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2025년 산청간디고등학교 27주년 개교기념일(간탄일)

마산 청보리 2025. 10. 2. 14:30

우연히 아래의 글을 접했습니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27주년 개교기념일(간탄일) 개막식 중, 재학생의 이야기 때 1학년 학생이 쓴 글입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도 산청 간디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아마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안학교 학생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옮깁니다. 이 글을 쓴 학생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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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학교에서 살아남은 지 8개월 차,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입학 초 소복히 쌓인 눈 위로 그려졌던 멋진 풍경, 멋진 체계, 그리고 멋진 사람들, 행복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갖춰진 완벽한 곳이라 생각했다.

마음 무거운 일이 종종 우릴 재촉하며 괴롭히곤 했지만 눈물이 살짝 세어나올 정도로 행복했던 일이 찾아와 주었기에 지금껏 간디에서의 경험들이 전부 소중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에 갑갑함을 느낄 때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해보지 않은 것을 즐기며 자유를 찾고, 비슷하게 힘들었던 나의 경험을 꺼내어 성장하고, 이렇게 새롭게 느낀 것들을 내 것으로 흡수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생각해낸다.
매일 아침 눈 뜨고 등하교를 하기 위해 체력을 적절히 관리하는 법도 터득하게 된다.

이러한 결점하나 보이지 않는 일상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그저 베실베실 급식 기다리며 행복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인데 하지만 같이 살아가다 보면 우린 전부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같은 것을 보아도 피어나는 생각들이 모두 달랐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알면서도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식구들의 의견을 모아 한 방향을 짚어내는 것이란 너무 막연하고 이상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과정에서 너무 많은 상처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로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걸음걸이를 따라해 보아도 비슷한 한계점에 부딪혀 무력감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기대하고, 크게 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감정이 맺히게 되는 것 같다.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 중 가장 복잡하고 때론 모순적이며 하루를 더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사랑'은 몇 몇 시기를 통째로 좌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간디 사람들은 전부 각기 다른 빛을 띄고 있으면서 그것을 망설임 없이 주변에 나누어주곤 한다.

그들을 위해 뛰어다니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눈을 보고 웃어줄 때 어렵다면 별 말 없이 옆에 앉아있기만 해도 무언가 간질간질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주 이런 기분을 선물해주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에 갑갑함을 느낄 때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해보지 않은 것을 "함께" 즐기며 자유를 찾고,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경험을 "함께" 나누며 성장하고, 이렇게 새롭게 느낀 것들을 우리의 것으로 흡수하기 위해 그 때의 감정과 날짜를 쓰고 추억이라 이름 붙인다.

앞으로도 그들을 위해 뛰어다닐 상상을 하며 체력을 적절히 관리하는 법도 터득하게 된다.

준비도 안 됐는데 자꾸 우릴 시험하고 숫자 하나로 거의 누군가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험이라는 존재라던가,

무얼 잘 하는 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 한 숨 돌리려고만 하면 곧 학년이 올라간다는 사실이 온전한 우리의 삶을 가로막곤 한다.

소소한 불행 조각부터 혼자서는 아무리 애써도 고칠 수 없는 이 작은 사회 속의 균열과 갈등까지 완벽한 줄 알았지만 사실은 결점투성이인 이곳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같이 살아가는 이유는...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함께 바람을 맞아주고, 최악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는 법을 가르쳐주며, 단단한 정신력으로 자신의 건강을 가꿀 줄 아는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걷기 때문이 아닐까?

2025년 간디고등학교 개교기념일(간탄일) 27년 개막식 중, 재학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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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은 어리다면 어린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어리지 않습니다. 

준비도 안 됐는데 자꾸 우릴 시험하고 숫자 하나로 거의 누군가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험이라는 존재라던가, 무얼 잘 하는 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 한 숨 돌리려고만 하면 곧 학년이 올라간다는 사실이 온전한 우리의 삶을 가로막곤 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완벽하지 않은 이 곳에서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는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걷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것이 와 닿았습니다.

기숙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3년은, 집보다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뜻입니다.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는 뜻입니다. 선생님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학생들은 진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곳이 기숙학교면 더 그럴 것입니다.

곧 입학시즌입니다. 많은 중학생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합니다. 그 중 기숙학교를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기숙학교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을 순 없습니다. 이왕 생활하는 곳에서, 이 글을 쓴 학생처럼, 현실을 직시하며, 본인의 생활을 챙기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걷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뭐든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결국 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입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 중, 보호자분 중, 기숙 대안고등학교를 고민하신다면 위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우리학교 학생들 마음도 이 글과 비슷하리라 추측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기숙학교를 다니는 고1 학생의 생각을 확인할 있어 교사로서, 부모로서 좋았습니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용기와 도전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쓴 학생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함께'의 가치와 책임감을 배우는 것, '함께'의 고통과 외로움을 느끼는 것. 기숙학교의 모습입니다.

이 글을 읽는 중3학생이나 보호자분, 원하시는 학교로 진학하길 기원합니다.

고1은 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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