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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5 사라진 학급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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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5.26 

 

여느 때와 다름없이 종례를 하러 교실에 올라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 장난끼 있는 표정으로 애들앞에 섰다.

 

한놈이 말했다.

 

'선생님 안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웅성웅성했다.

 

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뭔데?'

 

'학급비가 없어졌습니다.'

 

순간.. 난 보통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얼마 전에도 우리반 살림부 승이가 관리하던 학급비

 

3,000원이 없어졌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없어진 돈은 30,000원돈. 게다가 이번에도 승이가

 

관리하고 있었다.

 

승이를 봤다.

 

얼굴이 무척 어두웠다.

 

음...

 

'우리반 점심 먹으려 갔다 오니깐 없어졌습니다.'

 

'승이가 가방 깊숙이 숨겨두었는데 없어 진 것을 보면

 

우리반 친구중의 한명이 가져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다른반이 가져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것 같습니다.'

 

범인이 우리반에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여러분. 우리반에서 이렇게 두번이나 돈이 없어진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저번의 3,000원은 그렇다 쳐도 이번의

 

30,000원은 상당히 큰 금액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반 친구가 그랬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친구가 얼마나 돈이 필요했으면

 

그랬을까요. 돈이 없어진것도 마음 아프지만 더욱 마음 아픈 것은

 

친구를 의심하는 아니 친구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선생님이 지금 짝지끼리 소지품 검사를 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만약 실제로 우리반 친구중에 그 돈이

 

나올까봐 그것이 선생님은 겁이 납니다.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혹!..만에하나 혹..실수한 친구가 있다면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난 말을 마쳤고 잠시 침묵이 흘렸다.

 

'선생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 현아 무슨 좋은 생각 있습니까?'

 

'네 우선 5월달에 우리반이 필요한 돈을 계산해서 우리들이

 

조금씩 다시 내면 어떨까요?'

 

'네 선생님 한달에 원래 1,000원씩 내지만 500원만 내면 어떨까요?'

 

곤이도 말했다.

 

사실 5월달에 우리반은 사랑의 달리기 전체 참가와 우리반

 

운동회라는 두가지 학급행사가 있는 상태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다른 친구 생각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해요'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선 잔치부에서는

 

학급운동회때 필요한 돈을 계산해 보고 각 조 조장들은 사랑의

 

달리기할때 우리반 깃발이 필요하니 그것에 대한

 

디자인과 천을 살때 필요한 가격을 알아오기 바랍니다.

 

'예!!!!!'

 

-----

 

한 놈이 손을 들었다.

 

'왜?'

 

'칭찬할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반은 칭찬 종례를 한다. 하루 생활중에 칭찬 할 친구가 있으면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그 친구를 칭찬하는 것이다. 몇명이든

 

상관없다. 칭찬이 끝나면 아이들이 박수와 함께 난 칭찬카드를

 

준다.

 

'말해보세요.'

 

'네 아까 승이가 돈이 없어 진것을 알고 많이 당황해 하고

 

몇몇 친구들이 승이에게 돈간수를 잘 못했다고 뭐라고 하고

 

그랬는데 병이가 그 말들을 막고 승이편에서 승이를 위로해

 

줬습니다. 그래서 전 병이를 칭찬합니다.'

 

승이의 눈에 잠시 눈물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그랬어요? 병이가 참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네요. 그래요 사실

 

오늘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친구는 승이일꺼예요. 마음이 참으로

 

힘들었을 텐데..그러한 친구를 위로하고 격려한 병이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짝..짝짝짝짝!!

 

한명이 치던 박수소리가 점점 커져 온교실을 덮었다.

 

병이는 쑥스러워했고 승이는 표정이 밝아졌다.

 

----

 

지금도 마음이 썩 깔끔하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 우리 아이들은 30,000원을 주고 친구에 대한

 

좋은 경험, 친구에 대한 사랑이라는 두가지 선물을 샀다.

 

회의가 끝나고 힘차게 인사하고 집으로 가는 이 놈들의 눈에서

 

친구를 의심하는 눈이 아니라 친구에 대한 믿음을 가진

 

눈들을 보았다.

 

난 하나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이놈들은 스스로 두개, 세개를

 

몸으로 배워간다.

 

난 언제쯤 이놈들의 위에서 이놈들을 가르칠수 있을까..

 

지금의 난 이놈들의 뒤에서 이놈들을 가르치는 것 같다.

 

이렇게 밝고 순수한 놈들과 생활하는 난..

 

참으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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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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