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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05 선생님의 수행평가는 참 특별했어요. 짱이예요.^-^

1학기 한국여행 수행평가가 성황리에 끝났고 2학기 수행평가인 '우리 동네 조사하기'도 어느덧 발표할 날이 다가왔다. 보고서 제출은 10월 14일(월) 오후 5시 까지였고 발표는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1학기에 발표를 한번 해 봐서인지 마이크 잡은 아이들의 손과 목소리는 한층 더 씩씩하고 자연스러웠다.

"자, 여러분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재미있게 잘 준비했나요?"
"네~~"
"선생님 저 친구는요. 늦잠 잔다고 안 왔어요."
"내가 언제!"
"니 잔다고 안 왔잖아."
"그리고 우리 조는요. 오동동을 조사하며 허영만 아저씨의 식객에 나오는 아구찜집에 가서 아구찜을 먹었어요."
"원래 아구찜을 좋아했나요?"
"아뇨. 아구찜은 어른들이 먹는 것인지 알았어요. 근데 먹어보니... 우와... 완전 짱! 맛있어요. 양념만 남기고 다 먹어버렸어요."
"너거가 남기는 음식이 있나?"

와~~~하고 다같이 웃는다.

"다들 우리 지역을 조사하며 특별한 경험을 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준비한 보고서 발표를 들어보도록 할까요? 우선 조장들 나오세요. 발표 순서를 사다리 타기를 통해 뽑겠습니다."
"잘 뽑아라. 조장!"
"첫 번째만 아니면 돼."

순서 정하는데도 아이들은 난리다. 이렇게 해서 조 발표 순서를 정했고 발표가 시작되었다. 발표에 대해 안내했다.

"이번 수행평가 발표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미리 제시했던 척도표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합니다. 평가척도에서 빠진 내용이 있으면 감점이 될 것입니다. 발표할 때 협동성이 중요하구요. 창의적인 발표 또한 중요합니다. 첫 번째 조부터 발표해 볼까요?"

"네 저희 조는 창원시 진전면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농경지가 많은 지역이었구요. 사람이 보기 어려웠습니다. 저희 조는 주말에 갔는데요.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아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질문했다. "지대와 지가, 접근성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까?"

"네 지가와 접근성은 조사했는데 이 동네엔 공인중개소가 있었는데 망했다고 하더라구요. 해서 많은 정보를 조사하진 못했습니다."

큭큭... 군데 군데 들리는 웃음소리... 이놈들은 친구들이 힘든 곳에 가서 고생했다고 하면 어찌나 좋아하는지...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맹자의 성악설이 더 맞는 게 아닐까, 라는 확신이 들 때가 많다.

"네 고생했습니다. 나머지도 계속 발표해 보세요."

 아이들이 자기조가 발표 하기 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 김용만


 웃으면서 자기 조의 발표를 진행하는 아이들

ⓒ 김용만


 자기조의 조사 내용을 발표하는 아이들
ⓒ 김용만


 친구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경청하는 아이들
ⓒ 김용만

이렇게 한 반씩 발표 하는 것을 보면 느끼는 것이 참 많다. 아이들은 소극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학업에 관심이 없지 않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없지 않다. 단지 주인공이 아닌 채 교실에서 자신의 책상에 앉아 글자로만 구성된 텍스트 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이 편치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와 2학기의 수행평가를 진행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몸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직접 해보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됐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성적과 성별에 상관없이 참으로 즐겁게 조사를 했고 발표를 했다. 발표를 할 때에도 파워포인트뿐만 아니라 프리즈라고 하는 프로그램으로 발표를 하는데 1학기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리를 잘 해 감동했다. 처음에는 힘들다며 나한테 와서 투정부리다가도 막상 친구들과 날을 잡아 야외조사를 나가선 신나게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교육적 실험이 헛된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5반의 발표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한 학생에게 물었다.

"어때? 한국지리 수행평가. 괜찮았니? 직접 나가서 조사하고 돌아다니니 힘들지 않았어?"
"네 선생님 재미있었어요. 친구들과 만나서 무작정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같이 맛있는 것 사먹고, 파워포인트로 만들 땐 다 같이 PC방에서 고생했던 경험이 정말 특별했던 것 같아요."
"수행평가를 시험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냐?"
"네 선생님 한국지리 수행평가는 참 특별했어요. 이 수행평가 짱이에요."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뛰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았다.

난 단지 이번 수행평가를 통해 우리 지역을 조사하며 지역조사와 도시의 내부구조를 배우길 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훨씬 소중하고 즐거운 학습을 한 것 같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한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없어, 요즘 아이들은 싸가지가 없어, 요즘 아이들은 너무 나약해.'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은 결국 누구를 보며 자랐을까?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라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하며 자랐을까? 요즘 아이들은 너무 머리만 많이 사용하며 자라는 것을 강요받진 않았을까?

아이들만 탓하기에는 어른들의 무책임함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결국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 나의 학교생활을 알 수 있고,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보면 나의 가정생활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아빠이고 교사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너무 아이들에게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 아닌지...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안돼, 라는 말과 함께, 안전을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 내가 하기 싫음을, 나의 게으름을, 포장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건 아닌지. 많은 책임을 느낀다.

나는 아이들에게 과제를 주었지만 결국 아이들이 나에게 또 다른 과제를 준 느낌이다. 이렇게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놈들과 생활하는 난. 참 행복한 교사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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