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김해금곡고등학교 이야기

김해금곡고등학교와 남해보물섬고등학교의 체육대회

마산 청보리 2023. 5. 31. 21:43

2023년 5월 31일, 김해금곡고등학교와 남해보물섬고등학교는 합동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2020년, 남해보물섬고등학교는 2021년 개교한 각종학교 입니다. 각종학교는 국어, 역사만 정규시수의 50%만 이수하면 되는 즉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높은 학교 입니다. 졸업하면 학력이 인정되고 학생이 원할경우 대학진학도 충분히 가능한 학교입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올해 1기 학생들이 졸업했는데 졸업생의 90% 이상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와 남해보물섬고등학교는 각종학교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선 학급수가 똑같습니다. 한 학년 정원이 15명입니다. 즉 전교생이 45명이 학교입니다. 해서 체육대회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금곡고 학생회와 보물섬고 학생회 학생들이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일정을 짜고 준비했습니다. 이 체육대회를 '우당탕탕 체육한마당'이라고 칭했습니다.

김해금곡고 학생들은 우당탕탕체육대회를 진심으로 준비했습니다. 축구부 친구들은 매일 점심, 저녁 연습을 했고 여학생들도 빅발리볼 연습을 했습니다. 점심 시간 전교생이 모여 단체줄넘기 연습을 했고 팔씨름, 전교생 이어달리기에 대한 룰도 익혔습니다. 드디어! 5월 31일이 되었고 금곡고 학생들은 8시 30분,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남해보물섬고등학교로 출발했습니다. 학생들도 은근 신나했습니다.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되어 보물섬고에 도착했습니다.

남해보물섬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금곡고 학생들을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승리를 위한 체육대회가 아닌 함께 즐기고 다치지 않는 좋은 만남이 되면 좋겠다고 화답하셨습니다.

첫 공식일정으로 김해금곡고등학교 밴드인 '온에어'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준비한 3곡을 열창한 후 우뢰와 같은 앵콜요청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한곡 더 공연 해주었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공연한 학생들도 호응한 학생들도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남해보물섬고등학교 학생회에서 준비한 단체 레크레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초성퀴즈에 진심으로 임하는 학생들이 귀여웠습니다.^^

이럴수가!!! 김해금곡고등학교 학부모님들께서 남해보물섬고까지 응원차 와 주셨습니다. 위에 옷 보이시죠? 기성품이 아닙니다. 금곡고 학부모 동아리인 옷만들기 동아리에서 직접 만든 특별한 단체복입니다. 부모님들께선 아이들 마실꺼리와 준비된 목청으로 분위기를 한껏 북돋아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남학생들은 축구에 진심인 거 아시나요? 학생들 경기에선 금곡고 학생들이 보물섬고 학생들을 3:1로 이겼습니다. 그 후 번외 경기로 남선생님과 학생들로 팀을 꾸려 재경기를 했습니다. 금곡고가 아슬아슬하게 졌습니다만 즐거웠습니다.^^

남학생들 축구 경기 후 여학생들 빅발리볼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큰 공으로 배구하는 경기인데요. 5번 터치로 상대편에 넘기기, 넘어오는 공 한번에 넘기지 않기의 규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 경기 후 선생님들 경기도 이어졌습니다. 보물섬고 학생들은 금곡고를 응원하고 금곡고 학생들은 보물섬고를 응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흐뭇했습니다.^^

남, 여 경기 후 단체 경기를 했습니다. 단체 줄넘기, 줄다리기, 이어달리기를 했습니다. 허나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전학년이 모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이 아쉬웠습니다. 학생수가 적기에 전교생이 다같이 참여하는 경기가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줄다리기도 신났습니다. 학생들은 줄을 당기고 학부모님들께선 곁에서 힘껏 응원하셨습니다. 적어도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종 결과는 보물섬고가 이겼지만 금곡고 학생들은 축구를 이긴 것으로 흡족해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금곡고 학생들에게는 축구가 제일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결론은!!!! 남해보물섬고등학교와 김해금곡고의 우당탕탕 체육한마당은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각종학교? 대안학교?

고등학생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학교 생활도 중요하고 성인이 될 준비를 해야하는 나이이기에 친구관계, 진로로 고민이 많습니다. 오늘 체육대회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을 털고 신나고 즐겁게 하루룰 보냈습니다. 내일이 되면 다시 진지한 배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이들은 아쉬워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대학을 가느냐, 어느 과를 가느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삶의 근본적 질문은 내 삶이 만족스러운가, 난 그만큼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가, 후회없는 학창시절을 보내는가, 나라는 인간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각종학교 다닌다고 하면 편견을 가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대학은 가요? 배우는 과목수가 적어서 대학갈 수 있어요? 대안학교면 문제아들 가는 곳 아닌가요? 공부는 하나요?'

제가 답을 드리겠습니다.

김해금곡고는 대학진학만이 성공적인 삶의 목표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배움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친구, 선배, 후배들과 생활하며 관계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합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명 한명을 귀하고 특별하게 대할 수 있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성인이 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김해금곡고는 2023년 현재 세계사, 인간과 환경, 공중보건, 여행지리, 영어, 운동과 건강, 비판적 사고와 철학, 미술, 문학, 한국사, 음악, 체육탐구, 식품과 영양, 보건간호, 전쟁사, 미술사, 영화감상과 비평, 삶과 철학, 영어독해와 작문, 과학사, 실용수학, 독서토론, 화법과 작문, 미술창작, 실용음악, DIY목공, 경제과제연구, 수학, 검도, 가죽모피 디자인과 생산, 옷만들기, 컴퓨터 출판 디자인, 영어,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 과학, 영화의 이해, 애니메이션 제작, 태권도, 사진의 이해, 수학, 음악컨텐츠 제작, 생활미술, 영어권문화, 국어, 철학원전읽기, 스포츠 생활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한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이 3과목 이상이고 외부강사선생님들께서 오셔서 아이들을 만나십니다. 1학년은 공통교과를 배우고, 2, 3학년들은 선택교과라 자신이 선택한 과목들을 배웁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흥미,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배움에 임합니다. 대부분 과제가 있고 토론과 발표위주의 수업입니다. 일반학교와는 분명히 다른 교육과정입니다. 솔직히 제가 봐도 고등학생들이 해내기에 벅찬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내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도 있고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금곡고 선생님들은 어려워 하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더 시간을 주어 기다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협업을 청하기도 하며 끝까지 해낼 수 있게 이끕니다. 물론 학생수가 적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해금곡고의 교육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일반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과목과 시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원한다면 우리학교도 교육과정을 일반학교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주제로 선생님들은 교사회의에서 많은 시간 토론을 했습니다.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의 교육과정을 지켜나가자.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일반학교로 가면 된다.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직면하고 인문적 소양을 갖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

당장의 변화나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졸업하고 대학 진학한 1기 학생들의 말을 들으면 우리의 선택이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선생님 대학 가보니, 동기들과 대화가 잘 안되요. 동기들이 하는 고민들, 생각들이 어리게 느껴져요. 저는 금곡고 다니면서 친구들, 선생님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진지하게 했던 고민들을 동기들은 지금하는 것 같아요. 우리학교 후배들이 훨씬 대학교 동기들보다 깊은 것 같아요."

저는 대안학교에 10년정도 근무하고 있지만 솔직히 아직도 대안교육, 대안학교의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이것만큼은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교육과정속에 똑같이 배워서 모두가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현실, 이것이 미래교육의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길은 아주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른들도 다양한 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지지받으며 자란 분이 적습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깊은 고민없이 휩쓸려 자라왔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어른이 되어보니 길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 진지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학창시절 하나에 미쳐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금곡고 학생들은 오늘 체육대회를 했지만 내일이 되면 다시 배움의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 글을 쓰는 밤 9시 30분 현재, 기숙사를 돌아보니 내일 발표할 과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여럿 보입니다. 몸이 피곤하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을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고맙고 대견합니다.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교지만 학생들은 불만을 표하지 않습니다. 과제 준비가 많아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는 있지만 이 학교 다니는 것이 암울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현재는 없습니다. 

평범한 것이 안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학생들에겐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김해금곡고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가 아닙니다. 혹시 김해금곡고 진학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한번 강조 드립니다. 대학진학을 하려면 우리학교 말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에 가십시오. 하지만 고등학교 3년을, 진지하게 배움에 임하며 적은 학교 구성원들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감히 금곡고 입학을 추천드립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학교, 자신의 삶에 책임질 수 있는 학생을 기르는 학교, 이곳은 김해금곡고등학교 입니다.

2023년, 5월 31일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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