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초보자도 쉽게 따라하는 만년필 잉크 넣는 법

마산 청보리 2018. 3. 10. 07:00

선물은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받을 때도 감동이지만 선물을 볼 때마다 당시 상황, 선물했던 이가 떠오르며 조용한 미소가 생깁니다.


해서 한번쓰고 버리는 선물보다는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직장을 옮겼을 때 지인으로부터 만년필을 선물받았습니다. 알파벳 철자가 틀리기는 했지만 제 이름이 새겨진, 정성어리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습니다. 중요한 서명을 할 때, 일부러 이 만년필을 사용했지요.


이 만년필을 자주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1년이 지나니 잉크를 다 썼고 리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헌데 이 만년필은 카트리지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잉크를 사서 쉬운 방법으로 리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군요. 당장 도전했습니다.

준비물입니다.

만년필, 잉크, 주사기입니다. 약국에 파는 주사기도 있지만 의료용은 바늘도 가늘고 좀 무섭더군요.^^; 저는 문구점에 가서 교육용 주사기를 샀습니다. 5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잉크도 가격이 다양했습니다. 20,000원이 넘는 외제 잉크도 있었습니다. 저는 국산 잉크를 5,000원 정도에 구입했습니다. 제가 초보라 잉크의 차이는 모르겠더군요.^^;


만년필을 분리하여 카트리지 입구 쪽에 주사기로 빨아들인 잉크를 조심히 흘러 넣었습니다. 아주 조심조심요.

카트리지가 금방 차더군요. 떨리는 손으로 만년필을 다시 조립했습니다. 속으로 '이게 될까? 이렇게 허접하게 해도 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만년필을 계속 흰종이에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으악!!!!! 잉크가 나왔습니다!!!!!


이 순간 소리지를 뻔 했습니다.

"야호!!!!!"


마침 이 날 만년필을 저에게 선물했던 동생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희한하게 그리되었습니다.


동생에게 다시금 고맙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이 만년필을 볼 때마다 니 생각이 난다고, 당시 직장을 옮겨 마음 어색한 저에게 이 친구의 만년필은 특별한 힘을 주었습니다.


올해 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물건을 챙기는 과정에서 만년필을 1순위로 챙겼습니다. 제 자리에 잉크와 함께 모셔두었습니다.


이 만년필은 특별한 물건입니다.


글을 쓸 때 뿐 아니라 마음이 허할 때,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깁니다. 주로 책을 선물했는데, 앞으론 좀 더 의미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년필 잉크 넣는 법이 이 포스팅의 제목인데 내용은 결국 사람이군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만년필은 잉크를 교체하면 계속 쓸 수 있습니다. 만년필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선 촉을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면 상처가 생기고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 사이에, 뭐 친하니 이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뭐야 왜 내 말을 안들어!! 꼭 이런 것에 돈을 받아야 돼?'


관계는 내 위주가 아니라 상대위주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든 지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은 땐 웃고 챙기더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관계의 깊이는 좋을 때가 아니라 힘들 때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나에게 좋은 친구가 몇 명인지를 세는 것보다

내가 어떤 친구일까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만년필 같이 오래두고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정성담긴 선물은 참 좋습니다.^-^


대가성, 뇌물성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맙시다. 선물은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지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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