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카페 버스 정류장의 주인장, 박계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마산 청보리 2016. 2. 12. 15:39

지난 2월 10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빈집에 깃들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의 저자이시기도 하신 박계해 선생님을 뵈러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박계해 선생님을 뵈러 집을 나섰습니다.


장소는 경북 상주시 함창읍, 자그마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마산에서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계해 선생님의 책을 모두 읽으며 선생님의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직접 뵙기도 했고 친분이 있기도 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내도 박계해 선생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여 모두가 설렘을 안고 출발했지요.


카페는 도로변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외관이 워낙 휘황찬란하여 찾기 싫어도 금방 눈에 띄더군요. 카페안의 인테리어는 실로 재미있었습니다. 구석구석에 좋은 글귀, 잊고 살았던 말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카페는 1층과 2층으로 나눠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1층이 사랑방같았고 2층은 다용도실 같았습니다. 2층에는 옥자씨라는 분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작품 전시회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벽에 그 분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손님들은 자연스레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는 형태였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전시회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바깥쪽으로는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어떤 책이든 자유로이 볼 수 있고 원하면 책을 살 수도 있습니다. 창문에 적힌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문구가 와 닿았습니다.


구석 구석에 작게 '카페 버스 정류장'에 관한 깨알 홍보글이 가득했습니다. 알콩달콩 너무 귀엽더군요.


계단에 붙어 있던 한 글귀 입니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글귀였지만 이렇게 대면하게 되니 순간 숨을 못 쉬겠더군요. 사람 한명 한명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제가 보여서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카페 버스정류장은 분명 찻집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차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한 장소는 아니였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에도 많은 손님들이 오셨지만 박계해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에게 주문을 받고 차를 가져다 주는 일만 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하게 말을 거시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약간 믿기어려운, 서투른 타로점을 보시며 상대의 말을 정성스레 들어주셨습니다. 나중에는 이 카페에 차를 마시러 왔는지 사람을 만나러 왔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박계해 선생님이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계해 선생님의 삶이 모범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이나 의미를 잃으신 분들께는 이 곳, '카페, 버스 정류장'을 추천합니다.


이곳에는 사람이 있고, 정성이 있고, 따뜻함이 있습니다.


저도 마지막 쯤에 타로 점을 봤습니다.


"선생님 제가 내년에도 이곳에 올 수 있을 지 점을 봐주세요."


"네 김샘의 점 봐드리죠. 오! 당연히 온다고 나오네요. 그리고 이곳에 와야 행운이 따른다고 나오네요."


박계해 샘과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1박 2일간 카페, 버스정류장에서 머물렀습니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잘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니 박계해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아쉬운 느낌, 다시와요. 가까운 날에^^'


개인적으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태봉고에서 강연을 하실 때 참석하여 강연 듣고 책을 얻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교직생활을 18년 정도 하시고 귀촌하여 농사를 지으시다가 염색도 하시고 지금은 카페를 차려 운영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도 함창읍에 가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카페가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끄는, 그런 카페가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카페가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소품은 직접 만드시고 주워오시고 기증받은 물건을 재사용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글귀들, 좋아하는 분들의 작품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엽서들, 아이들의 그림들로 카페는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채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카페, 버스정류장'은 말 그대로 쉬어가는 곳입니다.


내가 원하는 버스가 언제 올 지 모릅니다. 그 때 한없이 기다리기만 할 건지, 버스 노선을 다시 확인 할 것인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 들러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레 길이 보이는 곳입니다.


이 곳에는 차와 커피를 팔지만 정작 파는 것은 사람에 대한 정,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2016년 한 해가 가기전에 다시 한번 들리고 싶습니다.


그녀의 버스정류장엔 지금도 사람들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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