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저희 가족이 간디인이 되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산청간디고등학교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전국에는 금산간디학교, 제천간디학교, 산청간디학교, 그리고 산청간디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중 산청간디고등학교는 1998년 개교하여 올해로 27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대안학교의 시초인 곳입니다. 20년 이상 근무하신 선생님도 여러분 계시고 2025년 현재 8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간디학교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내, 대안교육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간디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 내 주류의, 성과위주, 경쟁위주, 자본위주의 삶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고 창의적으로 저항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간디학교 진학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 용기가 필요한 선택입니다. 간디학교 뿐 아니라 대안학교 진학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대안학교도 종류가 많지만 교육 자체의 대안을 목표로 개교한 학교들은 보통 '대학진학'을 교육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학교마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되기, 사랑과 자발성,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학교,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나아가 범지구적 사랑을 실천하는 인간 기르기 라는 철학 등을 공유합니다. 이러한 대안학교 철학의 시작에 간디학교가 있습니다. 저희 딸아이도 오랜 고민 끝에 간디학교 진학을 결심했고 원서를 내고 선발전형에 참여했습니다. 운 좋게도 최종합격하여 신입생 학부모 연수에 참여하였습니다.
2025년 28기 신입생 학부모 연수는 1월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로 산청간디고등학교 강당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첫 날, 전국에서 모이신 학부모님들이십니다. 사정이 있으신 분 외엔 모두 참석하셨습니다. 다정하게 부부가 같이 오셔서 알콩달콩 서로 회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색한 시간은 찰나였습니다. 학부모회의 진행으로 벽깨기 활동을 했습니다. 간단한 몸놀이부터 가벼운 게임까지, 편안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태어날 생일을 기준으로 조를 짰고 학부모 이야기 카페 시간이었습니다. 질문은 세가지 였습니다.
1. 나는 어떤 기대로 자녀의 (간디진학) 선택을 지지했나?
2. 내가 인식하고 있는 대안학교(좋은 배움터)란?
3. 좋은 배움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학부모회(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모님들은 진지하게 글을 작성하셨고 한분씩 본인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공감하고 웃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 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간디 선생님들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간디 학교 선생님들의 특유의 다정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간디학교 선생님들께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선생님들 소개 후 교무부의 교육과정 소개, 학생자치부 소개, 담임부 소개 등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있었습니다. 부모님들께선 궁금한 것은 질문하시며 경청했습니다.

1년 간 간디의 주요 행사를 들었는데 '후와...아이들이 정말 쉴 시간이 없겠구나. 이 학교는 매일매일이 잔치로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배움을 탐구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빛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안학교에 대해 오해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공부하지 않는 학교'라는 것입니다. 대안학교는 '공부하지 않는 학교'가 아닙니다. '교과서 공부만을 하지 않는 학교'가 정확합니다. 철학, 심리학, 생활영어, 농업, 목공, 요리, 옷만들기, 영상제작, 디자인, 수학, 중국어, 과학, 문예창작, 시장경제 등 대안학교마다 정말 다양한 교과들을 개설하여 수업합니다. 즉 대안학교 학생들은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어찌 보면 훨씬 많은 교과들을 배우고 훨씬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즉 실전 경험치가 높습니다. 그만큼 학생들은 과제와 해야 할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게다가 동아리활동까지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해내어야 합니다. 대안학교는 학생들이 배우지 않고 게으르게 생활하는 곳이 아닙니다.

첫 날 일정이 끝나고 밤에 교정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청이라 그런 지 하늘에 별이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간만에 보는 많은 별에 한동안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잤습니다. 기숙사는 깨끗하고 쾌적했습니다. 어찌나 방이 뜨거운지,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특히 사감샘들이신 빵쌤과 햇살쌤을 뵙고 말씀을 들어보니 너무 수고가 많으셔서 절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들보다 3년동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십니다. 빵쌤과 햇살쌤께서 아이들과 적당한 밀당을 하시며 더 나은 교육활동을 위해 고민하시고 실천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수고많으시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기숙사에서 자고 1.2km 정도 되는 길을 아이들처럼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아침 특유의 산공기가 상쾌했습니다. 산청간디고등학교의 자랑꺼리 중 하나가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것에 무조건 동의합니다.

다음 날 일정은 졸업생과의 만남이었습니다. 18기 졸업생 세 분이 귀한 시간 내어 와주었습니다. 두 학생이 졸업 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간디를 다녔을 때와 졸업 후 생활, 간디인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 본인의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주었습니다 .졸업생들의 이야기 후 신입생 학부모님들의 많은 질문이 이어졌고 서로 불안을 토닥이고 격려하며 따뜻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너무나도 유명한 간디학교 교가인 '꿈꾸지 않으면'을 다같이 불렀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곡을 작곡하신 장혜선선생님께서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흥분하여 노래 부르는 것도 잊고 피아노 연주 중이신 선생님을 한참 연예인 보듯 손 모으고 보았습니다.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꿈을 꾸지 않고 꿈에 그리던 분을 보았습니다. 우와!!!!!!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소중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28기 학부모님들이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단 하루, 처음 만난 사람들의 단체사진입니다. 저는 사진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만났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람들 같았습니다.
한 부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간디학교는 좋은 사람이 많은 학교라고, 졸업생 중 한분이 말했습니다. 자신의 꿈은 다정하고 능력있는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간디학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신 내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삶은 불행한 삶이라고, 1박 2일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소개드리진 못하지만 정미숙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소개드립니다.
"진리이면 가고 진리가 아니면 가지말라."
저는 이제 간디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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