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청보리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글 목록

저는 집에서 TV를 보지 않습니다. TV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고, TV를 보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해서 TV프로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프로가 있습니다. KBS<다큐멘터리 3일>입니다. 예전에 노량진 편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젊은 시절, 노량진에서 1년간 생활했던 적이 있기에 과거를 추억하며 오늘날의 고시생들의 삶을 애잔하게 봤었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은 더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 곳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기에 감동이 더했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책이 나왔습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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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동안 다큐멘터리 3일은 1,500일, 3만 6,000시간동안 걸어왔습니다. 72시간이라는 시간에 500여 곳의 장소를 담아왔습니다.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곳, 다시 열정을 불어넣는 곳,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곳, 먹고 싶고 맛보고 싶은 곳, 다른 인생에서 지혜를 배우는 곳, 엄마의 품속 같은 곳, 땀 흘릴 용기를 주는 곳, 옛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말없이 위로해 주는 곳,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곳 등 10개의 주제에 각각 10개의 장소가 담겨 있습니다.(들어가며 중)


오랜 시간 TV에 방영되었던 장소를 책으로 다시 읽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 살아있는 삶의 뜨거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책으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여운이 좋았습니다. 10개의 주제마다 담긴 이야기는 다르지만 읽는 이에게는 따뜻한 감동을 전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사진들입니다. 내용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몇 년만 참자. 그렇게 집도 사고 뭐도 사면 행복하겠지. 그렇게 우리는 행복을 계속 미래형으로 두잖아요. 그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지금 행복하고 싶었어요.” 도시에 있었다면 한창 출근 중이었을 이른 아침 시간에 초보 농부는 포도를 인근 장터에 내놓습니다. 장터는 귀농인들의 데뷔 무대와도 같습니다. 시식하는 손님을 바라보는 가슴 떨리는 시간, 다행히 맛있다면서 포도를 양손 가득 사가지고 갑니다. 자신이 생산한 것을 직접 팔아보니, 한 걸음 더 농부에 다가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 정양리의 귀농인들은 농부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농부가 된다. 중)


각 장소의 이야기를 서술식으로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각 장소, 각 인물의 사연들을 수채화로 표현하듯 담담히 소개합니다. 


-별 빛 대신 불 켜진 학원 간판들이 까만 밤을 수놓는 노량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의 꿈에 한계선을 긋는 법을 알게 되었을까요?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노량진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가능성 안에는 ‘실패의 가능성’도 포함돼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실패의 두려움 앞에서 자신의 꿈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혹시, 당신은 치기 어렸던 젊은 날의 다짐을 기억하시나요? 행여, 그날의 꿈대로 살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당신에겐 ‘실패의 자유’가 있으니까요.(노량진 고시촌 중)


여행을 위해 이 책을 선택했었습니다. 다 읽은 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인생지침서였습니다. 나의 아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도 아니며, 혼자 사는 것도 아니며, 결국 우리는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손때 묻은 물건과 함께 서민들의 애환까지 흘러드는 중고거리. 이곳의 사장님들도 하루 매상에 울고 웃는 자영업자입니다. 나 혼자만 잘 살 수 없는 세상, 바깥세상이 잘 돌아가야 이곳도 활기가 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물 선풍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곳, 땀의 가치와 보람이 여기 있습니다.(대구 중고가전, 주방거리 중)


<다시 열정을 불어넣는 곳>에서는 다양한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가 생깁니다.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곳>을 읽을 때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곳>에서는 즐거움을 위해, 마음의 여유를 위해 꼭 가보고 싶다는 다짐을 합니다. <먹고 싶고 맛보고 싶은 곳>을 읽으면 우리나라 먹거리의 다양함과 꼭 한번 들러서 먹고 싶다는 충동이 생깁니다. <다른 인생에서 지혜를 배우는 곳>은 장소의 의미와 쉽게 지나쳤던 곳들에 대한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엄마의 품속 같은 곳>, <땀 흘릴 용기를 주는 곳>, <옛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말없이 위로해 주는 곳>, <자존감을 되찾아 주는 곳> 모두 읽다보면 조용한 미소가 생깁니다. 


364페이지의 다소 두꺼운 책입니다. 10개의 주제에 각 10개의 장소들, 총 100여 곳을 소개하다보니 심도 있는 소개는 힘듭니다. 1페이지에 장소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그래서 읽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책은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닙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1곳, 2곳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책 읽기가 절로 멈춥니다. 짧은 글 긴 여운은 이 책에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혹자들은 대한민국은 땅덩어리가 좁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대한민국 땅은 좁더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은 위대합니다. 여행을 가고 싶은 분,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분, 다른 분들의 삶을 접하고 싶은 분, 삶이 외로우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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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드는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 이야기' 꿈의 학교를 소개한 책입니다. 정말 몰랐는데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이더군요. 생각해보니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서 가끔 봤던 기억이. 읽는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이 책은 꿈의 학교라는 환상을 소개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이신 이민선님께서 직접 취재하시고 연재하셨던 글을 다듬고 보충하여 묶은 책입니다. 그래서 읽는 것이 참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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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교는 학생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찾고 실현하는 학교 밖 학교다. 학교 밖이란 일반 학교(공교육)의 밖을 말하는데, 공교육 밖에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마을’이다. 수년 전부터 다양한 마을교육공동체에서 ‘학생 스스로’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정신으로 아이들을 길러왔다. 마을교육에 꾸준히 헌신해온 여러 모임과 학부모, 교사들이 꿈의 학교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다. (여는 글 중)


꿈의 학교는 말 그대로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학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소위 학교와 어른들이 요구하는 직업에 대한 꿈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아이의 꿈, 인간의 성장으로서의 꿈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꿈은 강요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며 참여하는 꿈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쩌면 이 모습이 미래의 학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꿈의 학교는 2015년부터 경기도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고 2015년 당시 143개였던 꿈의 학교는 2016년 463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분야도 아주 다양합니다. 뮤지컬, 오케스트라, 실용음악, 합창, 댄스, 공예, 만화, 사진, 연극, 영화, 여행, 봉사활동, 승마, 자전거, 생태환경, 독서, 역사, 발명, 마을축제, 의정체험, 평화실천 등 끝이 없습니다. 학습내용과 일정도 아이들과 함께 정하고 함께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학교는 모두 20곳입니다. 16곳은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 학교’이고 4곳은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입니다. 한 학교, 한 학교가 감동적이고 믿기 어렵습니다. “정말 이게 가능해? 아이들이 교장을 한다고? 마을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실컷 노니까 학교 폭력이 사라진다고?”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요즘 아이들은 버릇없고 생각도 없고 무기력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이 책을 꼭 읽어 보셔야 합니다. 


어찌보면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판단하고 선을 그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부모,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일지도 모릅니다. 꿈의 학교는 어른들의 간섭이 최소화 될 때,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성장의 욕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집입니다.


꿈의 학교를 소개합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과 다른 것을 배워서 좋아요. 특히 머리가 아니라 몸을 쓴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고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올해 또 왔어요. 선사시대를 직접 체험해보면 어떨까 하다가 움집을 짓기로 했어요. 학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역사를 공부하면 좋겠어요.”(이세인, 고2)


“현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도 생깁니다. 그럴 경우에는 다른 팀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사실 이게 힘들어요. 실패해도 괜찮다고 기다려주는 일요.”(김영진, 강사) -본문 중


공부란 교과서의 내용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며 공부 후 내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반 학교에서의 달라짐이란 성적의 변화를 말합니다. 친구보다 더 열심히 해서 친구를 이기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친구를 경쟁자가 아닌 동지로, 함께 일을 해결해가는 친구로 대하고 함께 할 때의 기쁨은 비할 바가 없습니다. 우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무작정 기다려준다는 것은 참 힘듭니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성장을, 실수를 기다려 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 부모님들이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라며 해주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되레 더욱 의존적인 아이가 됩니다. 이런 아이가 자라 나이만 20대가 넘었을 때, ‘이젠 다 컸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며 세상으로 내 모는 것은 잔인합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곳을 탐방했어요. 웬만한 것은 우리가 직접 만들었고요. 벽화를 그리기도 했고,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로 소통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했고요. 말로 다 표현하기는 좀 어렵지만, 우리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나가다 보니 배우는 게 참 많았어요.”(본문 중)


아이들은 직접 해 나가며 추억, 삶의 지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소소한 기술들을 배웠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더 많은 돈도, 더 많은 사교육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맡겼기 때문입니다. 


-“진정 즐긴다면 못할 게 없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즐기는 사람만큼은 잘할 수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직업이 곧 돈?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두려움 없이 도전할 용기가 필요하지요. 그래야 영혼이 자유로워지고 상상력도 나옵니다. 다만 선택할 때까지는 충분한 정보를 입수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 꿈의 학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도록 도움을 줘야 하겠죠.”(남양주 영화 제작 꿈의학교 이덕행교장)

 

사례가 너무 많아 서평에 다 옮기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덴마크 교육의 선구자 니콜라이 그룬트비의 말입니다. “노트에 필기하고 시험을 쳐서 점수를 잘 받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하고 도전하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다.”

꿈의 학교는 이미 꿈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중심에 세우고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는 이미 꿈의 학교가 아닙니다. 현실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 속 학교입니다. 친구의 감사함을 알고, 성취의 기쁨을 느끼고 함께의 소중함을 체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그 어른 또한 그런 교육을 아이에게 베풀 수 있습니다. 


암기를 위한 교육이 아닌, 삶을 위한 교육을 꿈의 학교에서는 행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던 중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도 꿈의 학교 소문이 전해져 책에도 소개된 꿈이룸학교 교장이신 서우철교장샘을 모시고 강의가 곧 있을 예정입니다. 꿈의 학교를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는 생각에 제가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꿈의 학교가 마을학교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학교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바로 자라는 것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희망입니다. 희망의 가지를 꺾는 것이 어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쉽게 꺾어버리는 아이의 꿈가지들, 이제 어른들이 뉘우치고 도와야 합니다. 꿈의 학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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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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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초등교사가 쓴, 사춘기 어린이와 함께 사는 부모님들, 사춘기 어린이를 이해해야 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아니 정확히 보면 사춘기를 맞이해 혼란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지은이는 대마왕이라고 통하는 차승민선생님이십니다. 차샘은 이미 <영화를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학생 사용 설명서>, <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 수업> 등의 책을 쓴 중견작가입니다. 


차샘이 쓰신 책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아이들을 향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랄 수 있을까? 그는 많은 도전을 했습니다. 우연히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봄으로써 영화를 활용한 아이들 마음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모든 이들이 당연히 알고 있는 학교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선생님과의 관계 이해를 위해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썼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책을 썼던 그가 또 꼭 필요한 책을 펴냈습니다. <열두살, 나의 첫 사춘기>가 그것입니다.


-차샘도 어릴 땐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어. 부모님과 싸우기도 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져 외롭기도 했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했지. 선생님이 되어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 있단다. ‘지금의 아이들도 예전의 나처럼 많이 힘들겠구나.’ ‘그 때 누군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해줬으면 정말 위로가 되었을 텐데.’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어. 너희들의 고민은 어른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것들이야.(머릿말 중)


차샘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을 직접 대하는 어른들도 불편하겠지만 사춘기를 겪어내는 아이들이 더 혼란스럽다고 말합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넌 잘못되지 않았다고, 너의 행동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들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서 그런지 이 책은 읽기 쉽습니다. 아이들이 고민할만한, 실제로 했었던 질문들과 사례들을 재구성하여 대화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의 현실감은 목차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도 날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공부를 못하면 인생을 망치나요? 부모님과 어떻게 지내야 하나요?”


누구에게 쉽게 고백하기 어렵고 나만 이상한 아이 같다고 혼란스러워할 아이들에게 차샘은 따스하게 말합니다. “니 잘못이 아니야. 넌 잘못되지 않았어.” 


-“원래 그 땐, 그렇게 사는 거야. 엄마 아빠 어린 시절보다 너희들이 훨씬 행복한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쉽게 해. 우리는 처음 겪어보는 건데 말이야. 어른들도 사춘기를 겪었으면서, 그 시절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쉽게 말할까? 그건 어른들이 그 시절을 잊어버려서 그래. 분명히 어른들도 그 시절을 지나왔고 그 때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잊어버린 거야.(본문중)


누구나 겪어왔던 사춘기, 하지만 누구나 속 시원하게 말해 주지 않았던 사춘기, 친구들과 비밀스럽게 주고받았던 이야기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가 괜히 더 짜증나는 이유들에 대해 차샘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도와줍니다. 


책에는 많은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차샘에게 자신이 하는 고민들에 대해 서슴없이 털어냅니다. 차샘은 당황하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알기 쉽게 조언합니다. 강요하지 않습니다. 쉬운 이야기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차샘, 행복하지 않아요. 꿈이 없어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왕따를 안 당하는 방법은 없나요? 어떻게 해야 여러 친구들이 절 좋아할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요. 대학은 꼭 가야 하나요? 학원 가기 싫어요.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 올라요. 부모님과 잘 지내고 싶어요. 어른들은 왜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죠?(본문 중)


아이들의 물음은 솔직합니다. 차샘의 대답도 솔직합니다. 물론 차샘의 말씀이 완벽한 해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물음에 대한 가치를 존중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이제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는 거야.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가 두렵고 힘들다면 기억도 나지 않은 아기시절 첫걸음을 시작할 때를 생각해 봐.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는 첫 걸음을 떼던 그 순간이야. 첫 걸음은 이미 시작했어. 그 때 잘했듯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10년 후, 20년 후가 되면 추억으로 남을거야.(본문 중)


개인적으로 책의 저자인 차승민샘을 알고 있습니다. 평소 그의 인품으로 봤을 때 책에 쓰인 내용들은 진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이 책에는 결정적인 거짓이 있습니다. 차샘은 표준어를 쓰지 못합니다. 너무나 구수한 갱상도 사투리를 쓰는 험상궂게 생긴 시커먼 아저씨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용기를 주기 위해 그 힘들다는 표준어를 구사하여 책을 썼습니다. 읽는 내내 그의 실제 말투가 생각나 몰입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차샘의 진심을 다시금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미운 5학년이라고 아이를 탓하기 전에 잘 자라고 있는 5학년이라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자라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 할 시기인 사춘기, 요즘은 시기가 빨라져 초등학생 시절에 겪는 사춘기,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를 봐야 한다고 조용히 묻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굳이 잘못을 찾는다면 아이들을 잘못되었다고 쉽게 판단하고 처방 내리려는 어른들입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이 때문에 힘든 부모님이 계시다면 반대로 그 아이가 부모님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는 “다 너를 위한거야.”라는 모호한 말로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하고 자신의 욕심을 합리화 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아이들의 마음부터 헤아려야 합니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마음 다독임 책,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 <열두 살, 나의 첫 사춘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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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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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같지 않은 목사와 상처 많은 아이들이 만들어낸 영화 같은 이야기, '우리도 꿈꿀 수 있을까?" <꿈쟁이주식회사>를 읽었습니다. 지은이는 송경호님입니다. 송경호님은 목사이자 지역아동센터장입니다. 경주에 터를 잡고 있으며 매일매일 아픔 없는 아이들을 섬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가 사고를 칩니다. 수줍음 많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많은 아이들을 음악이라는 손길로 아우르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녹녹치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울기도 많이 울고, 아내와도 많이 싸웠습니다.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상대는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송경호목사는 어릴 적부터 지긋지긋한 가난과 함께 자랐습니다. 자신도 가난의 고통을 알기에 자라서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성인이 되어 선택한 길은 결국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길이었습니다. 물론 자신도 가난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는 처음에는 교회학교의 부흥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한 아이와의 일로 인해 깨닫게 됩니다.


“와 집에 안가고 있노?” 

“......” 

“빨리 집에 가거라. 너무 늦었잖아! 엄마, 아빠 걱정한다. 빨리 집에 가거라.” 

“아닌데요.” 

“뭐가? 뭐가 아니라고?” 

“엄마, 아빠 걱정 안 한다고요. 엄마, 아빠 없어요!” 

“얌마아! 와 말 안 했노?” 

“목사님이 한 번도 안 물어 보셨잖아요. 이씨!”

아이는 그렇게 울면서, 교회를 뛰쳐나갔다. 아이의 등을 보고 있는데 ‘내가 뭐하고 있었나?’라는 자책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중요한 건 수적인 부흥이 아니라 한 영혼을 위한 사역이었으며,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삶의 자리가 있는지 돌보는 것임을 잊고 있었다. 진짜 중요한 ‘사람에 대한 마음’과 ‘삶의 자리’는 사라지고, 그냥 그저 내가 하는 사역의 자리를 채우는 숫자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본문 중)


이 책은 단순히 꿈쟁이 주식회사의 성공적인 무용담을 자랑하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변화와 도전을 통해 아이들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아이들은 단지 순수한 지지와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센터의 아이들은 변화를 싫어했습니다. 받는 것에 익숙해졌고 국가에서 주는 것만 받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에 길들여질 수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그런 환경 속에서,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공정하지 않는 대우를 받으며, 센터로부터 약간의 지원을 받고 사는 그런 아이들이었습니다. 


2014년 1월 6일, 센터의 아이들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드림아이’라는 중창단 오디션을 보겠다고 공지했다. 

“야야! 잘 들어라. 이 오디션은 일명 ‘다 붙여 주는 오디션’이다.”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 말이고? 다 붙여 주는데 오디션을 말라 보노?” 그 웅성거림에 “끝까지 들어라. 단 한 소절이라도 오디션 때 부르는 아이들만 붙여 준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상관없다. 부르기만 하면 된다. 박자고 음정이고 뭐꼬 없다! 그냥 부르면 된다. 그것도 노래 한 곳이 아니라 한 소절이다! 그라면 바로 합격인 기라!”(본문 중)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드림 아이’ 중창단은 탄생합니다.


꿈이 현실로.


그 후 ‘드림 아이’의 성공적인 도전은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페이스북 <힘내요>소셜펀딩 도전이야기, 봉황대뮤직스퀘어 무대출연 이야기, 노래/공연 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이야기, 경북청소년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이야기,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통해 TV출연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반이 나온 이야기까지, 책을 읽는 내내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게 가능한거야? 사람들의 동정심으로 이뤄진 일은 아닐까? 이렇게 아이들에 미친 목사와 노래의 노짜도 몰랐던 아이들이 해냈다고?’ 책을 읽는 내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해서 책을 다 읽은 후 꿈쟁이 주식회사, 드림 아이를 검색해 봤고 아이들이 노래 연습하는 영상, 공연하는 영상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현실이야.’


송경호 목사는 아이들의 경험만을 나열하며 ‘봤죠? 우리 이렇게 잘났어요.’라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시간에서 기다리게 게 아니라 어른들의 시간에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아이들의 상처나 변화의 폭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시간에서 아이들의 변화의 시간을 임의로 정해 버린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내가 이만큼 기다렸으니까! 이 때쯤이면, 이만큼 하면 당연히 변하겠지!”라고, 아니다. 이런 시각과 관점을 가진 어른이기에 우리는 아이들의 진짜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이다. 내가 재단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각과 관점과 마음에서 아이들이 재단한 시간 말이다.(본문 중)


송경호 목사는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한 목사입니다. 목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교회의 책임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목사입니다. 대한민국 교회에서 좋아할 말들보다는 껄끄럽고 싫어할 말들을 더 많이 합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견을 말하며 세상에 당당하게 외칩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지 관심병 있는 목사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의 삶을 알게 된 후에는 일부러 이러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진 것이 없더라도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용기를 아이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와 ‘드림아이’ 중창단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부와 권력을 위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과 용기를 위한 도전입니다. 좋은 일을 하려하니 좋은 분들이 힘을 많이 보탭니다. 동정의 힘이 아니라 공감의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얼마 전 송경호 목사와 대화를 한 적 있습니다. 


“목사님, 책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이들 음반을 구입하고 싶은데, 계좌번호를 알려주세요.”“감사합니다.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요.” “아, 아닙니다. 꼭 구입하고 싶습니다. 저도 투자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 많이 좀 알려 주세요. 대선 끝나면 다시 역주행 하려고 합니다.”

“네 응원합니다.”


많이 가진 자가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행복할 수 도 있습니다. 경주에 있는 ‘푸르른지역아동센터’에서 그 내용을 확인시켜 줍니다. 아이들의 감동적인 성장을 느끼고 싶으신 분, 이 사회에 존재하는 희망이 궁금하신 분,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길입니다. 특별하지 않는 그들만의 성공적인 이야기, 꿈쟁이주식회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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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님의 책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저자는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청년의 삶을 살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졸업합니다. 회사 생활도 합니다. 말그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를 흔든 친구의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넌 요즘 행복하니?" 어느 날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난 말문이 막혀 답을 하지 못했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침묵이 오래 흘렀지만 나는 그 침묵을 깰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회사생활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문득 그 친구의 물음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 나는 지금 행복한가?" 회사를 7년이나 다녔지만 7년 전의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본문 중)

저자는 2014년 8월 중순, 7년동안 젊은 날의 열정을 쏟은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4천 킬로미터가 넘는 머나먼 길을 가로지르는 트레일<PCT(Pracific Crest Trail)>. 그는 '나는 행복한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이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미국 3대 트레일, 가장 왼쪽이 PCT코스>

-"Almost There(거의 다 왔어.)!" 그 길 위에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항상 들려오던 말, 힘들고 지친 친구를 위해 항상 외치던 말, 하지만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정작 이 말이 필요한 사람은 그 길 위에서 만난 친구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합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사진, 책 앞부분에 소개된 트레일 정보 등이 아주 친절하고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도 같이 트레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들게 합니다. 그만큼 현실감 있는 책입니다. 408페이지에 이르는 책입니다. 저는 매일 밤, 자기 전 이 책을 읽어 근 일주일만에 다 읽었습니다. 밤마다 트레일을 한다는 기쁨에 책의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길을 가며 만난 사람들, 그들과의 추억들, 목이 너무 말라 고통스러운 순간에 만난 트레일 매직, 트레일 엔젤을 만나 보낸 즐거운 시간들, 뭐니 뭐니해도 트레일 하며 만난 경이로운 자연들. 저자는 트에일 초기 무릎이 아파 고생을 합니다. 그만둬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걸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으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같은 길 위에 있었지만 허영을 좇느라 놓친 것들, 순수한 아름다움과 자유 그리고 나 자신, 내려놓고 보니 비로소 하나둘씩 눈에 보였다. 저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내려놓는 길, 2부 깨달음의 길, 3부 즐거운 길, 4부 우정의 길, 5부 다시 시작하는 길, 소제목도 아주 잘 지었습니다. 1부의 고통스러운 출발에서, 5부의 끝나감이 아쉽다는 표현까지, 5개월을 길에서 보낸 그가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토록 찾던 행복,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다. 이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지난 날 그저 당연하다 생각하고 잊고 지내던 작은 일상의 소중함이다...나는 이제야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았다. 단순히 행복한가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치관을 정립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기쁨의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삶 속에서 내가 얼마나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고 기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저자는 5개월을 걸으며 14kg이 넘게 살이 빠졌으며 부족한 영어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하이커박스 갱 조직(?)도 만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한국인과 일본인을 만나며 또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엄청난 모기떼와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걷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육포와 초코바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그리워 혼자 울기도 하고 손수건에 흙탕물을 몇번이고 걸러서 마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지점까지 자신과 마주하며 걸어갑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의 감동은 특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삶을 살며 삶의 목적을 잊고 사시는 분들, 인생의 참 가치가 궁금하신 분들, 여행의 또 다른 이유를 찾고 싶으신 분들, 힘들게 일하면서 그 보람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우리는 열심히 산다고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 뜬 구름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48킬로미터를 거의 쉬지 않고 걸었다. 몸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시작부터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나를 괴롭히던 무릎도 이젠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그 덕분에 다른 근육이 발달해 피로를 덜 느끼는 듯하다. 시에라 구간의 오르막 구간을 트레킹 폴 없이 걸은 것도 아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마치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아직 뭐가 변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도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걸까? 이 길에 서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길의 끝에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길의 끝이 궁금하신 분, <나를 찾는 길>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냥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광수님이 5개월을 걸으며 알게된 것을 우리는 이 책 한권을 읽고 접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5개월은 인생을 걸만한 길이었습니다. 우리 자신도 자신의 삶을 만나기 위해 이런 길을 걷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를 알아야 삶이 보이는 법입니다. 나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을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필요합니다. 5개월을 걷지는 않더라고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을 함께 느껴보시지요. 나의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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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청년새끼>를 읽었습니다. 미운오리새끼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입니다. 소설 속 미운오리새끼는 그래도 후에 아름다운 백조가 되지만, 책의 <미운 청년 새끼>는 백조라는 아름다운 모양새도 가지지 못합니다.

2017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표지그림부터 눈에 뜁니다. 서울의 도심 고층 건물에서 젊은 여인이 다이빙 하는 듯한 포즈를 하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인지, 생을 마감하려 하는 것인지, 표정을 보면 후자의 경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최서윤, 이진송, 김송희 세분이 지은 책입니다. 저자 소개를 보면 최서윤님은 독립 잡지 <월간 잉여>를 펴냈고, 보드게임 기획, 단편 영화  연출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진송님은 독립 잡지 <계간 홀로>를 만들고 단행본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펴냈습니다. 김송희님은 <캠퍼스 씨네21>의 기자이고 요즘 관심사는 불안 해소, 불확실성, 살아남기, 부동산 등이라고 합니다. 세 분이 모여 먹고사니즘, 정치, 문화, 연애, 주거에 대해 철저하게 대한민국 현실 청년의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막연하게 ‘요즘 청년은 힘들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 책을 읽고 나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청년들이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N포 세대가 아니다.

흔히 N포 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즉 사회적인 관념보다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대라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하다니 우리 청년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건데, 저는 다르게 보거든요. 이제는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는 안 하기’로 선택한 거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요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보입니다.(본문 중)

청년들의 삶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많은 간섭을 합니다. 사실 출산율이 낮은 것은 청년들의 이기적인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연애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청년을 존중받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직장에서 새로 일하는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집값을 마구 올려도 크게 저항하지 못하는 존재들, 집을 먼저 선점했다는 이유로 앉아서 편하게 세를 받으며 사는 노년들, 2년 뒤 임대료를 9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는 임대차 보호법 등, 청년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청년을 뽑아 먹기 위한 사회구조가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대학)4년 동안 MT는 한 번도 없었다...우리는 모두 개인주의자들이었고, 돌아가며 휴학을 했고, 타과 복수전공을 하느라 바빴다. 막막했다. 꿈이 없었다. 괜히 꿈을 가졌다가 실패하면 상처를 입을 테니 노력조차 해보지 않았다. 밤이면 갑자기 볼에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흐르기도 했다. 사춘기가 뒤늦게 온 것처럼 우울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마음 한 구석에 항상 불안이라는 먹구름이 있었다. 명확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이었다.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 청년들의 부모세대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고 양질의 일자리도 많았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계약직이고, 잠시 사용하고 버리는 부품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취업환경을 청년들의 게으름과 요즘 젊은이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만 탓 할 수는 없습니다.

네 꿈이 뭐니?

꿈을 가지고 매진하고 노력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라. 멘토들이 쉽게 하는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학과를 그 방면으로 선택하고, 그에 맞는 경력 사항들을 채웠다가 그래도 안 됐을 때, 그 차선책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꿈에만 매진했다가 잘 안 될 경우, “꿈을 포기한 당신이 다른 일이라고 잘 하겠어요?”라는 비수 꽂힌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청년들의 취업을 개인적인 부분으로만 보면 결국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노력 문제가 됩니다. 꿈이 없었다던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끝까지 참고 해내지 못했다던지, 일은 적게 하고 보수는 많은 비현실적인 직장만 꿈꾼다던지, 말입니다. 책에서는 말합니다.

이기적일 필요가 있을 때 대부분의 개인은 회사를 생각해서 자기가 이로운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도 과연 그렇게 ‘나’를 생각해줄까?

청년들의 경험은 회사는 청년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거야.’라고 말해두고선 적은 월급으로 일을 시키고, 정규직 사원들과는 함께 밥도 먹지 못하는 차별을 경험합니다. 갖가지 간섭을 하며 인턴이라는 이름하에 사람이하로 사람을 대합니다. 

특별히 많은 임금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존중을 바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요? 회사는 계약기간 청년을 대하고선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합니다. 회사를 걱정하고, 회사의 말을 열정적으로 믿고 최선을 다한 청년에게 돌아온 것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예의 따위라곤 없는 잔인한 말 뿐이었습니다. 

‘이제 너는 필요 없어. 너 말고도 일하려고 줄 선 애는 많아.’ 이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청년들에게, 성인들은 어떤 꿈을 줄 수 있습니까?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자신의 노력여하에 인생이 달려있다? 청년들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자신의 노력, 열정, 꿈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단지 먼저 선점한 자의 횡포만이 청년들 위를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더럽고 치사해도 투표는 할 거예요.

내가 표를 던진 의원과 정당이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표를 던졌고, 실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계속 선거에 참여할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득권들이 이대로 계속 ‘해먹을’ 확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대화를 나누는 청년들은 말했습니다. 

나의 20대가 이명박에서 시작하여 박근혜로 끝났다는 것이 너무 억울해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에는 선거권이 없었어요. 저는 제가 뽑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험이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의 성취감을 경험하는 기회가 드물었죠. 다가올 대선은 기대가 됩니다.

이미 청년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들, 절대로 청년들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청년을 집단화시켜 비난하는 사회에 대해 이골이 나있습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을 쓴 3분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들은 ‘그 일을 왜해?’라고 묻더라도 자신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도 비슷한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저 스스로, 시대의 청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습니다. 단지 취업 걱정하지 않는 시대의 꼰대로서 청년들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열정페이, 꿈, 인턴, 사회적 경험 등 청년들을 포장하며 거리로 내모는 사회에 함께 서 있었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이전의 청년들보다 더 애잔하고, 처절하며, 상실감도 큽니다. 대선 후보들의 청년 정책은 주로 일자리 개수와 대학등록금 인하, 최저 임금인상 등입니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단지 돈으로만 환산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돈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무와 책임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란 이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 새로운 청년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사랑을 듬뿍 받은 이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법입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내가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 돈을 더 달라.’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게,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행복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사회는 소수의 역할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청년이 불행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이 어린 청년이 아니라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아파야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픈 청춘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을 비난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당신도 지금의 청년이라면 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망가진 이 나라의 청년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들에게 이 사회가 해 줄 수 있는 일, 청년을 이해함으로서 시작됩니다. 이 책은 기성세대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미운 청년 새끼 - 10점
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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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마리트 베베르그가 지은 <다행히 아무도 나를 모른다.>를 읽었습니다. 노르웨이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노르웨이 작품은 처음 만났습니다. 이전에 제가 알던 노르웨이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노르웨이 청년의 서투른 독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제가 <한없이 불투명에 가까운 청춘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보고 청년들의 힘겨운 삶인 것 같아 읽었고 내용도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노르웨이는 분명 복지국가인데 청년들의 삶이 뭐가 힘들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노르웨이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노르웨이는 분명 복지국가가 맞습니다. 전 국민이 임금의 40%이상을 세금으로 내며 법정 근로시간 주당 37.5시간, 년 25일의 의무휴가, 일반 직장의 경우 70세에 은퇴하지만 은퇴 후 연금이 자신의 평균 급여의 80%라고 합니다. 2014년 기준 노년층의 평균 연소득이 8,700만원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노년의 삶을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체 이런 나라의 청년들이 무슨 걱정이 있지? 소설이라고 해서 완전 허구를 담은 것은 아닐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사람 사는 곳은 기본적으로 비슷하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학교 밖이 진짜 세상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많은 것을 배운다.(안타깝게도 막상 다니는 동안에는 별로 배우는 것이 없다.) 그리고 드디어 공이 굴러가기 시작한다. 삶의 공이. 학교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배운다. 학교에 다니면서 배웠던 모든 것들은 진짜 세상에서 쓸모없다는 사실 또한 배운다. 그동안 감쪽같이 속아온 셈이다. 다들 삶의 공을 마음껏 갖고 놀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게 할지 결정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여러 가지 선택지와 수많은 가능성이 있으며 꿈은 이루어진다고, 그렇게 배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수 없다. 학교를 마치고 나면 비로소 이를 이해한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챈다. 아주 많은 한계들을 깨닫는다. 모든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납득한다.(본문 중)


노르웨이의 학교도 한국 학교와 비슷한가? 찾아봤습니다.(이 책 덕분에 노르웨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학생들은 공부나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공부합니다. 몇 몇 사립학교를 빼면 교육비가 전액 무료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5%의 학생들은 취직합니다. 나머지 15%는 대학에 진학합니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멀면 교통비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비교가 힘들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학교의 교육에 대해 불신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회는 교과서에서 배우던 것과는 아주 다른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주요한 이유입니다.


책은 주인공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의 작은 포부를 펼치기 위해 홀로 오슬로(노르웨이의 수도)에 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전문대에 가게 되지만 입학식부터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지각을 해 버렸고, 무단결석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이 순간부터 자신의 삶의 공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운 장밋빛 세상은 있지 않았습니다.


책은 재미있게 쓰여 있습니다. 일반 소설처럼 내용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별로 소제목이 달려있고 일기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심리를 여과 없이 쏟아내고 읽다보면 어느 새 여주인공의 마음에 빠져들어 함께 당황하고 함께 분노하게 됩니다.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청년의 심리를 훌륭하게 묘사합니다. 주인공의 행위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지만 후에는 공감이 됩니다. 


‘나’는 남자친구와의 불편한 관계가 끝난 뒤 잠깐의 자유를 만끽하지만 학자금 대출기간도 만료되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매일 집안에서만 생활하며,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그녀에게는 큰 도전인 셈입니다. 더 이상 집에 손을 벌리기도 힘들고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야 할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녀는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노르웨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는 과정은 한국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장의 무례함,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청년들의 삶, 자신의 인생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삶.

-갈색 머리가 조금 당황했는지 어색하게 웃는다. 사장이 뭐라 중얼거린다. “나중에 뭔 변명을 하려고, 저 답답이가.” 그러고 나서 다시 소리친다. “당장 이리 와서 앉아!”...“방금 바닥에 누워 있었지?” 사장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뭐, 됐고, 앞으로 이곳에 큰 변화가 생길 거야.” “네? 무슨 말씀이신지.” “긴장 좀 풀어, 아직은 안 자를 테니까”(본문 중)


일을 해야만 하는 자와 일을 시키는 자와의 관계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주인공도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사장의 무리한(?) 지시도 나름 최선을 다해 따릅니다. 물론 서툴지만 말입니다.


주인공은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원하지만 어찌어찌하여 안경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깁니다. 안경의 삶도 팍팍하기는 주인공과 별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38마리의 쥐를 키운다는 것이죠. 어느 날 안경이 침묵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안경이 자신을 차버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고 안경에게 가식떨지 마라며, 갈테면 가라고 화를 내며 소리칩니다. 그 순간 안경이 말합니다.

-안경이 머뭇거린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제가 여기 계속 살면서 그 지긋지긋한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됐거든요. 그럴 수 없게 됐어요.”(본문 중)


-공이 느닷없이 예기치 않은 길로 굴러간다고 해서 드디어 삶의 목적지를 발견했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그저 방향만 바뀌었을 뿐이다. 삶의 공은 한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마지막 문단)


책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며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과는 분명 다릅니다. 우리나라 청년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주인공은 최소한 노동복지부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찾고 생계를 이어갑니다. 차라리 원치 않는 상황이라는 것은 주인공의 성격과 더 관련이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 삶을 향유하는 충분한 수입을 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회에서 불투명에 가까운 청년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청년과는 그 고민 정도가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르웨이가 무조건 좋은 나라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복지 수준이 다르다고 해도 근원적으로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책입니다. 읽히기도 잘 읽히고 약간은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의 심적 변화를 접하며 나 자신의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저자는 오슬로 대학에서 북유럽 문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이 책은 “서툴게 독립하는 청소년과 성인 들을 위한 유쾌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고 문화부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이듬해 <다행히 아무도 내가 필요 없다.>는 책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독특한 문체와 독특한 이야기 전개과정이 매력적입니다. <다행히 아무도 내가 필요 없다.>도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노르웨이와 삶에 대한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게 추천합니다. 삶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나를 모른다 - 10점
리브 마리트 베베르그 지음, 한주연 옮김/종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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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책을 한권 받았습니다. 사실 읽고 싶었던 책인데 책을 분양(?)하신다고 해서 날름 받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지니 출판사에서 2015년에 출간한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입니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입니다. 산지니의 대표인 강수걸님이 이 이름을 정하신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에서 출판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지요.

산지니는 2005년 2월에 창업하고 그해 10월에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합니다. <반송 사람들>과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이었습니다. 두 권 다 부산 관련물이었습니다. 산지니의 출판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출범해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과 <반송 사람들> 두 권을 첫 출간물로 내놨다. 산지니 강수걸 대표는 "산지니는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이다."고 설명했다...한편 강 대표는 "소외된 삶의 르포, 우리 옷 이야기를 비롯해 불교 차 관련 번역물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 11월 16일, 부산일보)


책에는 산지니가 초기부터 출간한 책들에 대한 사연들부터 소개됩니다. <부채의 운치>, <요리의 향연>, <차의 향기>, 그리고 제 1호 저작권 수출도서 <부산을 맛보다.> 등입니다. 각 권마다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책 중간 중간, 지역 서점의 중요성에 대한 글들도 언급됩니다.

-지역 서점들의 몰락은 지역문화를 죽이는 일이다. 지역서점들이 건재해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문화가 투자도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는 이유는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고 할인 및 마일리지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지역 서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지역서점에서 책 사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지역의 작은 서점들이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서점인들의 단결된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본문 중) 


산지니 출판사는 지역 서점의 몰락은 지역문화를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지역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편찬하는 것은 지역출판사가 제격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마침 지역출판사들이 2017년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제주 한라도서관에서 <2017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련 펀딩을 다음(DAUM) storyfunding 에서 진행중입니다.


 이 책에는 지역출판사의 어두운 면만 적혀 있지 않습니다. '편집일기'라고 해서 산지니 직원들의 업무 관련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 : "오후에 책을 받았는데 너무 잘 나왔습니다. 표지 색감도 좋고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 "네,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그런데 며칠 뒤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무슨 일일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 : "지금 책 들고 계시면 146쪽 한번 펴보시겠어요?"

출판사 : "네, 잠깐만요. 혹시 책에 무슨 문제라도."

저자 : "146쪽 다음 몇 쪽이지요?"

출판사 : "146쪽 다음에 149쪽이 나오네요. 헉! 우째 이런 일이..."


페이지가 뒤바뀌다니, 말로만 듣던 제본 사고였다. 정합이 잘못된 것이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제본소 사장님께 전화했더니 제본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 것 같다고, 책을 모두 수거해 보내주면 표 안나게 수술해서 다시 보내주겠다고 한다. 수술한 책을 저자에게 다시 보낸 며칠 후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자 : "어쩜 이렇게 감쪽같지요? 정말표가 하나도 안 나네요."

출판사 : "네. 아무래도 전문가들이다 보니, 잘 고쳐져서 다행입니다."

(권문경. 2010)


관련 글을 썼을 때는 과거의 에피소드로 적었겠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요? 저는 사실 책은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실수를 상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산지니출판사에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외에도 EBS휴먼다큐<인생 후반전>촬영기, 대학생들의 영화촬영 장소로 출판사를 대여한 이야기, 히로시마의 독자로부터 온 편지, 출판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역출판에 대하여 발표한 일 등 다양한 사건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옆집 청년의 일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재미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파트는 책을 매개로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실제로 2015년의 경우 산지니는 지역에 있는 인문학 카페에서 매달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지니 출판사 관계자분과 통화해 보니 2017년에도 4월 29일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의 저자인 박두규님과 만남 등 저자와의 만남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입니다. 더욱이 인터넷과 교통의 발달로 서울 집중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출판사와 지역서점이 살아남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5천만 인구 중 2천만이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고 대기업 본사들도 서울에 집중해 있습니다. 대형출판사들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표준어만이 올바른 말이라며 방언도 사라질 처지입니다. 지역의 다채로움이 점차 사라지는 서울로만의 집중화는 심히 우려됩니다.


사람 사는 모든 곳이 소중합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의미 있습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라도 지역 서점과 지역 출판사가 흥해야 합니다. 흥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유지는 되어야 합니다. 출판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지역을 사랑하시는 분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재미와 함께 유익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소중합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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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억, 서해의 꽃게를 싹쓸이 해가는 나라, 줄 안서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여행객, 사드 덕분에(?) 관광객이 급감한 나라, 롯데마트 영업을 정지한 나라. 어떤 나라인지 아시겠는지요? 그렇습니다. 중국입니다. 중국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저의 경우, 만만디(천천히), 되놈, 짱깨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값싼 물건, 오래 못 쓰는 물건, made in china 등 3류 문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니 중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허나 이번에 기회가 되어 중국 젊은 작가 8인의 대표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책 한권으로 중국을 평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최소한 이 책을 읽고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과 다르지 않은 중국

이 책에는 우리에게 낯선 ‘70후’, ‘80후’ 작가들의 ‘집’을 주제로 한 최신 작품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70후, 80후란 70년대 말, 80년대 말에 출생했다는 뜻입니다. 즉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등장인물의 이름이 중국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소설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현 중국의 가족관, 중국인들의 생활상, 한국보다 자본주의에 더 깊이, 잔인하게 적응하며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아픔에 대해 ‘집’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 풀어냅니다. 이야기도 다양합니다. 장웨란의 <집>은 한 집을 생활터로 두고 있는 유복한 부부와, 그 집에 일하러 오는 가정부의 이야기입니다. ‘부부의 금실이 좋지 않구나.’라는 정도만 읽혔는데 마지막 반전은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36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그 내용은 중국의 현실을 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어찌 전개될지 더 궁금했던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인 황베이쟈의 <완가 친우단>은 ‘완씨 성을 가진 가족들의 친목회’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톡 단체방 같은 것입니다. 친척들이 SNS에 단체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안부를 묻고 서로 즐깁니다. SNS 활동의 장점과 단점을 알 수 있으며 그 내용이 한국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단지 SNS 활동을 소개하는 작품이 아니라 중국의 가족관과풍습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결론의 반전 또한 대단했습니다. 


쟝이탄의 <투명>은 이혼 후 아들이 있는 연인과 함께 사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왠지 <완가 친우단>과 <투명>을 읽으며 중국인들의 결혼관이 우리나라보다 더 자유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투명>에서 전처를 원망하지 않는 ‘나’,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나’ 그런 나에게 새로 다가온 연인인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내 아들을 사랑해요. 당신도 아이에게 잘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 살면서 결혼 같은 거 안해도 좋고, 당신이 출근하지 않아도 돼요. 집에서 책 보고 글 쓰면서 우리를 돌봐주면 내가 당신을 먹여 살릴께요. 당신이 아이를 인정만 한다면,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인정만 하면 돼요.(본문 중)


물론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작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중국에서의 여성권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여성이 더 당당하며, 여성을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하는 사회, 퇴근하며 장을 보는 남자를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중국이라는 나라의 호기심이 더 들었습니다.


추이만리의 <관아이의 바위>라는 작품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평범한 가족이야기는 아닙니다. 관아이(주인공)는 과거의 사실을 점차 알아가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왠지 이 작품을 읽으며 ‘설마..진짜?’라는 의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우쉬안푸의 <가사도우미>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더 잘 버는 유복한 여동생이, 경제적으로 힘든 언니를 가사도우미로 두는 이야기입니다. 언니가 가사도우미인 것은 합의한 내용이지만 동생이 언니를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냉정합니다.

-나는 분명히 돈을 지불했고, 언니는 와서 나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규칙과 제약이 필요할 것 같아. 그녀는 저녁 식사를 할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언니와 협상을 좀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언니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우수하고 완벽한 가사 도우미로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래, 적당한 접점을 찾아서 언니랑 얘기를 해봐야겠어.(본문 중)


가깝지만 먼 나라, 중국

<집과 투명>은 가족이야기를 중국 젊은 작가 8인이 다양한 색깔로 펼쳐놓은 단편집입니다. 분명 한국의 단편과는 다릅니다. 더 훌륭하다, 못하다의 뜻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알게 됩니다. 

분명 오랜 기간 중국과 우리나라는 연을 맺어 왔습니다. 동등한 관계라기보다 종속적 관계가 더 오래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로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제주도에 오지 않으니 훨씬 여유롭고 깨끗해졌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100% 중국의 잘못인 것도 아닙니다. 사드배치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데 중국이 화낼만하다고도 생각됩니다. 


상대의 생각을 알기 전에 무조건적인 공격을 하는 것도 실수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급속한 공업화와 이로 인한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해 가족관의 변화, 도시와 농촌의 격차, 태어난 세대별 갈등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설책 한 권 읽고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 같기는 하나, 적어도 <집과 투명>을 읽고 나서 중국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소설은 분명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레 미제라블을 읽고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이해할 수 있듯이,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국인들도 책을 많이 읽는 모양입니다. 중국 최고의 문학잡지 <인문문학>은 백만 부가 넘게 발행된다고 합니다. <인문문학>에서 8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나온 책이 <집과 투명>입니다. 읽는 내내 스릴 있었고 반전은 충분한 고민꺼리를 줬습니다. 책의 프롤로그를 소개합니다.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이 가장 최근에 중국에서 발표된 작품들로서 가장 참신한 오늘의 중국 문학을 대표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시대가 지난 식은 밥 같은 작품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풍성하고 신선하면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식탁인 셈입니다. 사랑하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 이러한 시도는 시작일 뿐입니다.(프롤로그 중)


이 책 한권으로 중국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 졌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일본에 대해서는 여러 책과 자료를 접하며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문학을 접하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소설은 어느 나라든 영혼을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닌 중국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집과 투명>입니다.

집과 투명 - 10점
장웨란 외 지음, 김태성 외 옮김/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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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X세대? 90년대 중반에 많이 쓰였던 명칭, 65년~76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컬음.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형성했고 TV의 영향과 인터넷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 인터넷을 자유스럽게 사용하는 세대 중 가장 젊은 세대로 칭함.


어느 새 X세대는 옛날 세대가 되었습니다. 흔히 X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들 수 있지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2년 한국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룹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한국 구조상 랩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랩이 들어간 '난 알아요.'라는 곡을 대 히트를 시키며, 당시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서태지가 나오기 전만 해도 한국 가요는 성인가요와 발라드 위주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곡 '난 알아요.'는 당시 한국의 청소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노래뿐 아니라 패션까지도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서태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에 대해 X세대라는 명칭을 붙이며 X세대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관습에 저항하며 개성이 강한지를 강조하고는 했지요. X세대가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대가 되면 우리나라가 아주 자유분방해 질 것이라고 걱정(?)을 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X세대는 대학진학방법도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는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IMF를 맞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X세대는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도 생소했습니다. 지역에서 자신의 관심분야가 있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취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술자리에서 "우린 X세대 출신이야."라며 모자 택을 떼지 않고 썼던 추억, 바지를 땅에 끌고 다녔던 추억,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녔던 학창시절을 이야기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그 X세대가 이제 40~50대, 즉 사회의 주류층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X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책에서는 슬럼프세대라고 표현합니다.)에게 들려주는 글입니다. 출판사 서평이 재미있습니다.

-사는 게 바빠서 긴 시간 낼 수 없을까 봐 짧은 글로 썼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매번 헷갈릴 까 봐 목차를 없앴다.


실제 이 책은 '머리말'이 따로 없습니다. 단지 첫 페이지 짧은 글이 있습니다.

-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기에 단문을! 글보다 그림, 기호를 좋아하기에 일러스트, 삽화를! 조금 읽다가 바빠서 멈추는 습성에 순서 없음을! 새기는 말을 책상 앞에 붙여 놓기 좋아하기에 그럴 수 있음을! 타.진.한.다. 읽고 듣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때론 솔직하게 때론 반성으로 때론 위로를 때론 뼈아프게


이 책은 인간의 삶에 관심 많은 글쟁이 이막씨의 글에, 심재현, 장수원님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책을 읽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글자만 읽는다면 30분, 내용을 음미하며 읽는 다면 1~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한 면에 한 줄만 적힌 페이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백이 또 다른 목소리로 들립니다.


저는 X세대라고 할 만 합니다. 제가 처음 간 콘서트가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고 처음 샀던 음반이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X세대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지금의 청년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비단 현 청년들의 상황이 X세대의 잘못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으로부턴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내 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세상이 어찌 변하는 지,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내 가족들만 소중했고 내 집을 갖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나의 직장이 있기에 청년들의 직장에 대해 무관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저자는 슬럼프 세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진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X세대로 한번쯤 삶을 되돌아보는 여운을 줍니다. 책장을 넘기다 몇 번을 멈춰서 멍하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글에서는 추억이, 어떤 글에서는 희망이, 어떤 글에서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능력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 이 책을 쓴 '이막'이라는 분이 궁금하여 나름 최선의 노력으로 조사를 했지만 특별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누군지 모르는 자의 가슴을 때리는 글들...


저자가 천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자인 '이막'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들에게 조심히 격려의 말을 합니다.

-'어떻게 된 애가 아직도 꿈이 없니?'란 질문에 잘못됐구나. 우울해 하는 청춘에게, 목표하는 바가 생기기도 했지만 꿈까지는 아니었다. 나도 꿈이 없었다. 40이 넘어 생기기도 하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현실을 경험하면서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있는 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믿어라. 당신 나이게 꾼 꿈을 이룬 사람은 몇 안 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조차.


사회의 주류인 X세대를 향해서도 조용한 충고를 합니다.

-100m 달리기에서 한번이라도 뒤 돌아 보면 진다. 마라톤에선 한번이라도 뒤 돌아 보지 않으면 진다.


아주 잘 읽히고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저의 삶을 돌아보게 한 귀한 책입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많은 가치들, 우리가 생각지 못하고 사는 많은 사람들, 우리가 잊고 사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책입니다. X세대와 슬럼프 세대는 같이 살고 있습니다. X세대와 슬럼프 세대가 각자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에 대한 힌트를 주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세상에 낸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당신의 빼곡한 인생에 빈틈이 되어주고 헐렁한 인생에 조임새가 되어줄 수 있다면...


저자의 마지막 글입니다.

X세대가 슬럼프세대에게 - 10점
이막 지음, 심재현.장수원 그림/경향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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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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