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귀농' 태그의 글 목록

지난 9월 7일, 사천에 집을 직접 짓고 사시는 학교 샘 집에 방문했습니다. 귀농이라고 해야할 지, 귀촌이라고 해야 할 지 헷갈리는데요. 이 샘은 촌에 집을 짓고 출퇴근 하시는 분입니다. 손님을 위한 별채가 완성되었다고, 아이들 데리고 꼭 놀러오라고 해서 시간 내어 방문해 드렸습니다.^^

집의 첫인상은, 좋았습니다. 2층의 으리으리한 집은 아니었으나 그래서 더 정감있었습니다. 마당있는 집, 부러웠습니다.

별채입니다. 본채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습니다. 독립된 공간으로 서로 부담 가지지 않는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노을이 너무 이뻤습니다. 정기샘께서 흔쾌히 초대해 주셔서 우리 아이들만 신났습니다. 곤충 구경하고 개구리 보고, 조용함 속에 풍성함이 묻어나는 곳이었습니다.

정기샘 댁은 일부러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허나 손님이 왔다고 특별히 고기를 구워 주셨습니다. 저녁 대접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아지 마지막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정성을 다해 준비한 밥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사모님께서 블루베리가 들어간 쥬스를 갈아 주셨습니다. 시골 아침에 마시는 특별한 음료 였습니다.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 하시더군요. '이것이 시골의 정이구나.' 덕분에 고마운 아침을 맞았습니다.

동네에 다리 아픈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위로하며 다가갔습니다.

정기샘 댁에도 토끼가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아침에 칡을 따러 갔습니다.

한움큼 따왔습니다.

막내가 지보다 어린 토끼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주는 놈이나 받아 먹는 놈이나 모두 귀여웠습니다.^^

후에 손주가 올 것이니 미리 할아버지 연습을 해야 한다며 정기샘께서 막내 목마를 태워주셨습니다. 온 가족 같이 아침 동네 마실을 갔습니다.

그냥 땅에 떨어진 밤들, 발로 까고 통통한 놈은 몇 개 챙겼습니다. 도시에서는 돈을 줘야만 살 수 있는 것인데 이곳에선 그냥 굴러다니더군요. 시골에 살면 돈을 아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아지풀도 훌륭한 장난감입니다.

탐스럽게 달린 밤, 가을이 다가왔음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정기샘 부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길은 참 좋았습니다.

"아빠, 모자 썼어." 땅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모자 썼다고 좋아하는 막내입니다. 

정기샘 덕분에 농촌 체험 제대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참 좋다. 그치. 우리도 촌에 집 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시골집에서 놀고 오니 아파트 집이 참 심심했습니다. 작은 집에 다락방도 있었고 마당에서 맘껏 뛰어놀 수있고 시골집은 아이들이 놀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근처에 초, 중학교만 있다면 당장 이사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집을 가지는 것이 목표인 적이 있었습니다. 더 넓은 평수를 갖는 것이 목표인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집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행복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파트가 최고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마을의 한 곳에 단층집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장 시골로 이사갈 순 없지만(빚이...ㅠㅠ) 언젠가는 시골에서 작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욕심이 듭니다. 


이 곳에 자주 놀러올 생각입니다. 다행히 정기샘도 아이들이 이뻐서 봐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장 촌집은 없더라도 촌에 사는 좋은 사람을 아는 것도 큰 복입니다.


매 달 한번씩 놀러갈 예정입니다. 저녁 때 보았던 이쁜 노을과 벽의 풀벌레 소리, 고요한 새벽 공기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도시와 아파트가 최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숲 속에서 해맑게 뛰어놀던 아이들의 미소가 보기 좋았습니다. 도시보다 시골에 매력을 느끼다니...저도 나이가 들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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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열병처럼 당신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혹 당신은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시골에서 얻을 수 있다는, 그야말로 망상에 가까운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요?(본문중)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책표지>



지은이 마루야마 겐지는 실제로 일본의 시골에 살고 있는 소설가입니다.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는 책으로도 우리나라에 알려진, 독설적인 화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 또한 독설적인 화법으로 온전한 귀농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시골이 이렇게 무섭고 갑갑하고 위험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언론에서 떠드는 ‘조용하고 인정많고 여유로운 귀농생활’이 실제는 환상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의 말미에 진짜로 하고 싶은,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인간사의 부분에 대해 풀어냅니다. 기대로 책을 펴고, 분노로 책을 읽으며, 깨우침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지만 질책을 무릅쓰고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당신은 진정 홀로서기를 한 사람입니까?(본문중)

마루야마 겐지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독자에게 묻습니다. 겐지는 현대인을 이렇게 평합니다.

요컨대 당신은 홀로 우뚝 선 한 인간이 될 기회를 깡그리 빼앗긴 채 나이만, 육체만, 생식 기능만 갖춘 성인이 된 것입니다.(본문중)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채 주위의 말과 대세에 흔들리는 사람은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시골은 그렇게 환상적인 곳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자신을 챙기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배우자를 배려하지도 못하면서 성급히 귀농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합니다.

시골의 현실

시골 생활을 실천하는 데에도 목적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등의 동기가 전부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합니다.(본문중)

이런 종류의 동기는 좌절되기 십상입니다. 시골은 생각만큼 평화로운 곳도, 대화가 통하는 곳도, 인정이 많은 곳도 아니라는 말을 몇 차례 강조합니다. 시골에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가 뭘까요? 농사는 누구나 지을 수 있는 것일까요? 내가 먹을 만큼만 텃밭을 가꾸는 것은 현실적일까요? 겐지는 말합니다. 하나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환상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시골은 위험합니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부터 수많은 범죄가 일어납니다. 범죄인들의 1차 범행대상이 집을 새로 짓고 귀농한 힘이 없는 노부부 입니다. 만약 노부부가 퇴직금을 가지고 귀농한다면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킬 각오를 해야 합니다. 무기를 만드는 법, 생존을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안방은 요새처럼 견고하게 꾸며야 합니다.

이런 내용은 처음에는 단지 흥미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현실이었습니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고 치안도 불안합니다. 경찰서에 연락해도 도시만큼 신속히 처리되지도 않고 정작 다쳐도 병원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하면 상상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겐지는 이것 또한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시골 생활의 정점은 땅을 사고, 집을 짓고, 그 지역으로 이주했을 때입니다. 신축 기념, 이사 기념, 새 출발 기념을 하려고 도시에서 사귄 친구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 날이 행복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이 친구나 지인들의 시선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수개월, 늦어도 몇 년 후에는 권태감과 고독감과 좌절감에 휩싸이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어느 사이에 도시 친구들도 들르지 않게 되고, 지역 주민들과 삶의 방식이 달라 지칠 대로 지쳐 갑니다.(본문중)

단지 귀농하는 순간만을 상상하며 미친 듯이 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귀농할 때에는 부부가 건강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노후가 진행되며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될 때 어

떻게 할 것이냐고 되묻습니다.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요? 미비한 노인 복지시설에 기댈 건가요? 자식들 집으로 들어갈껀가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장밋빛 인생만을 꿈꾸지 말라고 말입니다.

제대로 된 시골 생활을 하려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겐지는 제시합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진정한 시골 생활은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만이 그 해답이라고 말합니다.

시골에서는 나의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불편함이,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당신 심신을 단련시켜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뇌를 계속 지배해 온 싸구려 이미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하는 묘미를 알게 해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정신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모습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골 생활을 단념하는 편이 좋습니다.(본문중)

겐지는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결국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용한 생활을 꿈꾸며 귀농하는 것은 너무나 철없는 판단이라고 공격합니다. 현대인이 자신을 단련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느닷없이 노후의 세계로 끌려 들어와 정말 자신을 맞닥뜨릴 준비도 없이 결정하는 것에 대해 철없는 짓이라고 단언합니다.

진정한 귀농은 주변의 유혹이나 언론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이 희생할 부분을 명확히 알고 배우자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해야 합니다. 귀농이 곧 새로운 인생의 제 2막이 될지, 비참한 최후가 될지는 오직 자신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달려있습니다. 귀농하면 건강해질 것이라구요? 겐지는 선언합니다. 건강해지려면 시골에 갈 생각을 하기 전에 당신의 비정상적인 생활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폭음과 폭식, 담배, 등을 끊지 못하면서 단지 시골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인 것 마냥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습니다. 시골에 가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도시에서의 편안함을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도시에서의 당연함은 잊어야 합니다. 여행자로써의 시골과 살기 위한 시골은 다릅니다. 당신은 여행자로써의 시선으로 시골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진정한 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본문중)

귀농으로 인한 불편함과 갑갑함을 모두 체험한 후에 행동으로 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상상만으로 들어가서 주변 이웃을 욕하거나, 상상이상으로 빨리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보며 불안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귀농을 행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현실은 당신의 상상과 다릅니다.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자는 귀농해서도 확실한 패배감을 느낄 것입니다.

겐지는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귀농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10점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바다출판사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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