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사실적시 명예훼손법, 재논의가 필요합니다.

마산 청보리 2018. 2. 27. 07:00

지난 2월 25일, 제가 DAUM으로부터 한달간 두번에 걸쳐 '특정 대리인'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신고가 되어 글이 삭제(임시조치)된 건에 대해 글을 올렸습니다.


티스토리에서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봐서 그런지, 공감이 많아서 그런지, 그 날 'BEST'글로 선정되었습니다.

26일, 밤 10시 현재, 공감하트도 67개나 받으며 모바일 티스토리에서 '공감 베스트'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많은 블로거분들이 '명예훼손' 신고로 인해 본인의 글이 삭제당하는 경험을 하셨더군요. 삭제당한 대부분의 글은 정치, 시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즉,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었던 사실을 언급한 것 뿐인데도 신고자의 간단한 이의제기로 글이 삭제가 되버리는 것입니다. 글쓴이에게는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말입니다. 


당시 글을 링크합니다.

2018/02/25 - [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 이제 DAUM, 티스토리에 지칩니다.

이 글이 나간 후 우연히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기사가 갑자기 DAUM 포털에 뜨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과거에 피해를 당했던 분이 최근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ME TOO' 운동에 용기내어 동참했는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벌금 70만원을 물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헐...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성희롱 사실을, 정말 용기내어 진실을 알렸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체 성희롱은, 가해자의 명예가 피해 당사자의 아픔보다 더 중하다는 것입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어디있습니까?


명예가 중요하다구요? 그렇다면 잘못된 행동을 안했어야지요. 설사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응분의 벌을 받아야지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성에 대한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상식적인 벌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기를 친 경우라도 사기금액이 1억인 사람과 100억인 사람에게 벌을 100배로 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떨 때는 생계형 범죄자에게 2년이 넘는 형을 판결하고 몇 십억, 몇 백억을 횡령한 자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벌을 제대로, 상식적으로, 공정하게 주는 사회라면 저도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벌을 공정하게 주지 않으면서, 게다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강자가 약자를 고소하는 경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폐지되지 않는 다는 것은! 저의 짧은 이해력으로는 대한민국 사회는 강자의 명예가 약자의 고통보다 더 배려를 받는 사회라는 뜻입니다.


이건 정말 말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실적시 명예훼손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링크 <사실을 말해도 고소당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주세요.>   


2018년 2월 26일, 밤 10시 30분 현재 36,431명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청원마감은 3월 4일로서 6일이 남았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개정 및 폐지와 관련된 청원글이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법의 악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명예 중요합니다. 개인의 명예, 소중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명예보다 더 존중되고 보호받아야할 대상은 상처받은 자의 아픔입니다. 상처받은 자가 용기를 내어 과거의 아픔을 말했는데 가해자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되레 고소를 하는 현실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폐지를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약자 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무턱대고 법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 분들의 의견은 말 그대로 '우려'입니다. 약자 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가 약자보호나 표현의 자유보다 소중하다고 여긴다는 뜻이네요. 과연, 그게 사회정의입니까?


그 분들의 의견은 '우려'이지만, 이미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법'으로 인해, 사회정의를 위해 본인의 아픔을 드러내는 분들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명예가 없어서 피해를 봐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까?


다행히 정치권에서도 이 법의 폐지를 위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2016년 9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기 위한 형법 개정안을 2016년 9월 대표발의 했으나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이라고 합니다.

민주평화당에서도 '미투 운동'과 관련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프랑스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사실일 경우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에서 입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15년 한국에 관련 규정 폐지를 권고해 정부는 내년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 아닙니다. 일개 국민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소소한 저의 블로그에 개인 의견을 쓰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명하는 것 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수도없이 들어봤습니다. 길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드시는 분들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내자고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정치적, 철학적 깊이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유민주주의라면 잘못한 사람은 벌받고, 선량한 사람은 억울하지 않게 사는 것 아닙니까? 잘못한 사람이 되레 큰 소리치고, 실제 과거의 자기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고소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까?

대한민국의 현행형법 307조[시행 2005. 07.29] 

1.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년 12.29>

정보통신망법에도 비슷한 법이 있습니다. 

제 70조(벌칙) 

1.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307조와 정보통신망법이 사실적시와 거짓사실 유포에 대해 형량의 차이는 있지만 벌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 개인 사견입니다. 국정감사나 여당, 야당의 브리핑을 들어보면 사실이든 거짓이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거짓정보를 사실인양 말하는 국회의원분들이 계시던데, 그 분들은 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습니까? 국회의원들은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특권이 있는 자리입니까? 법을 제정하시는 분들이니,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법을 잘 지켜야 하는 분들 아닙니까?


음...


글을 쓰다보니 좀 흥분한 감이 있습니다. 글이 좀 거칠은 점 사과드립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때린 자는 쉽게 잊어도 맞은 자는 잊지 못합니다. 때린 자는 '장난'이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어도 맞은 자에게는 '장난'이 아닙니다. 


과거에 사정이 있어 아픔을 말하지 못하고 상처를 혼자 안을 수 밖에 없었던 분들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용기내어 사실을 밝히는 행위는 위로받고, 공감받아야할 것이지, 고소당해야 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쪼록, 국민청원도 무사히 잘 끝나고, 국회에 계류중인 법도 강자가 아닌 약자들의 편에서 현명하게 처리되어 대한민국이 필요한 경우에만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공정하며 약자들도 동등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되기를 바랍니다.


악법도 법이지만 악법은 개정되어야 할 법입니다!

이상 마산청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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