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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7년차...


생각으로는 항상 사랑해야 한다고 세뇌(?)하지만 실제론 진짜 사랑할 때 10%, 사이 좋을 때 30%, 평범할때 40%, 싸울 때 2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살았다고 해서 상대를 더 잘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떤 습성이 있는 지 정도를 알고 시끄럽지 않기 위해 넘어간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입니다. 저의 경우입니다. 아내님은 '참는다.'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족여행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가족들이 좋은 추억을 가지기 위해 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24시간, 아니 그 이상 같이 있다보면 사소한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갈 때도 있지만 폭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당시의 컨디션, 상황, 이전에 참아왔던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제주도에 가족여행을 갔었습니다. 여행 이튿날 아침에 사단이 났습니다. 스케줄을 짜는 과정에서 아내님이 화를 내셨습니다. 물론 저의 자극이 기폭제가 되었지요. 아내님이 기분 좋은 상황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 아내님도 마음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폭발했고 아이들 앞에서 간만에 화끈하게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님의 폭발에 제가 응수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내님은 저의 언행에 화가 단단히 났고 저는 차분히 대화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했습니다. 이런 저의 자세가 아내님을 더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아내님은 방을 나갔고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였습니다.  허무한 저는 속이 아주 복잡했습니다. 바로 아내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렇게 나랑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하면 내가 갈께. 아이들이 엄마 찾고 난리야. 다시 와죠. 내가 갈께." 아내님은 답했습니다. "잠시 내려와봐."


딸아이에게 엄마 데리러 간다고 했습니다. 딸아이가 울면서 말했습니다.

"아빠,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하지말고 엄마 말 잘 들어줘. 알겠지? 잘못했다고만 말하면 안돼. 엄마 말 잘 들어줘야 해."

"응 알겠어. 시키는 대로 할께."


내려갔고 한시간 가량 로비에서 아내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심각한 대화가 오갔고 저도 속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언제 싸웠냐는 둥 방으로 같이 갔고 웃으며 아이들을 안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싸워서 미안해."


"괜찮아. 나도 친구들과 가끔 싸워. 이제 엄마 안가는 거지?"


"응, 우리 이제 어디갈까?"


"난 어디든 좋아. 우리 가족이 같이만 간다면 어디든 좋아."


음...제 페북과 블로그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우리 가족이 평화롭고 행복한 것으로 아시는 것 같아 사과의 말씀 먼저 드립니다. 제가 좋은 모습만 올린 탓입니다.


저희도 자주 싸우고 의견 충돌도 흔하며 제가 주로 많이 삐낍니다. 저는 삐끼면 말을 안합니다. 아내님은 그런 저의 심기를 눈치보며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먼저 터트립니다. 이 상황이 반복됩니다. 오래 살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결혼생활은 이해하고 배려해야만 같이 살 수 있는 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 같습니다. '확 마 때려쳐!!!'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달려와 웃으며 안기는 아이들과, '여보 어제 미안했어.'라고 다정히 말하는 아내님을 보면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래, 내 잘못이 크다. 그래도 아내님 덕분에 내가 사람되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경건한 순간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그 날은 상당히 살벌했습니다. 딸아이가 엄마 아빠가 싸웠던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내님과 이 그림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아내님은 불길에 휩쌓여 있습니다. "엄마 초사이어인 된 것 같아!!" 이 말을 하자마자 바로 후회했습니다. 아이들은 드래곤볼을 모릅니다.ㅠㅠ. 아빠의 복잡한 마음을 땀과 표정으로 표현했습니다. 꼬맹이 둘은 엄마 분노의 불에 마시멜로를 구워먹고 있다고 그렸습니다. 당시에는 울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 딸아이도 엄마, 아빠의 싸움을 이해하고 당시 상황을 재미있게 풍자한 것 같습니다. 

"왜 마시멜로를 그렸어? 그게 먹고 싶었어?"


"아니, 그리다 보니 생각났어. 마시멜로를 구워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엄마가 화냈던 것 같애."


엄마, 아빠의 싸움을 재치있게 표현한 딸아이의 기억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 들었습니다. 해서 기념품 가게에서 갖고 싶다는 장난감을 한 개 흔쾌히 사주었습니다.^^


부부싸움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만 기록을 위해 남깁니다. 엄마, 아빠도 싸울 수 있고, 싸우는 순간보다는 화해와 그 후의 행동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 같게도 싸운 후 대화하고 나서 우리 가족은 더 끈끈하고 알차게 남은 기간 여행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아꼈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평생 철이 안 든다는 말이 있더군요. 저 자신을 합리화 하기위해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남자는 평생 철이 안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내님, 철없는 아들 한명 더 키운다고 생각하시고 삐끼는 것도 귀엽게 봐 주세욥!!! 우짜겠습니까!!! 물론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싸움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아이들 없을 때 싸우기란 실로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싸우지 않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이들을 건강히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싸우고 나서 엄마, 아빠가 왜 싸웠는지를 설명하고 아이들이 묻는 말에 대해 진지하게 답해줍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싸워서 놀랬지, 미안해"라고 말합니다. 아직 꼬맹이는 뭔지도 모르고 베시시 웃으며 밥 먹을 때 마다 물어봅니다. "어제 엄마, 아빠 왜 싸웠어. 엄마는 왜 아빠를 혼냈어?" 처음 한두번은 친절히 설명했지만 매번 웃으며 묻는 이 놈 마음이 궁금합니다. 저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물어보는 것 같다는...ㅠㅠ


결론은!!!


저희 부부도 자주 싸웁니다. 분명 사랑한다고 말 하지만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부부이기에 그 상처가 더 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그래도 이 사람과는 대화가 된다는 믿음 또한 있습니다. 싸우고 나면 당분간 말을 하지 않다가도 긴 장문의 글을 보내든, 밤에 이야기를 하든, 어떻든 서로의 마음을 듣고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싸울 때는 정말 싫지만 사이가 좋을 때는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거든요.^^;;


이 글을 제 아내님께서 못보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이 또 다른 싸움의 시초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제 아내님을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은근히 말을 흘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신랑이 사람이 참 된 사람이더라.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많이 하더만, 오늘 저녁 소고기 구워주라." 라고요.ㅋㅋㅋㅋㅋㅋ


결혼은, 가족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반대로 위로를 더 많이 받는 소중한 관계입니다. 싸웠기 때문에 더 가까워지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이 땅에 부부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딸과 아빠의 그림일기는 계속됩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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