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만년필'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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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받을 때도 감동이지만 선물을 볼 때마다 당시 상황, 선물했던 이가 떠오르며 조용한 미소가 생깁니다.


해서 한번쓰고 버리는 선물보다는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직장을 옮겼을 때 지인으로부터 만년필을 선물받았습니다. 알파벳 철자가 틀리기는 했지만 제 이름이 새겨진, 정성어리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습니다. 중요한 서명을 할 때, 일부러 이 만년필을 사용했지요.


이 만년필을 자주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1년이 지나니 잉크를 다 썼고 리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헌데 이 만년필은 카트리지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잉크를 사서 쉬운 방법으로 리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군요. 당장 도전했습니다.

준비물입니다.

만년필, 잉크, 주사기입니다. 약국에 파는 주사기도 있지만 의료용은 바늘도 가늘고 좀 무섭더군요.^^; 저는 문구점에 가서 교육용 주사기를 샀습니다. 5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잉크도 가격이 다양했습니다. 20,000원이 넘는 외제 잉크도 있었습니다. 저는 국산 잉크를 5,000원 정도에 구입했습니다. 제가 초보라 잉크의 차이는 모르겠더군요.^^;


만년필을 분리하여 카트리지 입구 쪽에 주사기로 빨아들인 잉크를 조심히 흘러 넣었습니다. 아주 조심조심요.

카트리지가 금방 차더군요. 떨리는 손으로 만년필을 다시 조립했습니다. 속으로 '이게 될까? 이렇게 허접하게 해도 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만년필을 계속 흰종이에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으악!!!!! 잉크가 나왔습니다!!!!!


이 순간 소리지를 뻔 했습니다.

"야호!!!!!"


마침 이 날 만년필을 저에게 선물했던 동생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희한하게 그리되었습니다.


동생에게 다시금 고맙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이 만년필을 볼 때마다 니 생각이 난다고, 당시 직장을 옮겨 마음 어색한 저에게 이 친구의 만년필은 특별한 힘을 주었습니다.


올해 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물건을 챙기는 과정에서 만년필을 1순위로 챙겼습니다. 제 자리에 잉크와 함께 모셔두었습니다.


이 만년필은 특별한 물건입니다.


글을 쓸 때 뿐 아니라 마음이 허할 때,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깁니다. 주로 책을 선물했는데, 앞으론 좀 더 의미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년필 잉크 넣는 법이 이 포스팅의 제목인데 내용은 결국 사람이군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만년필은 잉크를 교체하면 계속 쓸 수 있습니다. 만년필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선 촉을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면 상처가 생기고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 사이에, 뭐 친하니 이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뭐야 왜 내 말을 안들어!! 꼭 이런 것에 돈을 받아야 돼?'


관계는 내 위주가 아니라 상대위주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든 지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은 땐 웃고 챙기더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관계의 깊이는 좋을 때가 아니라 힘들 때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나에게 좋은 친구가 몇 명인지를 세는 것보다

내가 어떤 친구일까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만년필 같이 오래두고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정성담긴 선물은 참 좋습니다.^-^


대가성, 뇌물성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맙시다. 선물은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지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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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동 2018.03.10 07: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 읽었습니다.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많은데 위로가 되는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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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소비욕구가 솟구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웹서핑을 시작합니다.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물건을 꼭 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물건을 찾아보고 알아보는 것만해도 어느정도 해소가 됩니다. 


이번엔 꽂힌 것은 '만년필'이었습니다.


열심히 만년필에 대해서 검색했습니다. 몽블랑 만년필도 알게 되었고 만년필 입문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정보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년필의 가격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도, 잉크 충전법도 만년필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하지만 결론은! 구입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게을러서 입니다. 항상 잉크를 구비한 상태에서, 때가 되면 잉크를 충전하는 정성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해서 결국 만년필은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설이 되었고 처가댁에 갔습니다. 딸아이와 심심해서 댓거리에 있는 문구점에 놀러갔습니다. 문구점에 가면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둘러보던 중... 앗!! 이것은!!!

만년필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장점 중 하나. 검색모드에 돌입했습니다. 검색해 본 결과 평도 나쁘지 않고.. 2,500원? 사보자! 결국 저는 모닝글로리의 'CLEVER PEN'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리필용 잉크가 무려 6개!!! 어느 정도 사용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습니다. 만년필을 분리해서 잉크를 꽂았습니다. '똑'소리가 날때까지 미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부서질까봐 힘을 천천히 줬거든요. '똑'소리가 나니 순간 성취감이! 

어릴 때 남의 만년필로 글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종이의 질감이 느껴지며 펜끝에서 사각거리는 느낌, 그 느낌이 생각났습니다.

오, 비쥬얼도 좋았습니다.

역시나, 상상하던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사각거리며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것이 보이는, 글을 쓰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만년필을 산 김에, 일기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온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 스탠드를 켜서 일기를 씁니다. 일기는 초, 중, 고 시절 꾸준히 썼습니다. 지금도 집에는 제가 썼던 일기장들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일기장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6학년 때, 흔한 공책형 일기장이 아니라 작은 열쇠가 달린 멋진 수첩을 선물받았습니다. 그 때 그 수첩이 너무 좋아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습관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생활 할 때까지 상당히 오래 일기를 썼습니다. 


물론 꾸준히 썼던 것은 아니었고 썼다가 멈쳤다가, 다시 썼다가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만년필을 산 김에 지금 다시 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일기를 읽어보니 이건 뭐, ㅋㅋㅋ 기록도 아닌 것이, 반성도 아닌 것이, 저주에 욕설에. 하지만 일기를 통해 억한 감정이 표출되었고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제가 건강하고 현명하며 예의바르게 자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기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습니다.


손으로 글을 직접 쓴다는 것은 왠지 모를 따뜻함이 있습니다. 다시 손글씨를 시작하게 된 김에, 간만에, 고마운 분들께 편지를 써서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후에 편지를 받게 되셔도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디지털의 편리함을 이야기합니다.컴퓨터의 다재다능함을 이야기합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곁에 아무도 없어도, 하루종일 혼자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전기가 없으면 그만입니다. 


아날로그는 전기가 없어도 됩니다.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 빠르지 않아도, 사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년필로 글을 쓰며 추억에 젖습니다. 이쁜 문장을 따라 쓰며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별 것 아니지만 별 것인, 2,500원 짜리 만년필 하나로 행복해진 마산청보리였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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