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대안교육? 대안학교? 별 거 아닙니다.

마산 청보리 2018. 3. 30. 07:00

대안교육? 대안학교? 별 거 아닙니다. 여전히 '대안'이 붙으면 '문제아 집합소'라고 해석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점이 학교 다니는 데 가장 힘든지를 물어보니 대부분의 답은 이랬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 다녀요. 대안학교에요." 라고 말하면

"니가? 니가 왜 대안학교 다녀? 일반학교 다녀도 충분히 잘 하겠는데?"


아이들은 이 지점에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합니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지겹구요. 대안학교라고 하면 문제아라고 색안경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짜증난다고 합니다.

"샘, 우리학교가 훨씬 재밌어요. 근데 저는 저와, 친구들을 정상이 아닌 것 처럼, 문제아로 보는 시선이 짜증나요."


대안교육, 대안학교, 별 거 아닙니다. 저희들의 평범한 일상을 소개합니다.

사회 수업시간입니다. 저는 1, 2학년 사회를 맡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일방적 주입식, 강의식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조를 나눠서 조별 발표 수업을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단원을 조사하고 발표 준비를 해 옵니다. PPT로 준비해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PPT를 만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종이에 직접 적어서 준비해 오기도 합니다. 형식은 자유입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발표하는 것을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듣습니다.

날이 좋습니다. 3학년 프로젝트 시간, '배추도사 무도사'라는 농사 짓는 팀 아이들이 쑥떡을 해 먹어야 할 때라며 쑥을 캐러 나갑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따라나갔습니다. 

"쑥 캘 줄 알아?"

"와 샘, 저희 무시하는 거예요? 우리 작년에도 쑥 캐서 떡 해가지고 전교생 나눠먹었어요."

"오 그래? 대단한다. 그래 기대할께."


먼저 일어서는 데 무심코 보고 말았습니다. 쑥을 캐지 않고 뜯는 아이를요...

학교로 돌아오니 '버킷리스트' 팀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디가세요?"

"날씨도 좋고 오늘은 라이딩 할꺼예요. 마침 옆 마을에 장도 선데요. 장 구경도 갈려구요."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장 구경간다고 자전거 타고 나가는 버킷리스트 팀이 살짝 부러웠습니다.


교실로 올라갔습니다.

3학년 아이들이 프로젝트 하는 동안 1, 2학년 아이들은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수학 시간입니다. 교실이 아닌 도서관에서 반 상관없이 수학을 선택한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수학샘께서 아이들의 수준, 실력에 맞게 가르치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학공부가 아니라 수학놀이처럼 진행하시는 수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층 꿈터에서는 1학년 아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꿈터에는 피아노가 있습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칠 수 있습니다. 음악쪽으로 진로를 정한 아이들은 연습을 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아이는 잘 치는 아이에게 배우기도 합니다. 

그 옆에선 1학년 아이들이 의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2학년 수업입니다. 아이들이 좀 크지요? 사회 수업시간입니다. 발표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제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 보다 아이들이 수업을 하면 훨씬 몰입도가 높습니다. 아이들마다 수업하는 형태가 다릅니다. 이 날 수업을 진행한 아이는 문제를 준비해 와서 맞히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과자랄 나눠주더군요. 질문할 때마다 손을 번쩍 번쩍 드는 아이들이 귀여웠습니다.

지금 꿈키움중학교에서는 작은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뭘로 보이시나요?^^. 


토끼장입니다. 저희 집에서 기르고 있는 토끼를 학교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마침 학교에 동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고, '동물농장'이라는 자율 동아리도 만들었습니다. '동물농장' 아이들과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 토끼장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정기샘, 태화샘, 태호샘께서도 큰 수고해 주셨습니다. 다음 주가 되면 토끼들이 새 집으로 이사옵니다.^^


매주 목요일 5교시~6교시는 공동체 회의 시간입니다. 학교 교칙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공동체 회의는 경남꿈키움중학교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이다."


비민주적이고 통제적인 교사 위주의 문화가 아닌 학생들의 토론문화, 공동체 문화를 위해, 민주적인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회의 진행이 원만하지 않고 어색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샘들은 아이들의 회의 진행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습니다. 평가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회의를 존중합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12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두시간 동안 진행하는 회의 시간에 '조용히 해라.'는 샘들의 명령과 협박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습니다. 샘들은 회의에 참여만 하지, 진행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소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회의를 진행하는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회의에 집중하자고, 좀 조용히 하자고 서로 말합니다.  

이번 주 월요일은 개교기념일이라 주열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해서 부득이 공동체 회의 시간에 주열기를 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 주열기 시간에는 이그나이트 형식으로 발표합니다. 이번주 발표한 아이들은, 세계 문화 유산과 자신의 취미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면 자유로이 질문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번 주 공동체 회의 부터는 학생회 일꾼들이 돌아가며 진행을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학생회 일을 하며 공동체 회의를 진행하는 경험을 모두 해보면 좋겠기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처음 회의를 진행한 2학년들은 어색해 했지만 무리없이 잘 마무리 했습니다.


대안교육, 대안학교가 따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꿈중은 인가학교로서 학력도 인정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육활동이 이루어집니다. 꿈중에서 가능하면 일반 학교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이 보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례들은 일반학교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는 너무 높은 벽이 있습니다. 경남에서는 대안학교, 행복지구, 행복학교, 일반학교가 각각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행복학교의 교육활동들이 일반학교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교육, 인성교육을 누구나 강조하지만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대해선 인색합니다.


여전히 많은 학교의 교장실에는 역대 교장샘들의 사진이 달려 있고, 교장이 바뀌면 교장실의 인테리어가 바뀝니다. 아직도 교장샘을 학교의 최고 상전으로 모시는 학교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말로는 다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의 제왕은 교장입니다. 현재의 교육청은 학교장에게 재량권을 많이 줬다고 하지만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은 한계가 있습니다. 어차피 교장샘들은 교육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청이 인사권과 예산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공문 대부분은 미리 준비했는지, 위원회를 만들었는지 등 혹시 사고가 생겼을 때, 사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문서로 잡일이 가득합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드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공문에 대해 '이거 안하면 안됩니까?'라고 물으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안 다칩니다.'는 답변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들도 자신있게 교육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뭘 하려 해도 지침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공문에 맞춰, 하라는 기준에 맞춰 해야 합니다. 기준에 없는 것을 하려하면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교육청에 전화하는 것도 결국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찌보면 교사, 학교, 교육청은 서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폭탄을 돌리는 꼴입니다. 아이들은 대체 어디있나요?


덴마크에서는 학교에 예산을 주더라도 자율권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학교를 믿는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됩니까?


잘못한 사실이 밝혀지면 확실히 처벌을 하고 서로 믿고 지지하면 안 되나요? 꼭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나요? 그러면서 창의력, 개성을 또 강조하는 것은 뭘까요?


저는 바랍니다.


대안학교에서 '대안'이라는 글자가 빠지고 그냥 '학교'가 되는 세상을 바랍니다.


학교 샘들이 승진을 하기 위해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더 잘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종 시범사업으로 새로운 교육활동이 학교로 계속 파고들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교에서는 민주시민으로서 성인이 되는 과정, 사회로 나가기 전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되길 바랍니다.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얼마나 값지고 가치있는 지를 배워가길 바랍니다.


교사는 가르치고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같이 주고받는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고 해도 세상이 망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학교에 자율권이 없어서 세상이 망하기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안학교'가 아니라 '대안사회'일 지도 모릅니다.


이제 1%가 행복한 세상이 아닌 99%가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대안이 대안이 아닌 세상, 저는 그런 세상을 바랍니다.


대안학교, 별 것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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