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마산동중학교의 특별한 행사를 소개합니다.

마산 청보리 2025. 7. 17. 17:40

지난 16일 저녁, 마산동중에서 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전문적 학습 공동체 모임을 했습니다. 경남실천교육교사 모임 회원이신 중등교사 4명이 모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이번 만남도 유익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모임 말미에 마산동중에 근무하고 계시는 강인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같이 공부하는 게 너무 좋아요. 마침 내일 학교에 특별한 행사가 있어요. 학생들을 수업 시간에 만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수업이 아닌 행사, 놀이의 형식으로 만나는 것도 재미있어요. 우리학교는 2022년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과학, 수학 체험전을 하고 있어요. 바로 내일이 행사날이예요."

솔깃했습니다. 교육부장관 청문회 등으로 심란한 상황이었던 저는 교육적인 현장 이야기에 저절로 관심이 생겼습니다.

"내일 한다고요? 제가 혹시 취재하러 와도 될까요?"

강인숙 선생님은 흔쾌히 초대해 주셨습니다. 17일 오전에 서둘러 마산 동중학교로 향했습니다.

마산동중학교에서는 2025년 현재 남자 중학교로 전교생 456명, 교사 33명 포함 교직원 55명의 큰 학교입니다. '남중에서 이런 행사가 가능하다고?' 저도 남중에서 근무를 해 봤기에, 질풍노도의 남자 중학생들의 야생성을 알기에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강인숙 선생님께서 자신 있게 말씀하셔서 약간의 기대를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강인숙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운영 중인 부스를 소개하시며 행사 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정말 중1학생부터 3학년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부스를 운영하고 자유로이 참여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부스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과학 프로그램 부스는 '헬륨 풍선을 옮겨라, USB 현미경으로 본 세계, VR 가상현실 체험, 연기 발생 공기대포, 렌츠법칙(구리관), 클라드니도형(소리), 스털링 엔진과 발전기, 회전 속도를 높여라.(각속도), 간이 발전기와 공중부양의 원리, 손에 불을 붙여라. 베르누이 원리, 관성의 법칙' 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 접한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과학실부터 복도, 복지실 등 다양한 곳에서 학생들은 부스를 운영하고 참여했습니다.

▲마산동중 꿈드림 과학, 수학 체험전부스활동 중인 학생들 ⓒ 김용만관련사진보기

수학 프로그램 부스는 '펜토미노, 파이를 찾아라. 딜러를 이겨라. 팬플룻 만들기. 아나모르포시스 만들기, 합동분할 또는 황금비캘리퍼스 만들기, 파스칼 삼각형의 원리를 찾아라. 열쇠고리 디자인 속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 수학적 알고리즘이 들어있는 큐브아트, 만지면서 탐구하는 다각형의 성질, 3.14 초코파이 2통을 받을 확률, 원둘레 구하고 파이 따 먹기, 정다면체 무드등 만들기, 수학적 매듭을 이용한 팔찌 만들기, 대칭을 이용한 나만의 컵 만들기, 원그리기 대회'로 총 16개가 운영되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제가 취재하며 돌아다니니 학생들이 저에게도 참여를 권했습니다. 몇 군데 부스에 들러보니 학생들이 설명 해주는데 '중학생들이 이런 개념을 안다고? 이렇게 설명을 해 준다고?'라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이 평범한 중학교인지 과학 고등학교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 마산동중 꿈드림 과학, 수학 체험전 부스활동에 참여 중인 학생들

행사 진행 중인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2학년 한ㅇ윤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 이번 행사에 맡은 분야가 뭔가요?

"클라드니 도형을 관찰하는 부스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체험전을 준비하면서 선생님께서 다양한 주제꺼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중, 클라드니가 생소하기도 하고 평소 접할 수 없는 것이어서 관심이 있었는데 우리 학교에는 클라드니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창원 과고에서 클라드니를 직접 빌려와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를 위해 이렇게 애쓰시는 모습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친구들에게 클라드니 도형에 대해 설명하고 관찰을 도왔습니다. 뿌듯했습니다."

3학년 성O욱 학생도 만났습니다.

- 이번 체험전에 어떤 부스를 운영하고 있나요?

"관성의 법칙 부스를 운영 중입니다. 솔직히 저는 물리를 못하는데 좋아합니다. 흥미가 있습니다. 제가 1학년부터 이 행사에 참여했었고 해가 갈수록 더 즐기고 있습니다. 저에겐 올해 행사가 마지막이고 해서 어떤 부스를 할지 조원들과 고민 했습니다. 탄성력을 이용해 풍선으로 축구공 만들기도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관성의 법칙이 주제로 정해졌습니다."

- 동중에서 하는 이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작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해서 선생님을 많이 뵙지 못했습니다. 동중은 큰 학교입니다. 해서 선생님들도 많이 뵙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아니고 학교 선생님들이 너무 좋습니다.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친절하십니다. 감사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경험하는 것만 해도 정말 좋습니다."

▲ 마산동중 꿈드림 과학, 수학 체험전 과학부스 활동 중인 학생들 ⓒ 김용만

2022년부터 마산동중에 꿈드림 과학, 수학 체험전을 제안하시고 4년간 운영하고 계신 담당선생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이희정 선생님이셨습니다.

- 이 행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저는 이 학교에서 일한지 올해 4년 차를 맞았습니다. 처음 마산동중에 왔을 때 강인숙 선생님께서 과학 교과 행사를 소소하게 하고 계신 것을 봤습니다. 아이들도 행사를 좋아하고 준비하고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열정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해서 감히 제안드렸습니다. 과학과만, 특정 반, 특정 학년만 할 것이 아니라 대상을 더 확대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이죠. 교사 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다 같이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선생님들도 흔쾌히 동의해주셨습니다. 선생님 한분, 한분의 역량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옆 선생님께 누가 될까봐 함께 하자는 제안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전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함께 해서 학생들과 학교가 모두 만족해 한 행사를 경험해 왔습니다. 우리 동중 선생님들도 충분히 잘 해내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안했고 2022년 첫 행사 땐 방과 후에 진행했습니다. 즉 전교생 의무 참석이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 했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 마치고 남아서 행사를 즐긴 것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다음 해부터 전교생 대상으로 수학과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혼자 하면 힘들지만 같이 하면 훨씬 쉽고 가치있어집니다. 물론 선생님들께 강요할 순 없습니다. 저희 마산동중 선생님들은 함께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러 벌써 4년 차 행사가 되었습니다. 사실 굳이 안 해도 되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일이 너무 바쁜데도 동참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매년 행사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에게 후기를 받습니다. 학생들 만족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가 너무 좋습니다'라는 내용의 결과를 읽을 때면 감동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을 하는 것 뿐인데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만 받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삶의 공부, 일상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해서 저희는 교실 속의 수학, 과학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교과서를 통한 배움도 필요하지만 직접 체험해보면 또 다른 배움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이 체험전에 진심이냐면 전교생이 456명인데 부스 운영자만 130명입니다. 선생님들이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한 겁니다."

협의 중인 마산동중 선생님들학생들을 위한 교육활동 협의 중인 선생님들 ⓒ 김용만

- 꿈드림 과학, 수학 체험전을 진행하시면서 학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개인적으로 '보리는 농부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즉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준비하며 힘들면, 그만큼 아이들이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잘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저희가 힘들게 준비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납니다. 행사가 끝난 뒤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수업시간에는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있지만 그 학생이 이런 체험전에 친구들과 즐겁게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 학생 속에서 수업 시간 빛나지 못했던 또 다른 싹이 자라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한명의 학생도 놓쳐서는 안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 위주의 내용만 전하려다 보면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함께 하고 나면 학생들과 수업 시간 뿐 아니라 같은 경험을 했기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아지고 교과서 외 수학, 과학에 대한 이야깃거리도 생깁니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선생님에게는 보람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이 행사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교직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요즘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교사들은 책임감이 강합니다. 해서 수업, 학생지도, 업무 등 모든 학교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런 학교 현장이 외부에 안 알려지다보니 외부에선 학교 선생님들이 책만 끼고 편하게 수업만 한다고 오해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이런 활동들이 많이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회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교실에서, 아이들 곁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현명한 성인으로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사회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의 노력이 알려지면 학교에 대한 신뢰, 믿음도 회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쉬운 직업이 있겠습니까만은 교사는 본연 업무인 가르치는 것외에도 너무 많은 일이 있습니다. 전국 수많은 선생님들께서 정말 노력을 많이 하십니다. 사실 교사들은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 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 해야하는 내 수업, 내가 만날 아이들을 잘 기르려는 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기에 특히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저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학교 현장에 교사수를 늘려주면 좋겠습니다. 교사 수 대비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단순 수치만 보고 학교급별 교사수를 배정하는 것이 아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현장조사를 통한 실질적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당장 우리 학교만 봐도 학생수가 450여 명인데 과학교사가 3명 뿐입니다. 세 분이 전교생 과학 수업은 기본이고 동아리, 업무, 생활지도, 학부모 민원, 교육과정, 교육부 지침, 교육청 지침, 지역 교육청 지침 등 모든 것을 해내야 합니다.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무쪼록 교육정책을 결정하시는 분들께서 학교 현장을 조금만 더 깊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행사를 주관하신 마산동중 선생님들마산동중 과학, 수학과 선생님들 ⓒ 김용만

지금 학교에 필요한 것은?

마산동중에서 열린다는 제 4회 꿈드림 과학, 수학 체험전을 취재갔다가 행사보다 더 큰 배움을 얻고 왔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무기력하지 않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폰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어떤 노력을 하시느냐에 따라 학생들은 자라납니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보리가 자란다.' 저는 선생님의 이 말씀이 깊게 남았습니다.

농부가 보리를 더 자주 들여다 볼 수 있는 현실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침 대통령도 바뀌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지역별로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계십니다. 교육은 사업이 아닙니다. 교육은 그 나라의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교육은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칩니다. 그 일을 해내는 중심에 현장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만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선생님들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 입학식과 졸업식에는 못가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입학식, 졸업식을 함께 합니다.

최근 들어 명예퇴직하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고 교사로 임용되었지만 그만두는 신규교사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가 무너진 사회, 생각만 해도 슬픕니다. 공교육 탓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누구나 교육을 쉽게 이야기 합니다. 그 많은 사람으로부터 그 많은 비난을 듣는 교사들은 지쳐갑니다. 아이를 바로 키우고 싶다는 순수한 교사들은 지쳐갑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지쳐서 쓰러지시기 전에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교육이 죽었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죽었다는 학교 안에서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살리려고 애쓰는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산동중 학생들을 위한 과학, 수학 체험전이 꾸준히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느리지만 분명 자라고 있습니다. 교육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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