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민주적인 교사회의, 행복한 주열기.

마산 청보리 2018. 3. 20. 07:00

벌써 3월 4째 주가 되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이하 꿈중)에서는 매주 월요일 교사회의를 합니다. 교사회의는 말그대로 샘들의 민주적인 회의입니다. 일반학교에서는 교무회의라는 것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만 회의지 교장, 부장샘들의 업무지시사항을 이야기하는 단순 통보하는 자리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교샘들은 월요일을 업무명령하달로 시작합니다. 월요일이 설레기 힘든 이유입니다.


꿈중의 교사회의는 1학년 1반 담임샘부터 시작합니다. 지난 한 주간 그 반에서 있었던 이야기들,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 관계를 잘 봐야 하는 아이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는 아이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담임샘께서 말씀하시면 교과샘, 동아리 지도샘, 대안교과 샘, 영양사샘, 상담샘, 보건샘, 행정실까지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공유하고 도울 점을 함께 모색합니다. 3학년 3반까지 끝나고 나면 샘들이 의논할 주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교의 정책, 일정, 계획 등 세세한 것까지 민주적으로 협의합니다. 


교장샘, 교감샘은 회의를 경청하십니다. 샘들의 결정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십니다. 샘들이 건의하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 됩니다. 어찌 회의가 신이나지 않겠습니까.^^


교사회의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이 등교합니다. 11시 15분 부터는 주열기를 합니다. 주열기는 전교생, 전샘들이 모두 발표합니다. 이그나이트 형식으로 발표합니다. 20장의 사진을 15초씩 넘겨 자신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발표합니다.

꿈터 앞의 신발들.^^. 저는 꿈터 앞에 아이들의 신발이 어지러이 있는 것이 왠지모르게 귀엽더군요.

원래 시청각실에서 발표하는 데 이 날 시청각실 모니터가 고장이 나서 부득이 꿈터에서 진행했습니다. 꿈터도 나름 오뭇하고 좋았습니다.^^

첫번째 학생이 발표했습니다. 아이들말로는 2년간 전체 앞에서 한번도 발표한 적이 없는 친구라고 했습니다. 세계의 신기한 음식들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우와! 저런 음식이 있었어?' 저도 깜짝놀랬습니다. '제비집, 달팽이, 거미튀김, 양내장, 뱀머리튀김, 참치눈알' 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물었습니다.

"섭이는 발표한 내용 중 몇 가지를 먹어봤나요?"

"두가지요."

"뭐죠?"

"뻔데기와 산낙지를 먹었습니다."


"와!!!!!"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졌습니다.


신기한 음식에 우리나라 뻔데기와 산낙지도 있었거든요.

다음으로는 3학년 여학생이 화장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요즘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화장품 종류와 가성비에 대해 말했습니다. 여학생들의 폭발적인 호응과는 달리, 남학생들은 사뭇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더군요.ㅋㅋㅋ. 사실 저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는 안돼었지만 여학생들을 이해하고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들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새로오신 미술샘 발표였습니다. 아 진짜 철효샘, 재밌었습니다. 본인이 꿈중 와서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샘 그림 잘 그려요?"

"샘 뭐 잘해요?"

이런 말이었다고 합니다. 해서 본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발표를 준비하셨습니다.


한장 한장 소개될 때마다 엄청난 함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철효샘의 발표 후 결론은!!!


아주 유능한 미술샘이시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도와주겠다. 그림은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3학년은 자기성장프로젝트 수업을 했습니다. 앨범제작을 맡은 아이는 요즘 DSLR 카메라 익히기에 푹 빠졌습니다.

와우!!! 올해 우리학교에 인터넷 방송이 런칭되었습니다. 3학년 두명의 친구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학교 소식을 올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BJ 경험이 있는 친구들입니다. 기대됩니다.^^ 

저녁 방과후, 월요일은 제과제빵입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직접 만듭니다.

제과 제빵반은 인기폭발입니다. 이유를 보니, 저희가 만들고 나눠먹더군요.ㅋㅋㅋㅋ. 제사보다 제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 뭐, 충분히 이해됩니다.^^

우오!!! 맛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이 글을 쓰는 시각이 저녁 8시 쫌 넘었습니다. 아이들은 8시가 되면 기숙사로 전원 입실합니다. 학교가 조용합니다. 아무리 요즘 애들이 싸가지가 없고, 어떻고 저렇고 싸도 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면 썰렁하고 심심합니다.


학교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편안하면 잔인한 학교폭력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뭔가 소통이 안되고 불안하고, 불편하고 괴로울 때, 폭력은 나타납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아이가 속한 사회가 행복해야 합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을 위해 이해하고 노력할 때, 공동체 의식은 자연스레 성장합니다.


물론, 당연히, 꿈중이 완벽한 공동체 학교는 아닙니다. 택도 없지요. 훨씬 민주적이고 좋은 학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꿈중에 희망이 있는 이유는, 뭔가 함께 해보려고 노력하는 샘들과 충분히 즐길 아이들, 지지해주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제가 아이들이 만든 쿠키를 얻어먹었기 때문에 적는 글은 결단코 아닙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샘들도 행복합니다.


오늘도 꿈중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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