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아파트 입대의 선거에 즈음하여.

마산 청보리 2018. 8. 22. 07:00

저는 마산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수일 내에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새 입대의(입주자 대표 회의) 선거가 있습니다. 입대의는 아파트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결정권을 행할 수 있는 중요한 기구입니다. 선거에 즈음하여 제가 아파트 밴드에 아래의 글을 올렸습니다. 기록을 위하여 남깁니다.(아래 글은 밴드의 글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여러분들께 올리는 글>


입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입주민 여러분께 감히 장문의 말씀 올립니다.


새 입대의(입주자 대표 회의) 선출에 관한 게시문을 봤습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든 모르고 계시든, 입대의 대표님들, 그리고 관리소 직원분들, 경비 어르신들, 청소해 주시는 분들의 노고로 우리 아파트가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입대의 분들께 수고에 대한 답 없이 일방적으로 탓만 하는 분들을 뵌 적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쉬운 점을 토로하시는 것이지요.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분의 입장에서는 긍정적 피드백 없이 나오는 불만에 대해서 귀를 계속 기울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입대의는 법적으로 규정된 조직이고 아파트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입주민들의 의견반영을 위한 기구입니다. 사리사욕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입대의의 정책 방향이 개인의 생각과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분들 또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가며 매달 모여서 아파트의 현황에 대해서 논의하시고 결정해 오셨습니다. 자리를 빌어 현 입대의 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새로운 입대의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입대의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우리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입대의 구성은 중요합니다. 평소 우리 아파트 공동체의 바른 성장을 위해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대표는 잘 난 사람이 하는 것도 아니며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파트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대의의 임기는 2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4년 임기로 나라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 아파트는 입주 4년차에 들어서는 아파트입니다. 초기 입대의 분들이 자리를 잡는 것에 많은 정성을 쏟으셨다면 이제 초석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건강한 아파트로 성장하는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남이 대신 해 주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피할 문제도 아닙니다. 시간이 없다면 되는 시간에 회의를 하면 됩니다. 입대의 일로 개인의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우리아파트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훌륭하신 관리자분들이 계십니다. 이미 우리 아파트는 타 아파트에서 부러워 하는 작은 도서관과 주민자치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아직 헬스장과 아파트 하자 해결에 관한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곧 기회입니다. 문제가 문제가 될지 희망이 될지는 우리들의 관심과 참여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매번 선거때마다 참여율이 저조하여 선관위 분들과 입대의에서 곤혹을 치루셨습니다. 입후보 기간,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정책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고 선거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두번의 수고가 없기를 바랍니다. 


평가는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며 말로만 하는 평가, 비판은 개선보다는 상처를 남기기 쉽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입주민들끼리 상처를 주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을 시키고 싶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자라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그렇게 사시는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최고의 가정교육은 말로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말로하면 대들지만 행동으로 보이면 따라할 수 있습니다.


주제넘게 긴 글을 남깁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500여 세대의 우리아파트는 충분히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공동체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우리들의 뜻만 제대로 모이고 표출된다면 그 어느 동네보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뿐 아니라 마을 자체가 행복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선거가 특정인들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화는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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