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중 14

가정방문.

2011.11.23 우리반에 훈이가 있다. 이녀석은 일년을 학교를 더 다니고 있다. 즉 나이는 2학년인데 학교를 다시 들어와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이 놈이 문제아여서 반 분위기를 망치진 않을까.. 걱정하며 지켜봤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너무나 성격이 좋고 붙임성이 좋아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을 잘 하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훈이의 단 한가지 단점은! 바로 무단결석이다.. 아버지, 남동생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일찍 나가시고 늦고 들어오시는 관계로 이 놈 둘이서 챙겨서 제 시간에 학교 오는게 좀 힘든 것이다. 해서 훈이는 학기초부터 무단지각, 무단 결석이 좀 잦다. 달래도 보고 위협도 해보고 체벌도 해보고, 아버님 과 대화도 해보고, 숙제도 내어보고, 아버..

자그마한 잔치.

2005.2.12 오늘 우리 1학년 체험활동 반성및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담임과의 시간. 난 우리반만의 조그마한 잔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각부 부장들과 반장 부반장과 1주 전에 상의를 했고 아이들이 알아서 해보기로..난 지원만 하기로 했다. 어제밤에 문자가 왔다. '선생님! 내일 잔치합니다.' 반장이었다. 곧이어 새로온 문자. '선생님! 내일 파티하기로 했습니닥! 부반장이었다. 이놈들이 같이 있구나..오늘 결정했구나. 빨리 좋은 소식을 나에게 알리고 싶어하는구나.. 귀여웠다. 한놈씩 답 문자를 보내주었다. '오! 좋아. 선생님이 기대해도 되겠지?^-^' '으악! 기대하시면 안되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오늘 학교에 갔다. 아무일도 없었다. 조례때 반장과 부반장이 외출증..

지금 교실에선.

2004.11.22 한달전인가? 3학년들 기말고사 치기 한 2주 전에.. 난 이미 교과서를 모두 끝냈다. 그것도 3학년 사회와 1학년 도덕을 거의 동시에..ㅡ.,ㅡ;; 주위의 놀람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난 일부러 일찍 진도를 끝냈다. 의무라고 하는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놈을 빨리 밀어내고 싶었다. 그리곤 하고 싶은 수업을 하고 싶었다. 내심 생각으로는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나또한 즐거운..소위 말하는 의무감이 없는 자유로운 수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시험 끝나고 첫시간...뭘할까 막막했다. 호계중학교 사회선생님께서 연구 수업으로 준비하셨었다던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해 보는 협동학습에도 흥미가 있었고 아이들이 하자고 하는 지속적인 스피드 퀴즈.. 등등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

학급회의.

2004.11.05 수업을 모두 마치고 종례를 하러 교실로 갔다. 4층에 도착하여 교실쪽으로 확~몸을 트는데! 헉!! 홍이가 골마루에 엎드려 울고 있는 것이다. 한 손은 허리에 갖다둔채.. 헉! 이 친구는 꼬리뼈가 심하게 좋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난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이 일이 심각한 일이라고 느꼈다. 우선은 교실로 홍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홍이는 여전히 울면서 자리에 앉아 엎드려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선생님은 지금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홍이가 이렇게 골마루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우리 친구들의 무관심함에 놀랬습니다. 그리고 오늘 뿐만이 아니라 선생님은 그 전에도 홍이가 우리반에서 좀 힘들게 생활하고 있음을 느낀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교원정보화 시험.

2004.10.29 다음주면 11월.. 어느 새 가을이라는 놈은 향기를 풍기더니 이내 자취를 감춘다. 곧 바바리 코트의 계절이 오는가?^-^;; ----- 오늘 무슨 컴퓨터 시험을 치러 갔다. 교원정보화 무슨무슨 시험.. 필기는 합격했고 오늘은 실기 시험치는날. 상당히 긴장했다.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찝찝했다. 시간은 가고 드디어 오늘 아침. 결전의 날은 밝았다. '크..학교가서 하면 되겠지.' 학교가선 수업만 했다. '점심때 해야지.' 밥만 먹었다. '쉬는 시간에 해야지' 쉬었다...ㅡ_-;; 그리고 시간이 되어 출발했다. 이 때의 나의 기분은 될때로 되라는 .. 정 모르면 도움말 찾아보고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시험을 쳤고. 최선을 다했다. 당락은..

우리 반.

2004.10.25 요즘의 난..I Message를 한참 연습중이다. 사실 작년부터 연습했으니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젠 어느정도 입에 붙었다고 생각하나 정말 화가 날때는 You Message를 쓰는 나자신을 본다. 정작 쓰야 할때 쓰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실제로 거의 I 메세지를 쓴다. 훨씬 밝고 부드러워진 아이들을 보며 말이다.^-^ ---- 요즘 우리반은 아주 좋다. 영이도 착실히 공부하고 있고 마치고 애들 집에간 후 남아서 나랑 약속대로 영어공부를 계속 한다. 이놈이 단어도 전혀 모르길래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해서 영단어 밑에 한글로 소리나는 대로 우선 적고 다음 뜻을 외우고 그것을 방과후 나에게 검사맡는다. 첨엔 상당히 모르더만 어젠 열심히 한듯 자신있게 와서 검사를 ..

홍이 어머님.

2004.10.16 난 한번씩 무작위로 우리반 놈들 학부모님들과 통화를 한다. 오늘은 두분의 학부모와 통화를 했다. 한 아버님께서는 전화를 주셨고 홍이 어머니께는 전화를 드렸다. 처음의 아버님은 너무나도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친구의 아버님이셨다. 성적도 너무 좋은..좋은 말이 서로 오고 갔다. 대화의 내용은 너무 좋았으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저녁 늦게.. 홍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홍이는 저번 여름방학때 가출했다고 나에게 전화를 했던 친구다. 홍이가 한번씩 얘기하는 집안의 일(부모님의..)이 사실인지 확인하?싶었다. 그리고 잦은 지각에 대한 말씀도 듣고 싶었고 이번 학교 한글날 행사에서의 홍이의 활약에 대해 말씀드릴려고 전화를 드렸다. 홍이의 말은 안타깝게도 사실이었다. 홍이는 지금 어머니와 살..

동부경찰서.

2004.10.13 동부 경찰서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 영이 데리고 오라고. 할머니와 삼촌은 바쁘신 상태. 어저께 데리고 다녀왔다. 약속시간에 늦어 택시를 타고 갔는데 둘이 내리면서 얘기했다. '너무 비싸다. 그자.' '네' 그래도 씨~익 웃는다. 짜슥. 편했는 갑다. 우여곡절끝에 여성.청소년부를 찾아갔다. 경찰서 본부라는 곳은 생각만큼 살벌한 곳이었다. 하지만 여성, 청소년부는 편했다. 분위기가. 가니 우리가 먼저 도착한 상태. 상대방 친구는 아직 오질않았다. 오늘 영이가 경찰서에 온 이유는 지난 여름방학때 있은 절도사건에 대해 진술이 맞지 않아 대질 신문을 위해 온것이다. 곧 상대방 친구가 도착했다. 대질 신문은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대질 신문끝에 결론은.. 영이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럴 땐.

2004.10.11 비록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학교생활에서 정말 저를 힘들게 하는것은. 많은 업무도 아니고 동료 선생님들과의 마찰도 아니며 개인적인 어려움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정말 저를 힘들게 하는것은... 아이들을 못 믿게 되는 저의 모습을 볼때입니다. 아직 미성숙하다고 정의 내려버리는 아이들.. 교육이라는...그 의미를 되새기며 참고 또 참지만 한번씩 우리 아이들을 못 믿게 되는 저의 모습을 볼때면. 섬뜩 섬뜩 놀라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아이들을 믿고 싶습니다. 아니 믿습니다. 한번씩의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의 문제이지 우리 아이 모두의 잘못 같지는 않습니다. 한 친구의 잘못으로 우리 모든 아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은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찹찹합니다. 한번..

중간고사.

2004.10.5 우리반 두놈이 시험일인데 아침 자습시간에 책을 안 펴고 있다. 가까이 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어보았다. '책은?' '집에서 안가져왔어요.''그래?' 뒤에 사물함에 있는 체특학생의 책을 가져다 주었다.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좀 해야겠지? 나중에 보고 갖다놔~''네~' 상쾌한 아침이었다. ---- 영이가 또 학교에 나오질 않는다. 사실 월요일 아침에 삼촌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일요일부터 들어오지 않았다고. 시험기간이라 나간것이 불보듯 뻔했다. 허험.. 이젠 전에만큼 긴장되고 떨리지는 않는다. 다만 절도라던지 소위 말하는 범죄에 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늘 시험 마치고 집에 와서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집에서 스타 한게임 하고. 썬글라스를 끼고 자전거를 타고 영이를 찾으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