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매일 점심시간, 직접 라디오 방송하는 중학생들.

마산 청보리 2018. 3. 21. 07:00

경남꿈키움중학교(이하 꿈중)에는 많은 동아리가 있습니다. 저번에 소개드린 바와 같이 공식 동아리와 자율동아리가 있는데요. 

공식 동아리와 자율동아리의 차이는 공식 동아리는 정규 수업시간에 활동 시간이 보장되고 자율 동아리는 수업시간에 잡혀 있지는 않지만 활동 내용은 똑같은 동아리입니다. 단지, 수업시간에 하냐 안하냐의 차이고 별 차이는 없습니다. 


꿈중 동아리 중 방송부가 있습니다. 방송부는 주로 학교 행사 시 마이크 설치, 노트북 설치, 사진 촬영, 영상촬영 등의 일을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행사 도우미의 역할을 했었지요. 그런데 꿈중은 개교한지 5년 밖에 되지 않아 방송 시설이 참 좋습니다. 방송부 아이들을 모아서 이야기 했습니다.


"방송부 활동이 재미있나요?"

"...."


"재미없지요?"

"...."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 컨텐츠를 만들어 해야 합니다. 기존의 일만 반복하면 당연히 재미없지요. 방송부는 장비를 설치해 주는 부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방송국 담당자들 입니다. 촬영하고, 컨텐츠를 만들고, 방송을 이용하여 우리 학교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신날 수 있을 지, 여러분들의 관심과 재능을 어떻게 활용하면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봅시다. 그리고 당연히 공부해야 합니다. 마산 YMCA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여름방학 기간 영상캠프를 실시합니다. 우리가 캠프를 열기는 어려우니 우선 그 곳부터 참가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송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해봅시다."


아이들의 눈빛이 빛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장 마산 YMCA 청소년 문화의 집 김*화 간사님께 전화드렸습니다

"네 잘 지내시지요? 김용만입니다. 이번 여름 영상캠프에 우리 학교 방송부 아이들 참가하려 하는데 지금 접수해도 되나요?"


간사님께서는 웃으시며 지금 접수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후에 일정이 나오면 다시 연락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영상캠프를 신청하면 갈 수 있는 친구들 있나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해주었고, 하고자 하면 하면 된다고 격려했습니다. 며칠 후, 방송부 아이가 교무실에 왔습니다.

아나운서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직접 방소 원고를 작성해 왔습니다. 매일 점심 시간 꿈키움 라디오를 진행한다.며 소개했습니다. 신청곡도 받고, 익명사연도 받고, 생일인 친구 축하도 한다고 합니다. 사연을 보내준 친구 들 중 뽑아서 문상(문화상품권)도 준다고 합니다. 일기예보, 학교 행사까지 안내하더군요.^^

하지만 라디오 방송을 교무실에서 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해 보였습니다. 해서 방송실에서 방송하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방송부 담당샘과도 통화했고, 제가 아는 지역의 유능하신 PD님께도 여쭸습니다. 방송 기계 사용법 동영상도 찾아보고, 정말 몇 일 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결국 실패했습니다.ㅠ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방송부 담당이신 김정숙샘의 헌신적인 협조로! 장비를 설치해준 회사분을 모셨습니다. 아이들은 4시간 정도 그 분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일!!! 오늘!!! 점심 시간!!

짜잔!!!! 방송실에서 첫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송실 안 스튜디오에서 하는 방법은 아직 우리가 모릅니다.ㅠㅠ. 하지만 방송실 안에서 방송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변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이크 두개를 뽑아 두명이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방법은 모릅니다.ㅠㅠ.


첫 방송 개시 후 방송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선생님!! 복도에서 들려요!!!"


방송부에서 첫 방송인데 익명의 사연이 두개나 소개되었습니다.

"누구누구 사랑해. 누구누구야 오래 가자~~~~."


익명사연이었지만 누군지 다 알겠더군요.ㅡㅡ;;

방송부 앞에 귀여운 응모함까지 만들어 두었더군요. 참 귀엽습니다^^.


해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스스로 도전해서 하는 일입니다. 


스스로 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못해도 괜찮습니다. 


잘하는 아이, 성공하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학교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 스스로를 사랑하고 주위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이기는 법, 강해지는 법이 아닌 함께 하는 법, 나누는 법, 도와주는 법, 도움을 청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방송부 아이들의 첫번째 도전은 성공했습니다. 점심 때 라디오 방송이 잘 되고 나면 또 다른 재밌꺼리를 찾을 것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할 때, 해 볼 수 있도록 지원만 하면 됩니다. 진행하고 평가하는 것,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입니다. 직접 해봐야 배우는 것이 깊습니다. 


꿈중 방송부 아이들이 자라서 방송관련 직업 갖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을 위한 체험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해본 경험, 그 계기가 방송이 되기를 바랍니다.


"난 중학 시절 방송부를 했어. 당시 우리는 점심 때 라디오 방송을 했지. 반응이야 어떻든, 우린 해냈어. 그 때 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내가 방송을 좋아한다는 것, 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당시 나의 경험은 내 삶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아이들이 이렇게 추억하면 좋겠습니다.


경험 중 잉여경험은 없습니다. 어떤 경험도 도움이 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삶만이 성공한 삶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고, 의미있게 산다면, 그 삶이 성공한 삶입니다.


아이들에게 성공적인 삶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 방송부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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