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채현국'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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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위치한 지역 출판사 '산지니'에서 나온 책입니다.


송인서적이 부도난 후 많은 출판사들이 연쇄부도 위기설이 돌았습니다. 당연하지요. 출판업계에서는 관행이었다고 하는데 송인서적은 많은 출판사와 어음으로 결재를 했다고 합니다. 어음이란 발행한 사람이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때에 주기로 약속하고 주는 유가증권입니다. 유가증권이란 쉽게 말하면 재산적 가치를 지니는 종이지요. 하지만 어음의 문제는 약속한 때에 약속한 돈을 줘야 하는 데 주지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죠. 즉 물건을 먼저 받은 이가 유리한 시스템입니다. 물건을 주는 측에서는 한 달뒤에 돈을 준다고 하면 기다려야 하는 택입니다. 


송인부도에 어느 출판사들은 현금 딱딱 받아갔다거나 제때에 결재받았다는 소리가 돈다. 물론 그들도 부도의 여파를 비켜갈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렇더라도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중소규모의 출판사는 현금은 커녕 5개월 이상 어음만 찔끔찔끔 받아왔다. 자본력있는 출판사들이야 기다렸다 현금화할수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깡(할인)을 해서 쓰거나 거래처로 돌리고 돌린다. 이 연쇄의 시작과 끝이 어디서부터인지 합심 자성해야 한다.(출판저널 인용)


출판업계에서는 송인서적의 부도를 예상했던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만드는 이들이 겪었을 또 다른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해서 송인서적이 부도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를 고민하던 중, "그래 해당 출판사의 책을 사면 되겠구나!" 해서 산지니의 책을 여러권 주문했습니다. 그 중에 한 권입니다.


'보통 사람 42인에게 듣는 삶의 지혜와 용기'라는 부제가 적혀 있습니다. 손정호님이 쓰신 책입니다. 그는 2016년 현재 부산일보 편집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년간 사람을 만나러 다녔고 그 결과 나온 책입니다. 


-인터뷰 기사는 매번 버리기 연습이었다. 쓸 것은 많았지만 버려야 했다. 처음으로 사람 만나러 가는 게 즐거웠던 1년이었다.(본문 중)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 신이 내린 목소리


신이내린 목소리 조수미 

한국춤의 현대화 40년 최은희

탈춤, 마당극의 대부 채희완

花, 나비를 부르다 황수로

뜨거웠던 반미운동의 효시 문부식

독서회 만드는 선생님 서창호

2015 원북원부산도서 선정 작가 최영철

지역출판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강수걸

보수동 책방골목 1세대 서점 김여만

영정사진 촬영으로 행복을 전하다 박희진

네이버 월요웹툰<딥> 김태헌


2부 / 희망을 나눠드립니다


희망을 나눠드립니다 김영식

'느린 건축'을 꿈꾸다 김기수

'철의 여인' 김경조

5村 2都의 삶 정홍섭

쓴맛이 사는 맛 채현국

신뢰 경영 조성제

'개콘 내시'부산 정착기 김영민

나눔 천사 이정화

기부, 건강한 사회의 척도 신정택

국제시장 50년 터줏대감 오수찬


3부 / 유월의 아버지


유월의 아버지 박정기

참전, 조국에 맡긴 목숨 이만수

부산 민주화운동 산실 복원 최준영

역사의 진신을 밝힌다 전희구

시 쓰는 자갈치 아지매 한순지

동래의 옛 사진 수집 25년 이상길

부산 향토사 연구 60년 주영택

부산 노인복지 개척자 황영근

행복한 자원봉사 32년 한민정

행복한 이별 김미자


4부 / 사직 여신


사직 여신 박기량

위풍당당 비뇨기과 여의사 이경미

백만 불짜리 웃음 김지현

대한민국 남극 탐험의 산증인 이동화

박수로 웃음과 건강을 조영춘

낙동강 하구 지킴이 박중록

불교 이야기를 새기다 김규영

아이를 가슴에 묻은 엄마 정혜경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권서혜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 최애경

예쁜 얼굴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선욱


총 42분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입니다.


한분당 분량이 거의 5면이내입니다. 읽다보니 내용이 더 있었으면...이라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272페이지 입니다. 페이지가 더 많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인터뷰 형식의 책은 잘 읽히기에 두께가 주는 압박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유명인도 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평범한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평범하다는 것은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아 유명하지 않다는 뜻이지 삶이 의미없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말도 있지요.


한분 한분의 삶과 이야기를 읽으며 책장을 참 많이도 접으며 읽었습니다. 그만큼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촛불정국에 소신있는 발언으로(?)을 했기에 세상의 지탄을 받았던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분의 기부형태와 사내 복지에 신경쓰는 부분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 성향과 삶은 다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면 진실을 몰라서 그런 것인지...솔직히 알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나는 책 덕에 잘 살았습니다. 문 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많이 벌어야지 하는 욕심만 줄이면 정말 편안하고 행복한 직업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지요. 책방은 순수합니다. 책 사러 오는 사람도 90%는 착한 사람이에요. 이야기 하다 보면 배울 점이 많이 있습니다. 스승이 따로 없어요. 책 사러 온 사람이 스승입니다. 고맙게 생각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보수동 책방골목 1세대 서점 김여만 대표)


-옛날 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 훈화, 교훈 생각나요? 안 나죠. 선생님의 어떤 행동이나 모습에서 느낀 것만 생각나잖아요. 내가 발견하고 깨달은 거니까 생각나는 거지요. 아이들이 나를 보고 혹 느끼는 것이 있다면 아마 '겉껍데기 보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되겠구나.'하는 것이겠죠(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호루라기 잘못 불면 게임이 뒤집어집니다. 인맥으로 이기는 사회는 결국 편법이 난무하고 무너집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힘 빠지게 하면 안 되지요. 하청업체 직원의 삶도 보장해야 합니다. 맑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비엔그룹 명예회장 조성제)


-우리 국민들이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내 일만 잘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내 일과 마찬가지로 남의 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전체의 뜻입니다. 고문 없는 세상, 당연히 되어야죠. 안 보고 안 들은 이야기는 거짓입니다. 그러나 그 거짓을 그대로 놔두고 팽개치면 전혀 안 되는 것이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은 좀 더 진지하게 인권문제를 고뇌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박종철 아버지 박정기)


-보도연맹 사건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났던 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유족을 '좌익'이나 '빨갱이'로 보는 시각이 너무 억울합니다.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통한의 시절이었습니다. 진상이 밝혀진 것은 2%에 불과합니다. 추가적인 진실 규명과 유골 발굴에 국가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국민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부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장 전희구)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역사가 중요하다는 거지요. 역사를 모르면 시행착오를 반드시 겪는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라고요. 최고의 길은 자칫 결과만 따지기 때문에 샛길과 편법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역사는, 과정을 즐기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원장 주영택)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세상에 가벼운 삶이란 없으며 쉬운 인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42인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지만 그 속에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있습니다. 지역이라해서 사람의 삶조차 변방일 수 없습니다.


일부러 지역 출판사의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감동은 컸습니다. 가볍지 않은 삶,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암울한 현실,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


사람이 희망이다 - 10점
손정호 지음/산지니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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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지니북 2017.02.13 11: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출간 후 생각보다 독자님들 반응이 없어서 좀 힘이 빠졌었는데요
    책의 가치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산 청보리 2017.02.13 15: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잘 읽었습니다. 유명인이 아니라서 더 정감가는 책이었습니다. 지역의 삶을, 사람의 삶을 담으려는 노력을 보았습니다. '산지니'를 응원합니다.^^. 좋은 책 많이 만나게 해주세요.

  2. 단디SJ 2017.02.13 18: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세상에 가벼운 삶이란 없으며 쉬운 인생은 없다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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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은 97%의 아첨꾼을 키워냅니다. 왜냐면 '우수하다' '똑똑하다'는 것은 먼저 있는 것을 자 배운 것이니, 잘 배웠으니 아첨 잘할 수밖에요."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은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 국장인 김주완씨가 쓰고 피플파워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저자인 김주완씨는 본업은 기자입니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 근, 현대사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라는 시민주주가 창간한 지역신문사에 근무하며 지역 공동체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자입니다. 해서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에 능합니다.


그가 쓴 '별난사람 별난인생'은 채현국, 장형숙, 방배추, 양윤모, 김장하, 임종만, 김진숙, 김순재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당연히 이 분들은 저자가 만난 사람들입니다.


서두에 소개한 글은 '채현국'이사장의 말씀입니다. 당신 또한 서울대를 졸업하셨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성적은 뛰어날 지 모르나 세상의 바른 리더는 아닐 수도 있다며 일침을 가하신 말씀입니다. 


채현국 이사장은 현재 대한민국 해방 후 격동의 시절을 살아내시며 자신의 삶의 경험, 철학을 많이 나누고 계십니다. 


저자는 책에서 채현국 이사장 외 7분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이유를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당시 뉴스펀딩으로 썼던 채현국, 장형숙, 방배추, 양윤모, 김장하 어른의 이야기 외에도 그동안 내가 만나 감동했던 분들, 즉 임종만, 김진숙, 김순재 씨의 이야기를 보탠 것이다...앞의 다섯 어른들은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야겠다 싶은 분들이고, 뒤의 세 분은 지금 어떻게라도 도와드리고 싶은 분들이다...뉴스피드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짜증나고 열받는 뉴스에 지친 분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좀 훈훈해 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어떤 내용이길래 마음이 훈훈해 질수 있을까를 상상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위인전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책


책에 소개된 분들은 모두가 유명하신 분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소한, 소위 말하는 영웅답지 않은 우리의 이웃같은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즉 이 책은 위인전이 아닙니다.


두번째에 소개된 장형숙 할머니는 소시민입니다. 단지 집에서 신문과 책을 읽으시며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 격려편지를 쓰시는 분입니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 10여통, 연간 수백 통, 지금까지 할머니의 편지를 받은 사람은 적어도 1,000명이 넘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편지라도 써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드에게 힘이 된다면 보람이지요. 진짜 보석 같은 사람들이 많이 숨어 있는 것 같아. 특히 시골에 그런 보석이 많이 살아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남을 도운다는 것은 재력과 시간이 있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남을 도울 때 필요한 것은 정성이었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남을 위해 산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개인의 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나누고자 했던 방배추 어른, 


잘 나가던 영화평론가의 업을 그만두고 제주도 강정 마을로 가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양윤모씨, 


한약방을 운영하며 벌은 돈을, '병든 사람의 돈을 나를 위해 쓸 수는 없다.'며 세상에게 돌려주는 김장하씨, 


어찌보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편안할 수 있는 공직에 있으면서 돈 밝히는 과장과 크게 싸우며 힘쎈 자들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따뜻한, 전혀 공무원 답지 않는 임종만씨,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2011년 1월 6일,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만에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승리로 이끈, 강해보이지만 갸날픈 우리의 누나였던 김진숙씨, 


농협은 농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지역의 조합장 역임 후, 농협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2016년 1월 농협 중앙회장 선거에 과감히 출마하여 292표 중 5표를 받고 낙마한 김순재씨.


이 분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안위가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어찌보면 힘든 삶을 스스로 선택하여 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책은 180페이지로 손에 잡는 순간 금방 읽힙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저자의 바램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짜증나고 열받는 뉴스에 지친 분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좀 훈훈해 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TV나 신문에 나오는 뉴스만이 세상의 모두는 아닐 것입니다.


최소한 책에서처럼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세상의 바름을 위해 사시는 분들이 이렇게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 해도 책을 읽은 보람이 있습니다.


혹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세상이 더러워 보여도, 그래도 못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많아서 세상이 굴러가는거야. 안그래?'


이 책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위인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훈훈한 책입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에서 세상의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도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주위를 살피며 살면 함께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우리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사에 지친 분들께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책,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을 추천합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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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 좋은 때를 타고 활동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국어사전에 있는 '풍운아'라는 뜻입니다. 채현국이사장(현 양산 효암학원이사장임) 은 정말 '풍운아'였을까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적어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의 저의 판단은 '그렇지 않습니다.'입니다. 


채현국이사장은 자신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고 자신을 특별하게도, 훌륭하게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이 하고싶어서 한 것이고, 양심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채현국이사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4년 초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였습니다. 당시 이 내용은 울림이 상당했습니다. 


대표적인 어록으로는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진 않았지. 노인 세대를 절대 봐 주지 마라."


그 후 지역신문사인 경남도민일보에서 현재 양산 효암학원에 이사장으로 계신 채현국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이 책은 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 국장인 김주완기자가 모두 4차례에 걸친 인터뷰 내용을 묶은 책입니다. 대화 형식으로 적혀 있어 읽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특이점으로는 채현국 이사장은 인터뷰 조건으로 '절대 훌륭한 어른이나 근사한 사람으로 그리지 말 것'을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들은 이야기 그대로, 조사한 내용 그대로, 사람들이 그를 언급한 그대로 풀어쓴 책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담()을 크게 가져라, 간()은 작아야 한다.

그의 아버지 효암 채기엽 선생이 후진들에게 가르쳤던 말씀입니다. 채현국 이사장의 인생은 온전히 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의 인생 또한 지대한 영향을 미치셨습니다. 


채기엽 선생은 1938년 독립운동에 헌신하려는 뜻으로 상하이로 건너갔으나 소위 독립지사라는 사람들의 일부 태만한 실태를 목격하고는 잠시 방향을 바꾸기로 하였다. 우선 북경에 가서 트럭을 한 대 마련, 그 때 한창 치열하던 북지전쟁을 뚫고 다니는 생필품 상인이 되었다. 이렇게 번 돈을 상하아에 가서 방직공장을 운영하면서 은밀히 독립투사들과 손을 잡아 원조를 하였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자 학병으로 대륙에 돴던 청년들이 상하이에 몰려들었으나 귀국 선편이 없어 유리걸식함을 본 공은 그들을 데려다가 숙식 제공하니 1946년 귀국할 무렵에는 그 수가 수배 명에 달하였다...그러나 공이 가장 애정을 가지고 관여한 분야는 조국의 통일 아팡기기 위한 사업이었다.(본문중)


그의 아버지께 신세를 진 한국인이 아마 백 수십인이 넘었을 것인데 은혜에 대해 여쭈니 "은혜가 다 뭐냐, 다들 건강하게 일 잘하고 있으면 그로써 만족하다."고 말씀하신 일화도 있습니다. 역사책에는 나오시지 않는 분이지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중앙방송(현KBS)에 입사했으나 때려치고 탄광으로 가다.

채현국 이사장은 1961년 당시 중앙방송 연출 1기로 취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3개월만에 나와버렸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중앙방송이 국영이 아니라 아예 국가기관이었어. 공보부의 외청이지. 정권홍보성 프로그램을 만들며 완전히 그 판으로 돌아가고 있었지. 방송국 전체가 그랬어. 월급도 그렇게 갈라먹고 있는 판인데, 증거는 없지만, 우리를 뽑은 이유가 새로운 군사정권의 선전도구로 써먹으려는 것이었지. 해서 그냥 나와버렸어. 그리고 탄광으로 갔지.(본문중)


그 후 62년 부터 아버지 일을 돕게 되고 사업은 번창하여 흥국탄광,흥국조선, 흥국흥산, 흥국해운, 흥국화학 등 분야를 확장하게 됩니다. 그 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미련 없이 사업을 접고 정리한 재산은 자신의 몫은 없이, 모두 종업원들에 나누어 줍니다. '그 많던 재산을 종업원들과 나누다니, 아깝지 않았을까?' 채현국 이사장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 뿐이다. 그럼 세상에 나눠야 해, 그건 자식한테 물려 줄 게 아니다." 


실재 언론인 임재경은 2008년 한겨레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가정 연료의 주종이 연탄이었던 60년대에 채기엽-채현국 부자의 탄광은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커졌다. 


그는 맘에 맞는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며 헤어질 때 차비를 쥐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셋방살이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조그마한 집을 한 채씩 사주는 파격적인 인간이다. 모두 어려운 시절의 미담이므로 나는 주저하지 않고 채현국의 도움으로 내 집을 마련한 언론 종사자 넷의 이름을 들겠다. 


황명걸(동아, 해직기자, 시인), 이계익(동아, 해직기자, 전 교통부장관), 한남철(소설가, 전 월간중앙 기자, 작고), 이종구(조선, 해직)가 곧 그들이다. 여기서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으나 흥국탄광에서 일했던 친구들 중 집 장만 하는 데 채현국의 신세를 진 사람은 숫자가 여럿이다. 남 집 사주는 이야기를 하다 빠뜨릴 뻔했는데 집은 아니더라도 부지기수로 채현국의 신세를 진 사람이 바로 나다."(본문중)


이 책은 인터뷰 형식의 200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책입니다. 대화형식과 중간 중간 설명이 곁들여 있어 읽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히 서평을 쓰기에는 참 어려웠습니다. 버릴 내용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나오신 채현국 이사장은 사회, 역사, 영화, 농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십니다. 물론 정론화되어지지 않는 내용들도 있지만 읽다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책이 얇아 반나절만에 다 읽었지만 그 깊이는 상당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이었으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제가 썼던 서평 중 가장 조심스러웠던 책이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그만큼 삶의 깊이가 깊은 책입니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 시대에 채현국이라는 어른도 계십니다. 어찌보면 학교의 시험문제에서도 정답만을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사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 정답 또한 그 답을 원하는 또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조심히, 하루하루 깨어 있는 삶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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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정말 간만에 진주까지 갔습니다. 이유인즉, 

2015년 진주문고 인문학 특강 그 첫번째 자리였던 "우리시대의 '큰바위얼굴'채현국 선생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간에 맞게 도착했고, 예상외로 너무 많은 인파에 새삼 놀랬습니다.


채현국 선생님

 

아시는 분도 많이 계셨고, 특히 놀랬던 점은 청중들의 연령층이 다양했다는 것입니다.


2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솔직히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습니다. 이 날 채현국 선생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내가 돈이 많고, 내가 의로워서 그랬다고들 하는데, 아니야. 내가 혼자 한 것이 절대 아니야. 함께 한 거야. 내만 잘나서 내가 특별해서 그렇다고 하는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야. 가치관이 다르다고 원수짓는 일들이 많아, 특히 정치적인 가치관이 다른 경우 원수짓는 일이 가장 많아. 이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학습된 것일수도 있어,

 

 정치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은 원수다! 꼭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든 시각을 달리하면 알수 있어. 내가 진정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정관념과 통념에서부터 자유로워 졌으면 좋겠어. 모르는 것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내가 확실하게 안다는 것! 그 것 또한 고정관념이야. 여러분이 확실하게 아는 것, 정말 확실한 거야? 그것 또한 확실하지 않아. 통념과 고정관념에서부터 자유로워 지기를 바래, 그래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어.


이 날의 강연은 채현국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고 함께 근무하셨던 여태전선생님(현 남해 상주중 교장)과 간디학교의 이임호선생님(산청간디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패널들과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패널과의 대화가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패널로 참여하신 이임호 선생님과 여태전 선생님.

여태전 선생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채현국 이사장님께서는 평소 유명해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리 유명해지셨습니다. 왜 유명해지면 안된다고 하셨나요?

 

-유명해지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돈, 명예, 권력은 확실한 중독이예요.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올수가 없죠. 해서 더 강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해서 시시한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안하고 진실되게 살 수 있잖아요.


-그러셨군요. 그리고 한 때 저에게 "여선생,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그냥 열심히만 해, 열심히도 하지마."라고 하셨는데 그 말뜻이 궁금합니다.

 

-잘할려는 마음은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잘하려고 하다보면 낙담하게 되고, 실망하게 됩니다. 신나게 하세요. 열심히 하지말고 신나게 하세요. 열심히 하면 그만큼 실망하게 됩니다. 물론 열심히도 좋으나 신나게 하는 것 보다 기쁘지 않아요. 싫은 일도 이왕 하는 것이면 신나게 해요. 못난 신랑과 살아도 신나게 살자구요. 


잘하려는 마음 속에선 남을 이길려는 마음, 남을 짓밟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니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남의 삶도 존중합시도. 남의 삶도 부끄럽게 하지 않게 합시다. 만델라가 그런 삶을 살았지요.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 마세요. 남을 도왔다 하지마세요.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마세요. 기백을 가지세요. 베짱을 가지세요. 뻔뻔함이 낫습니다. 염치없는 놈이 되세요. 단! 남을 위해서 베짱을 부리세요. 남을 위한 기백을 가지고 남을 위한 염치없는 놈이 되세요. 지 잘났다는 것은 기백이 아닙니다. 베짱이 아닙니다. 함께 할때 기백이 됩니다. 자기만 위한 삶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

 

채현국 이사장님의 말씀은 계속됩니다.

 

-제가 올해 80입니다. 아직도 철이 들 든것 같은데요. 더 정복적이고 발상을 뒤집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직업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이 그것입니다.

타인을 불행을 이용해서 자기가 서는 직업이 장의사적인 직업이고, 생명을 받아내서 자기가 서는 직업이 산파적 직업입니다.

 

산파적인 직업이 많아져야 세상이 더 나아질 것입니다. 결국 세상은 희망적으로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은 대게 산파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인기있는, 돈 잘 버는 직업이 주로 장의사적인 직업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세요.

 

이임호 선생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봐주지 마세요.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세요. 평생을 속고만 살았어도 그게 속은 건지도 모르는 노인들이 엄청 많습니다. 자기 삶을 자기가 사랑해야 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참 사랑입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줏어 먹는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 찰나찰나 기를 쓰고 사세요.

 

늘 속아 살아온 늙은이들 어찌보면 지가 게을러서 저리 사는 것입니다. 세상을, 진실을 알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자기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게을러서 저리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도 원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원래 아버지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쓰레기는 거름이 못됩니다. 쓰레기 보다는 거름이 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패널과의 대화 형식 후 청중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질문을 소개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반죽을 부풀리는 누룩같은 삶을 살라.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찌해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 없으신지요?

 

-사실 여러분들은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아는 게 아는게 아닙니다. 삶 자체는 기적입니다. 아는지도 모르게 16년을 교육 받아 왔습니다. 생각을 바꾸세요. 효모가 되는 길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까? 를 항상 고민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기적이 우리를 발효하게 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발효 할 수 있는 데 자신이, 스스로가 안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소박한 마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소박한 마음을 가지세요. 정말로 방법을 몰라서 그런게 아닙니다. 소박한 마음만 가지시면 이미 훌륭한 효모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좀 이쁘게 봐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소박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발효할 수 있습니다.

 

2시간의 강연은 끝이 났고 사람들은 큰 박수를 쳤습니다. 영화 UP의 칼할아버지, 스머프의 파파스머프를 닮으신 채현국 이사장님은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영화  up의 칼할아버지           그림출처 맥스 무비

채현국 이사장님은 칼할아버지처럼 꿈을 잊지 않고 살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많은 강의를 들어왔습니다. 오늘 강의를 함께 들으신 분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김샘은 참 운이 좋아. 내가 지금까지 채선생님의 강의를 3번 정도 들었는데, 오늘 강의가 제일 정리가 잘 된 것 같아, 이전 강의에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거든, 어르신이 워낙 가르치고 설교하시는 것을 싫어하시고, 잘난 척 하시는 것을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일꺼야. 오늘 패널식, 토크식 진행이 참 인상적이네."

 

소위 말하는 좋은 말씀만 하신 강의는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솔직한 강의였고 시대의 어른의 말씀이라 더 신기하면서도 의미깊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 중 아직도 생생한 말이 있습니다.

 

"소박하게 사세요. 시시한 삶이 최고로 행복한 삶입니다. 돈, 권력, 명예는 중독입니다. 중독되면 거짓말을 하게 되요. 그 삶은 행복하진 않을 것입니다."

 

행복과 성공이 꼭 함께하는 것만은 않아 보입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언제든 고정관념속에 파묻히게 됩니다.

 

늙은이에게도 일침을, 젊은이에게도 일침을 가하시는 채현국 이사장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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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혜순 2015.09.13 16:15 Address Modify/Delete Reply


    퍼갑니다.

  2. 멋진만남 2017.03.25 17:5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시대의 진정한 어르신이 바로 채현국 할배시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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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시인의 '나는 당신입니다.', 느낌이 있는 책


유명한 시죠. 안도현씨가 쓴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누구나 별 생각 없이 발로 툭툭 차는 연탄재를 뜨거운 사랑을 주는 존재로써 재조명하며 인간이 연탄재보다 못할 수도 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시절에 이 시를 외웠습니다.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대학시절의 추억과 함께 뜨거운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마음을 추스렸던 기억이 납니다. 


안도현씨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성을 지닌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에 나온 안도현씨의 산문집 <나는 당신입니다>는 시인이 개인적으로 읽었던 많은 작품 속 글을 시인의 눈으로 다시 재해석해 소개했습니다. 260여 편의 작품이 소개돼 있고 각각을 다섯 가지의 주제로 모아뒀습니다. 


진짜 사랑을 한다는 것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류시화 <소금인형> 전문)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누군가 당신 속으로 뛰어들고 있겠지요? 아침에는 밥 한 숟가락이, 낮에는 물 한 모금이, 저녁에는 서늘한 바람 한 줌이 당신의 피속으로 들어와 녹아버렸지요? 이 세상에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까닭은 '나'를 위해 누군가, 무엇인가 자꾸 '소금인형'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본문 중에서)


그렇습니다. 삶에서 내가 얻는 정신적인, 물질적인 것들은 내가 잘나서 내가 노력해서 정당하게 얻는 것이 아닙니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 그럼 세상에 나눠야 한다. 그건 자식한테 물려줄 게 아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얼굴도 모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내가 생활을 하고 있는지. '내 돈 주고 정당하게 내가 산 것'이라고 그 물건의 가치가 정말 지불한 금액과 일치할까요? 1년 동안 농사 짓는 분들에게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은 실로 정당한 것일까요? 세상은 서로에게 수많은 소금인형이 있기에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신도 누군가에게 소금인형이겠지요. 진짜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고 쓰는 것, 그것은 이 세상하고 연애하는 일이라고 종종 생각을 합니다. 훌륭한 연애의 방식을 찾기 위해 모든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니까요. 연애는 시간과 공을 아주 집중적으로 들여야 하는 삶의 형식 중 하나이죠. 가슴과 손끝으로 함께 하는 연애, 비록 욕심이라 할지라도 저는 시가 그런 과정 속에서 태어나기를 꿈꿉니다.(본문 중에서)


시를 얕잡아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산문 읽듯이 후루룩 읽고 '한권 다 읽었다'며 책의 권 수에 연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러지 못합니다. 최소한 몇 번은 읽어 봅니다. 눈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고, 음미하며 읽고, 새벽에 읽어 봅니다. 그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이해하려고 읽습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를 썼던 당시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상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참 깊은 호수 같습니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물 색깔만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물속의 생명들이 보이니 말입니다.


수많은 말들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시대, 침묵이야말로 진정한 '언어'임을 역설하는 저자의 진술에 우리는 귀를 기울려 볼만합니다. 당신은 말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침묵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이 세계를 지배합니다. 사랑의 말만이 침묵을 증가시킨다는 통찰이 놀랍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 사랑하려거든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겠습니다.(본문 중에서)


막스 피카르트의 산문 <침묵의 세계>를 평한 대목입니다. 사실 너무 시끄럽지 않습니까? 절대 고독, 절대 침묵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도 아주 많을 것입니다.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는 절대 고독, 절대 침묵의 상태, 처음에는 무서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침묵은 자신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더 이상 들리는 외부 세계가 아닌 안들렸던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침묵이 지배하는 세상, 그리 나쁠 것 같진 않습니다.


솔직한 우리네 삶


식탁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면 침대에서도 어떻게 행동할 지 설명할 수 있다.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사람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사람보다 조루증일 확률이 높다. 음식을 합리적으로 섭취하려는 사람은 상대방의 몸에 접근할 때도 그렇게 할 것이다.(월리 파시니의 산문 <에로스와 가스테레아> 중에서)


음식 먹는 습관과 섹스하는 버릇이 서로 통한다니, 이 글을 보면서 뜨끔한 사람 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은 밥상 앞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에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습니다. 하기야 어디 밥상 예절뿐이겠습니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본문 중에서)


남녀의 관계를 야하지만 야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글도 소개가 되고 있는데 저속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래, 이것이야'라며 깨닫게 만드는 시인의 통찰력과 감수성이 더 감동적입니다. 훨씬 야한 내용들이 더 있으나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습니다. 저도 생각나는 말이 있네요. '상상하는 것이 훨씬 야하다.' 궁금하신가요? 책을 보셔야겠습니다.


눈물 나는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의 방식으로 당신을 떠났다는 것은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무와 권리를 

당신에게 위임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수행함으로써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경의를 표할 수 있게 됩니다.

(얼 그롤먼의 산문 <당신은 가고 나는 남았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가정합시다. 아마 이 세상의 전깃불이 모두 소등된 상태, 즉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산자는 그 비통함을 안고 살아갈 수만은 없습니다. 사랑은 묻어야 하지만, 슬픔은 풀어야 하니까요. 죽은 자를 위해서 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그래도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이겠지요.(본문 중에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를 더 추가해 살고 있습니다. 끝까지 사는 데, 더하기 가치있게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을요. 내게 이런 시련이 온 이유는 내가 더 의미있게 살으라는,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듭니다. 하루하루가 지나며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간신히 참아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들 때, 어떻게 살아야 겠는지를 함께 생각하며 살아냈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하지만 죽은 자를 위해서 산 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그래도 끝까지 사는 것입니다. 더욱 가치있게 사는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문태준의 시 <꽃 진 자리에> 전문)


천천히 읽고,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서 읽고, 또 한 번쯤은 입 바깥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그리움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스며들 것입니다. 이 시를 읽고 당신도 꽃잎과 별반 차이 없는 생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드는지요? 지금 우리가 꽃잎처럼 생의 의자에 앉아 있다면 언젠가는 그 자리를 또 비워야 함을 당신도 생각하고 있는지요? 그러면 아마 그 빈자리 때문에 또 누군가 당신을 그리워겠지요?(본문 중에서)


저는 이 대목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 시를 가족들이 모두 잠든 후 새벽에 읽었습니다. 느낌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과거를 추억하며 읽었습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이 시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 참 애를 씁니다. 몇 번을 읽어보라며, 읽는 방법까지 소개하며 소개합니다. 시인의 노력이 불쌍하면서도 고맙습니다. 하마터면 책 읽듯이 슥 읽고 그냥 지나쳤을 테니까요. 그러면 인간 삶의 평범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때로는 정의로운 삶


그 친구는 내려놓음으로써 꿈을 실현하려고 했고, 우리는 거머쥠으로써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의 울타리를 쌓아올림으로써 바라는 바를 실현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의 울타리를 철저하게 해체시킴으로써 바라는 것을 실현하려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실상을 알고 실상의 질서를 따르는 것만이 참된 길이라고 믿었고, 우리는 자신 밖의 모든 것을 알고 그것을 좌지우지 하는 데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모두 똑같이 밥 먹고 잠자는 만큼 똑같은 꿈을 꾸어왔으나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른 길이었다.(도법 스님의 산문 <내가 본 부처> 중에서)


시인의 소개도 있었지만 저는 이 글만 읽고도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똑같은 꿈을 꾸어왔으나,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른 길이었다.' 당신은 어떤 길을 가고 있나요? 우리는 어떤 길로 가고 있을까요? 아직 늦진 않았습니다. 내가 아닌 당신까지 모두 함께 가는 길, 바로 곁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작은 깨달음 큰 행복

나 아닌 것들을 위해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험한 날이 닥쳐오더라도

스스로 험해지지 않는다.

갈라지면서도

도끼날을 향기롭게 하는 

전단향나무처럼  

(인도 잠언시집 <수바시따> 중에서)


'수바시따'는 수천 년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고대 인도 민중들의 시가입니다. 단 몇 줄의 언어 조합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게 특징이죠. 향나무는 갈라지면서 도끼날을 향기롭게 만든다니! 대단한 통찰력입니다.(본문 중에서)


마무리가 됐네요. 모든 주제를 동일한 양으로 소개하진 못했지만 이 책은 앞에서 설명드린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품소개와 시인의 해석이 공존하지요. 편안한 책입니다. 원작을 꼭 읽고 싶게 만듭니다. 그리고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부끄러움도 느끼게 됩니다. 한 줄 한 줄, 한 단어 한 단어를 곱씹어 읽으며 조용히 눈웃음을 짓는 안도현 작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책을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안도현 시인이 편안하게, 다시 시를 쓰는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립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당신입니다'를 알려준 책, 고맙습니다.

나는 당신입니다 - 10점
안도현 지음/느낌이있는책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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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골목대장허은미 2014.03.19 15: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책사고 싶게 만드네요~시인의 감수성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읽으며 잠시나마 그 속에 빠져본다는 것 시가 주는 또하나의 경험 선물인듯 합니다 재미나게 잘읽었습니다~

  2. 마산 청보리 2014.03.19 20: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 이런 과한 칭찬을. 감사합니다. 허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