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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하기 힘든 아내"


뭘 하기 힘들까? 설마 그것?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골랐습니다.



책의 저자는 '다나베 세이코'씨 입니다.1928년 생으로 일본에선 꽤 유명한 소설가, 수필가입니다. 


-(다나메 세이코는) 여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 연애소설을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갔다. 소설 외에도 사회풍자적 에세이를 정력적으로 썼으며, <겐지 모노가타리>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등 고전문학 번역에서 평전 집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중략) 남녀의 습성에 대한 집요한 통찰력과 폭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승화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본문 중)


작가 소개글만 봐도 매력을 느꼈습니다. '남녀의 습성에 대한 집요한 통찰력, 유머러스한 문체.' 여전히 설렘을 안고 책을 펼쳤습니다.


한국에는 2016년 10월 17일에 나온 책입니다. 일본에서는 1978년부터 1987년 주간지 <슈칸분슌>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꾸린 에세이집입니다. 다나베 세이코는 <슈칸분슌>에 1971년부터 1990년까지 20년에 걸쳐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다시말해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소개되었지만 1987년의 일본에서 적힌 글입니다. 즉 30년 전에 적힌 글이라는 뜻이지요. '뭐야? 30년 전 일본 책을 2017년 한국에서 볼 필요가 있어? 대체 뭐지?'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30년 전의 일본사회와 지금의 한국사회가 엇비슷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다나베 세이코씨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남자는 생각보다 여자를 모르지만 여자 역시 의외로 남자를 모르는 거 아닐까요? 뭐 무리도 아니죠. 사실 어두운 데서 서로 손전등 켜고 상대를 세세히 살펴볼 수는 없으니까요.


책에는 다나메 세이코씨와 가모카 아저씨의 만담이 주를 이룹니다. 다나메 세이코씨는 여자의 입장에서, 가모카 아저씨는 철저하게 남자의 입장에서 대화를 합니다. 뭔가 갈등상황이 있는 것 처럼 보이고 항상 여자가 이길 것 처럼 보이나 의외로 대화는 1승 1패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글이 좀 길지만 책의 한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소주에 물을 타 마시며 가모카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왜 여자가 끼어들면 보통 흥이 깨질까요. 영화에서도 그렇고, 파티에서 담소를 나눌 때도, 회의에서 토론할 때도, 모험소설에서도,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그럴까요?" "그건 머리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어머머, 그런 막말을 그렇게 쉽게 해도 괞찮아요? 아저씨는 여성의 우군, 남자 잔 다르크 아니던가요?" "아니, 그건 이미 관뒀습니다. 억지로 거짓말하는 것도 이젠 지쳤어요. 진심을 말하자면 여자는 머리가 나빠요. 그래서 여자가 끼어들면 모두 엉망이 돼요. 여자가 말참견하면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한창 남자끼리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 데 여자가 들어오면 싸아, 하고 흥이 깨진다니까요. 여자는 전후좌우를 둘러보고 때의 흐름, 분위기의 흐름을 탁 알아차리는 능력이 없어요. 모든 걸 자기 본위로 생각하니까요."

"흥!"

"혹은 교과서대로만 행동한다고나 할까. 처음 배운 대로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 겁니다. 정말 머리가 나쁘다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어 차 운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신호가 노랑으로 바뀌면, 여자 드라이버는 뒤에 차가 밀리건 말건 그냥 법을 지킨다고 그 자리에 딱 멈춰 서서 버팁니다. 멍청하게도 파란 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바로 멈춰 서는 경우도 있지요. 전후좌우 살피면서 길도 좀 비켜주고 하면서 유연하게 처신하는 걸 못해요. 응용이 안되는 거예요. 여자는."

"정말 그럴까요? 왜 그렇지?"

"머리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일본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차이를 두 명의 남녀가 편하게 대화합니다. 이 책이 30년 전에 적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때는 '일본이 이리도 갑갑한 사회였나? 여자를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건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0년 전에 적힌 글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당시 대한민국도 이와 별 차이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중국 남자들의 삶에 대한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유교의 발원지라고 하는 중국에서 조차 남녀 평등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서 평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1995년에 개정된 '여성 권익 보호법 제2조' 에 따르면 "양성 평등은 국가의 상징이다. 국가는 여성의 발전과 진보를 매우 중시하며, 양성평등을 국가의 발전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일본은 유독, 여성을 남성의 소유화, 상품화 하는 현상이 강합니다. 왜 그럴까...? 자연스레 고민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막 시작할 무렵의 일본 사회,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간의 인식의 차이 등 일본 내 존재하는 여러 사회현상들에 대해 가벼우면서도 통찰력있게 풀어냅니다.


250페이지 정도의 비교적 얇은 책이기도 합니다.


제목보고 고른 책이지만 다 읽고 나서도 '하기 힘든 아내'라는 제목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읽어보시고 이 책의 제목이 뜻하는 바를 같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남, 녀, 사랑할때면 보이는 것이 없지만 이해하지 않으면 여전히 먼 당신들입니다.


하기 힘든 아내 - 10점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바다출판사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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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열병처럼 당신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혹 당신은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시골에서 얻을 수 있다는, 그야말로 망상에 가까운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요?(본문중)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책표지>



지은이 마루야마 겐지는 실제로 일본의 시골에 살고 있는 소설가입니다.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는 책으로도 우리나라에 알려진, 독설적인 화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 또한 독설적인 화법으로 온전한 귀농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시골이 이렇게 무섭고 갑갑하고 위험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언론에서 떠드는 ‘조용하고 인정많고 여유로운 귀농생활’이 실제는 환상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의 말미에 진짜로 하고 싶은,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인간사의 부분에 대해 풀어냅니다. 기대로 책을 펴고, 분노로 책을 읽으며, 깨우침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지만 질책을 무릅쓰고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당신은 진정 홀로서기를 한 사람입니까?(본문중)

마루야마 겐지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독자에게 묻습니다. 겐지는 현대인을 이렇게 평합니다.

요컨대 당신은 홀로 우뚝 선 한 인간이 될 기회를 깡그리 빼앗긴 채 나이만, 육체만, 생식 기능만 갖춘 성인이 된 것입니다.(본문중)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채 주위의 말과 대세에 흔들리는 사람은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시골은 그렇게 환상적인 곳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자신을 챙기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배우자를 배려하지도 못하면서 성급히 귀농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합니다.

시골의 현실

시골 생활을 실천하는 데에도 목적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등의 동기가 전부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합니다.(본문중)

이런 종류의 동기는 좌절되기 십상입니다. 시골은 생각만큼 평화로운 곳도, 대화가 통하는 곳도, 인정이 많은 곳도 아니라는 말을 몇 차례 강조합니다. 시골에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가 뭘까요? 농사는 누구나 지을 수 있는 것일까요? 내가 먹을 만큼만 텃밭을 가꾸는 것은 현실적일까요? 겐지는 말합니다. 하나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환상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시골은 위험합니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부터 수많은 범죄가 일어납니다. 범죄인들의 1차 범행대상이 집을 새로 짓고 귀농한 힘이 없는 노부부 입니다. 만약 노부부가 퇴직금을 가지고 귀농한다면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킬 각오를 해야 합니다. 무기를 만드는 법, 생존을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안방은 요새처럼 견고하게 꾸며야 합니다.

이런 내용은 처음에는 단지 흥미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현실이었습니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고 치안도 불안합니다. 경찰서에 연락해도 도시만큼 신속히 처리되지도 않고 정작 다쳐도 병원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하면 상상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겐지는 이것 또한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시골 생활의 정점은 땅을 사고, 집을 짓고, 그 지역으로 이주했을 때입니다. 신축 기념, 이사 기념, 새 출발 기념을 하려고 도시에서 사귄 친구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 날이 행복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이 친구나 지인들의 시선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수개월, 늦어도 몇 년 후에는 권태감과 고독감과 좌절감에 휩싸이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어느 사이에 도시 친구들도 들르지 않게 되고, 지역 주민들과 삶의 방식이 달라 지칠 대로 지쳐 갑니다.(본문중)

단지 귀농하는 순간만을 상상하며 미친 듯이 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귀농할 때에는 부부가 건강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노후가 진행되며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될 때 어

떻게 할 것이냐고 되묻습니다.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요? 미비한 노인 복지시설에 기댈 건가요? 자식들 집으로 들어갈껀가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장밋빛 인생만을 꿈꾸지 말라고 말입니다.

제대로 된 시골 생활을 하려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겐지는 제시합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진정한 시골 생활은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만이 그 해답이라고 말합니다.

시골에서는 나의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불편함이,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당신 심신을 단련시켜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뇌를 계속 지배해 온 싸구려 이미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하는 묘미를 알게 해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정신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모습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골 생활을 단념하는 편이 좋습니다.(본문중)

겐지는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결국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용한 생활을 꿈꾸며 귀농하는 것은 너무나 철없는 판단이라고 공격합니다. 현대인이 자신을 단련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느닷없이 노후의 세계로 끌려 들어와 정말 자신을 맞닥뜨릴 준비도 없이 결정하는 것에 대해 철없는 짓이라고 단언합니다.

진정한 귀농은 주변의 유혹이나 언론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이 희생할 부분을 명확히 알고 배우자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해야 합니다. 귀농이 곧 새로운 인생의 제 2막이 될지, 비참한 최후가 될지는 오직 자신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달려있습니다. 귀농하면 건강해질 것이라구요? 겐지는 선언합니다. 건강해지려면 시골에 갈 생각을 하기 전에 당신의 비정상적인 생활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폭음과 폭식, 담배, 등을 끊지 못하면서 단지 시골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인 것 마냥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습니다. 시골에 가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도시에서의 편안함을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도시에서의 당연함은 잊어야 합니다. 여행자로써의 시골과 살기 위한 시골은 다릅니다. 당신은 여행자로써의 시선으로 시골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진정한 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본문중)

귀농으로 인한 불편함과 갑갑함을 모두 체험한 후에 행동으로 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상상만으로 들어가서 주변 이웃을 욕하거나, 상상이상으로 빨리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보며 불안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귀농을 행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현실은 당신의 상상과 다릅니다.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자는 귀농해서도 확실한 패배감을 느낄 것입니다.

겐지는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귀농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10점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바다출판사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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