸모 없는 생명은 없을 것입니다.
일부러 생명이니, 자연이니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저절로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자연과 함께 하며 조용히 성장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만 해도 큰 행복입니다.
자연과 가장 닮은 것은 어린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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