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글 목록

'나의 첫 젠더 수업'을 읽었습니다. 김고연주님께서 쓰신 책입니다. 김고연주님은 부모님의 성을 같이 사용하십니다. 현 서울시 젠더자문관이시고 청소년에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논문을 바탕으로 <길을 묻는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아들, 조금 다른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청소년의 삶과 고민에 관심이 많아 <우리 엄마는 왜?>,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21세기 청소년 인문학>등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를 활발히 집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우연히 만났으나 읽는 순간,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부터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씌인 책입니다.


인생은 흔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들 해요...나를 찾는 여행에서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 이 여행을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 곧 혼자서는 결코 내가 누구인지를 찾을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수없이 많은 동행과 함께해요. 순간적이든, 지속적이든, 간헐적이든 수많은 만남이 나의 여행을 만들고,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려줍니다. 


둘째,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엥. 나의 정체성은 여러 개이고, 또 고정되어 있지도 않아요. 여러분은 여자/남자이기도 하고, 딸/아들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하고, 십 대이기도 하고, 한국인이도 하지요. 상황에 따라 이 다양한 정체성의 합이 나이기도 하고, 또는 각각의 정체성이 나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5페이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신 책이라 문체가 다정합니다. 저는 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해서 그런지 잘 읽힙니다.


차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여자와 남자는 얼마나 다를까?

2. 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3. 사랑은 언제나 낭만적일까?

4. 모성은 위대하다. 우리 엄마만 빼고?

5. 누가, 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6. 우리 가족은 팀워크가 필요해

7. 혐오의 말은 그만, 모두가 나답게


이 책은 여성들만 편드는 책이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귀한 모습에 대해 조용히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저는 성인이지만 청소년 서적을 읽고 감동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러했습니다.


성인들은 성인 책을 읽어야만 감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밤에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며, 제가 오히려 감동을 받은 적도 여러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 읽기를 아이들에게 과제로 내었습니다. 물론, 수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 이 책을 읽어오는 아이들에게는 저의 취미생활로 뽑은 인형을 주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진 인증샷이 올라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중학생들이 젠더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묻더군요. 

"선생님, 젠더와 섹스는 뭐가 달라요? 같은 거예요?"


SEX와 Gender은 한글로는 '성'이라고 번역 가능하지만 뜻은 약간 다릅니다. SEX는 육체적, 생물학적 성을 말하는 것이고 Gender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자는 남자일, 여자는 여자일로 구분하는 성을 뜻합니다. 즉 아빠는 바깥일,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존재라고 하면 이것은 SEX 가 아니라 젠더의 구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자일, 여자일로 구분하는 것이, 또 다른 차별일 수 있고 이것은 불합리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여성은 감성적이고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에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지, 사회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집에서 요리는 엄마들이 많이 하시지만 TV에 나오는 유명한 요리사들은 남성들이 많은 것도 의아한 부분입니다. 즉 가족들에게 하는 요리인 집안일은 여자, 바깥에서 하는 요리인 직업으로서의 요리사는 남자라는 인식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참정권을 부여한 유럽의 첫 나라는 핀란드 대공국이었습니다. 1906년 여성들에게 참정권(선거권)이 부여됩니다. 인권에 가장 민감하다는 유럽에서조차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이제 100년이 좀 지났습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불합리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여성들은 감성적이기에 정치를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회사의 CEO는 남성들만 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전문적인 일은 남성들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 준 책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읽었고 학생들에게 권했지만 사실 다른 어른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입니다. 자녀분들과 읽어보시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의 첫 젠더 수업, '나'를 찾고 싶은 모든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우리는 남성, 여성이기 이전에 '나'입니다.

나의 첫 젠더 수업 - 10점
김고연주 지음/창비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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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 치고 이 분의 성함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식객>, <비트>, <날아라 슈퍼보드>, <꼴>, <아스팔트 사나이>, <48+1>, <꼬마대장 망치>, <타짜>, <커피한잔 하실래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등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히트 작품을 그려내신 분입니다. 게다가 작품들 중 영화한 된 작품도 많습니다. 작품성이 인정받았다는 뜻이겠지요. 


그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공부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가 의도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허영만작가님의 만화를 읽다보면 왠지 책을 재미있는 책을 읽는 듯한 뿌듯함이 있습니다.


허영만작가님의 작품은 깊이가 있습니다. 기자 못지 않는 취재력이 그의 큰 능력입니다. 사실을 재대로 구현하려는 세세한 그림 또한 그의 장기입니다. 제가 마산에 살고 있는데 식객에 보면 마산 아귀찜 골목이 나옵니다. 그 책을 들고 그 곳에 가서 비교해보니, 이럴수가! 실사 수준이었습니다. 현장을 그림으로 그대로 옮긴 듯 했습니다. '커피한잔 하실래요.'에서도 실제 커피숖을 방문하셨고 현실감을 위해 매장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한 것도 있었습니다.


저에게 '만화가는 그림만 잘 그리면 돼.' 라는 생각을 깨치게 만든 작가님이 바로 허영만님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부터 그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만화일기'를 접했습니다. 상당한 호기심이 일었고 망설임 없이 책장을 펼쳤습니다.


-오랜 버릇이 있다. 훌쩍 떠난 여행길에서 만화로 기행문을 기록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행지 말고도 하루하루의 일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언젠가 고은 선생의 <바람의 사상>을 읽으면서부터다. 선생은 글로 일기를 썼으니까 나는 만화로 일기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페이지를 채워나갔다. 어쩌다 주위의 재미있는 상황을 놓치기라도 하면 큰 손해라도 본 것처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출판사 청탁을 받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는데도, 그저 그리는 것이 즐거웠다.(시작하며 중)


제가 읽은 책은 <허영만의 만화일기 3>편입니다. 2014.1월부터 2015. 5월까지의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만화로 작가님이 만화로 표현한 만화일기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작가님의 지인은 누구시며, 술을 아주 좋아하시는 것, 그리고 몸을 위해 금주의 기간을 가지신 것, 나이듦에 대한 걱정, 현실적 고민, 손자 이야기 등 그의 인간적인 면까지 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독자들을 위해 씌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본인에게 하는 이야기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내 나이 67세, 19세 때 상경해서 무던히도 열심히 살았다. 나는 내가 이렇게 타의에 의해서 만화를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다른 줄 알았다. 나는 힘이 떨어질 때까지 그리다 연필을 놓을 줄 알았다. 자! 이젠 세상 돌아가는 걸 인정하자!! 화실도 줄이고, 용돈도 줄이고, 자동차, 골프, 술, 모두 줄이자! 남은 30년을 즐겁게 보내자. 지금껏 마감에 쫗기면서 잘도 버텼다. 족쐐를 깨버러라! 날개를 달고 크게 휘저어라. 제 2의 인생을 또다시 화려하게 꾸며보자!(53페이지)


전반적으로 이 책은 잔잔합니다. 읽다보면 절로 미소가 생깁니다. 작가님의 위트있는 그림과 재치있는 글 덕분입니다. 하지만 한 컷, 한 컷을 그리실 때의 마음을 읽으려다 보면 왠지 짠한 마음도 듭니다. 그가 나이들어 간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그의 만화를 보며 자란 저 또한 나이들어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을 우울하게 대하지는 않습니다. 


-'식객 대동여지도' 기획안과 샘플원고를 만들어서 청와대 농림비서관 정환근씨와 삼성경제문제연구소 부사장 민승규 박사에게 보냈다. 즉각 답이 왔다. 너무 좋으니 내일 만나서 얘기하잔다. 농수산부에서 지원하겠단다. 너무 반응이 빨라서 놀랐다. 우울했던 요즘이었는데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71페이지)


만화를 글로 옮길 수가 없음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책속, 이 글 밑에 있는 한 컷짜리 그림을 글로 표현하자면 전화를 받고 있는 허영만작가님의 그림이 있습니다. 전화기를 잡고 내일 약속을 잡으며 입으로는 '알겠습니다.'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내일은 화실출신 문하생들이랑 스승의 날 저녁 식사예정인데...쩝'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좋은 일이라고 해서 세상 다 가진듯 흥분하지 않으며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표현에도 그림은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이 책은 분명 허영만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를 쓰고 그린 작품이지만 읽다보면 나의 일상처럼 느껴집니다. 


368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책입니다. 만화책이고 호흡이 좋아 금새 다 읽었습니다. 오래 앉아 책 읽을 시간이 없으신 분들께 쉽게 추천드릴 수 있는 책입니다. '허영만의 만화일기 3'을 접하고 나니 당연히 '1, 2'권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보통의 자서전이나 일기처럼 교훈적인 이야기, 신화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가 하는 개인적 고민은 읽는 이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책이 너무 빨리 끊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허영만 선생님은 지금도 만화일기를 쓰고 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허영만 작가님의 만화계 입문이 올해로 10년, 데뷔 42년째라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니 쌓이는 것은 작품이고 없어지는 것은 머리칼이라고 농을 던집니다. 만화를 그만둘 때가 다가 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작품 또한 있어서 무리한 욕심인지, 당연한 욕심인지 고민도 하십니다. 


만화가이전에 인간 허영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현란한 그림과 장대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진솔함과 편안함은 최고입니다. 책을 읽고 싶으나 시간이 부족하신 분, 새 책을 쉽게 선택하여 읽기가 약간 망설여지는 분, 그리고 허영만 작가님과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은 흥미로웠지만 그의 현실 속 이야기는 따뜻합니다. 


그의 작품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영만의 만화일기 3 - 10점
허영만 지음/시루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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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알라딘]에서는 '달려라!  책'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책을 읽고 싶으면 응모를 합니다. 단! 다 읽고 나서 누구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전달이 완료되면 아동도서기금 2,000원이 적립됩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의 쥬디들에서 김기자님을 통해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당시 김기자님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밤중에 이 책을 읽었어요. 다 읽고 나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자고 있는 신랑에게 괜히 화풀이를 했었어요. 저만 이렇게 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억울한 마음과 함께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하던 찰라, [알라딘]에서 <82년생 김지영>을 노회찬 의원이 추천한 책이라면서 이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응모를 했고 1천명의 독자 중 한사람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었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면 됩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혼자 읽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한 다른 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것두 여성으로 살아온 분들 보다는 남성으로서 살아온 분들에게 권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가 받아온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당연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아버지, 동생, 할머니 순서로 퍼 담는 것이 당연했고, 모양이 온전한 두부와 만두와 동그랑땡이 동생 입에 들어가는 동안 언니와 김지영 씨가 부서진 조각들을 먹는 것이 당연했고, 젓가락이나 양말, 내복 상하의, 책가방과 신발 주머니들이 동생 것은 온전하게 짝이 맞는데 언니와 김지영 씨 것은 제각각인 것도 당연했다. 우산이 두 개면 동생이 하나를 쓰고 김지영 씨와 언니가 하나를 같이 썼고, 이불이 두 개면 동생이 하나를 덮고 김지영 씨와 언니가 하나를 같이 덮었고, 간식이 두 개면 동생이 한 개를 먹고, 김지영 씨와 언니가 나머지 한 개를 나눠 먹었다. 사실 어린 김지영 씨는 동생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거나 그래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원래 그랬으니까.(본문 25페이지)


전 소위 말하는 장남이었습니다. 아래로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제 여동생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여동생에게도 당연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쁜 것을 먹고 자랐고, 모든 것이 짝이 맞았습니다. 우산도 제것이 있었고 이불도 있었습니다. 상도 어른들과 같이 받았고 여동생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 지 챙겨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제가 대우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대우 받는 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그랬으니까요.


-잠 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본문 35페이지)


아...아들이 잘나서 공부를 계속 하고, 대학가고 그나마 좋은 직장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포기하는 딸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딸들의 꿈을 포기시키는 부모님들이 있었습니다. 단지 아들이기 때문에 부모와 누나들의 헌신적인 희생을 당연한 듯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 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나, 나도......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집에 일찍 와야 하니까 친구들도 잘 못 만날 거고. 회식이나 야근도 편하게 못할 거고, 일하고 와서 또 집안일 도우려면 피곤할 거고, 그리고, 그, 너랑 우리 애랑, 가장으로서...그래, 부양! 부양하려면 책임감도 엄청 클 거고."

김지영 씨는 정대현(김지영씨의 남편) 씨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는 데에 비하면 남편이 열거한 것들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졌다.(본문 137페이지)


아내와 제가 실제로 다툴때 자주했던 대화내용이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아내의 두려움에 대해 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힘든데 왜 자꾸 자기만 힘들다고 말하는걸까? 왜 이렇게 이기적이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임신과 출산은 새생명과의 만남이라는 경이로움 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겁니다. 저는...그런 두려움은 전혀 해보지도 못했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씨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하여 딸이 있는 현재 진행형으로 씌인 책입니다. 꾸준한 줄거리 보다는 김지영씨의 성장과정을 보여줍니다. 다행히 김지영씨는 현명하신 어머니와 용기있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해서 세상의 이상함에 대해 인지할 수 있었고 맞설 수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지인분은 이 책을 읽으시고(남성분이셨습니다.) 이 책은 너무 허구가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이렇게 사는 여자가 어디있냐며 반문했습니다. 지금처럼 여자들이 잘나가는 때가 언제 있었냐며, 남자들이 여자들 때문에 치여 못사는 시대라며 한탄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며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듣기로 그 분은 당신 아들이 취업을 못하는 것이 여성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게 된 걸까? 


"강자를 조롱하는 것은 풍자이고, 약자를 조롱하는 폭력이다."


저도 남성이지만 대한민국은 남성으로 살기엔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여성으로 살기에는 분명 위험한 곳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선 결정권자 중 남성들이 분명히 많습니다. 즉 남성 중심 사회입니다. 사회에서 고위직의 남여 비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선거 때 언급되는 주요 후보군의 남여 비율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성은 늦은 밤 외진 곳을 갈 때 무서울 지언정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늦은 밤 외진 곳을 갈 때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강간사건이 있어도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피고인도 남성, 변호사도 남성, 판사도 남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 분들 때문에 아들이 취직을 못한다고 여기시는 분께 되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 아들이 취직을 못하는 것이 여성때문일까요? 아니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사회구조때문일까요."


책에는 중간 중간 우리나라의 여성 현실에 대해 소개하는 구절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꼽혔다.(본문 124페이지)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내 딸이 자라서 여자가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남자는 사회에서 일해야 하고 여자는 집에서 애만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적폐일 수 있습니다. 남성 위주의 사회가 인류 역사상 꾸준한 삶의 진보를 가져왔는 지 아니면 더 많은 전쟁과 폭력을 가져왔던 것은 아닌지 곰곰히 따져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들의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기에 더 자극적이었습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우리 집에서도 있었던 일이었기에 더 소름끼쳤습니다.


책을 다 읽은 뒤 저는 어머님이 이해가 되었고 여동생에게 고마웠으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딸이 만날 세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환경이 다를 것이고 경험이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실 분 또한 계실 것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기가 이렇게 힘든 것이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남성으로서의 삶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그녀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82년생 김지영 - 10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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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vholic 2018.01.11 15: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남성분의 시각에서 본 서평이 흥미롭네요.^^
    저도 이책 작년에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베스트셀러가 될 줄 모르고, 제목이 특이해 사봤는데
    센세이션을 일으켰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2. 목동 2018.01.12 14: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 읽었습니다.

  3. 책덕후 화영 2018.01.15 17: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강간사건을 당하고 얼마 안 있어서 조현병이 발병하여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강간이 아닌 강간미수였기 때문에 그 남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 남자를 처벌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게 후회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먹고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전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심지어는 전 회사가 대놓고 사회악적인 일을 하는 게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그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도 무리한 근로시간으로 병이 재발하고 임금체불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더 노력해라, 노력하면 성공한다 이런 이야기 자체에 분노해요. 노력하면 성공하는 세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노력에 제한이 걸리는 장애인이니까요.

    • 마산 청보리 2018.01.15 17: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저도 화가 나네요. 그렇습니다. 열심히만 하라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람을 속이는 말입니다. 누구든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만 봐 주는 사회를 원합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간만에 17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을 읽었습니다. 간단히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페미스트라, 페미스트라, 이거 뜨거운 감자아냐? 남성들을 무시하고 여성들만 옹호하는 자들아냐? 성평등이라는 전제 아래 남녀 역차별을 요구하는 자들이 쓴 책아냐?' 그리 깔끔하지 않은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로부터 3시간 후, 


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들의 문제인가?


-2017년 7월 27일, 인터넷매체 <닷페이스>에 인터뷰 영상이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영상에 나온 초등학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왜 학교 운동장엔 여자아이들이 별로 없고 남자아이들이 주로 뛰놀까? 이상하지 않아요?" "페미니즘은 인권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가정이나 사회나 미디어에서 여성혐오를 배우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오. 그대로 사회에 나가면 차별하거나 당하는 사람으로 자랄 거예요."(서문 중)


서문을 읽는 데, 순간 당황했습니다. 저는 운동장에 남자아이들만 뛰어 노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남자아이니까 운동장에서 노는 거고 여자아이들은 실내에서 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 중 아이들이 가정이나 사회나 미디어에서 여성혐오를 배운다는 말씀에서도 눈동자가 흔들렸습니다. '가정, 사회, 미디에서 여성혐오를 배운다고? 난 여성혐오라고 느낀 적이 없는데? 아, 나 역시, 남성우월주의의 생각에 빠져있었구나. 아이들의 인권에 민감하지 않았구나. 당연하다고 알아왔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후 저는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인문서적 출판사인 동녘에서 기획하여 세상에 나온 책입니다. 동녘 편집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거나 수긍할 독자들이 있는 반면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반발하실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입장과 방식이 각자 다를 테니까요. 공감하고 수긍하는 분들은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하실 거라 믿습니다. 불편하거나 반발심이 드는 분들은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에 근거한 비방이 아닌 경청할 만한 반론을 제기해 주신다면, 학교 현장의 성평등 교육이 더 정교해지고 단단해지는 데 보탬이 되겠지요. 이 책이 그런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는 남교사입니다. 나름 성평등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며 아이들을 대해왔습니다. 나름 공평한 교사라고 떳떳하게 말해 왔습니다. 남학생들에게 이런말까지 했었습니다. "남자는 아무리 화가 나도 여자를 때리면 안돼. 여자를 때리는 남자는 남자도 아닌거야. 약자를 때리는 것은 비겁한 거야.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야 할 존재들이야." 저는 여학생들이 이 말을 전해들으면 '역시 용샘, 여성들을 존중하는 것은 용샘뿐이야.'라고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성을 위하는 척하면서 철저하게 여성을 무시하는 처사였습니다. 여학생을 때리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때리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어야 옳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하지만 반면 이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분들의 경험담이 소개됩니다. 홍혜은, 김현, 이승한, 장일호, 이민경, 각자의 학창시절과 삶에서 당했던 일들을 추억하며 왜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한지를 적어냅니다.

-내가 경험한 교육현장에는 '남자는 반드시 이래야 하고 여자는 반드시 이래야 하는'것 따위는 없다는 걸 일러주는 선생님보다 '씩씩한' 사내아이와 '조신한' 여자아이를 길러내는 걸 교육의 목표라 여기는 선생님들이 더 많았다...페미니스트 선생님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난 어떤 사람이 됐을까.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았을 것이고, 내 상처를 잊겠다고 남을 상처 입히는 걸 예사로 여기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본문 중)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교사가 되기 전 학생인 시절이 있었고 학창시절을 회상하니 인간이기 앞서 남자애, 여자애로 구분되어 달리 대우받았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성별로 인한 차이보다 남자들간, 여자들간 개인적 차이가 더 크다고 합니다. 남성상을 강요받는 모든 남자애들이 행복할 리 없고, 여성상을 강요받는 모든 여자애들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머리속에 관념화 되어 있는 남성상, 여성상으로 아이들이 자라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요? 이 생각까지 하게 되니 한국사회에서 성차이에 따른 차별이 얼마나 뿌리박혀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부만 읽어도 흥미로웠습니다. 2부를 읽으니 부끄러워졌습니다. 2부에서는 현직 교사들이 페미니스트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가르침,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원하며 적은 글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섯 살 내 아이에게 무심코 틀어주던 유아 애니메이션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은 남성이었고, 여성 캐릭터는 수도 적을 뿐더러 분홍색 리본 등으로 역시 '여성성'으로 표상화되어 주요 남성 인물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학생들이 대부분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왔으리라...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은 교실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일상이 되어 있다.(본문 중)


깜짝놀랬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유아용 애니메이션부터, 천만을 동원했다는 흥행 영화까지,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 은근히, 남녀의 역할을 규정짓고 남성 중심 사회의 당위성을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여성들에게 흔히 하는 칭찬인 '아름다우십니다.' 몸매가 좋으세요. 젊어 보이세요. 다리가 길어 보이세요'라는 모든 말들이, 악한 마음 없이 칭찬의 뜻으로 여성들에게 했던 말들이 결코 공정하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남성들은 능력으로 평가하면서 여성들은 외모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교사라면 누구나 페미니스트여야 한다고 믿는다. 페미니스트 교사가 대체 별거인가? 인간을 성별로 제한 짓지 않고 위계적인 성별 이분법 안에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들을 우겨넣지 않는 교사, 자신의 교실 언어와 일상 언어에 스민 차별과 편견은 물론, 교육활동의 모든 관습에 질문을 품고 고민하는 교사가 바로 페미니스트 교사이다. 페미니스트라고 저절로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페미니스트가 아니면서 좋은 교사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본문 중)


페미니스트 하면 여성들만 떠올렸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남성들의 적이라고 여겼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지켜주는 강한 존재들이야라 한다며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책은 더 많이 알기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변하기 위해 읽는 것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당해왔던,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의 성차별을 알게 되었고 여성으로서 삶이 남성으로서 삶보다 얼마나 엄격하고 부당한 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문제입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이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남성들이 주장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남자로서의 당연함이 여성들에게는 용기라는 것을 진심으로 모르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아빠가 되면 아들도 키울 수 있지만 딸들도 키울 수 있습니다. 내 딸이 사는 세상을 그려본다면, 여성에 대한 대우가 다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먼저 깨우치고 현장에서 노력중인 선배 페미니스트 교사들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이 생겼고 그 길을 따라 걷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내년에 개학을 하면 우리 반에서부터 성별에 따른 차이를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자애들조차 당연하다고 여기는 남녀차별에 대해 그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딸아이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그 말씀이 아이의 삶에 큰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리려 합니다.


남자,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야 자연도, 환경도 약자도, 소수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많이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학교의 중요한 기능이 되어야 합니다.


분명 부족할 것입니다. 원치 않았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아이들 앞에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서려 합니다.


전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 10점
홍혜은 외 지음/동녘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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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겠습니다>는 황보름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황 작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합니다. 다 읽고 보니 왠지 작가라는 말을 본인도 어색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자는 책을 읽을수록 책에 더 흠뻑 빠져드는, 지금보다 더 책을 좋아할 책 덕후 할머니로 늙어갈 것 같다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그녀는 100퍼센트 독서가입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대기업에 취직하여 프로그래머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허나 노동에 치여 자신을 잃게 되는 현실을 탈출하여 서른살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마흔살까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계획했는데 벌써 찾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독서와 작가'입니다.

책표지/황보름지음/어떤책/18,000원/2017.11.30ⓒ 김용만


사람을 만날 때도 책을 읽는 사람인지를 가장 궁금해 하며, 본인의 가방 속에 항상 책이 들어있습니다. 시작! 하며 타이머앱을 20분 맞춰두고 책에 빠져드는 사람입니다. 책상, 지하철, 침대, 도서관, 심지어 걸으면서 책을 읽기도 한답니다. 


그녀는 너무너무 책을 좋아합니다. 해서 독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진심으로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415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책입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작가가 쓴 글은 300페이지 정도이고 독서 다이어리와 독서노트가 첨부된 형태의 책입니다. 표지도 이뻤고 책 구성도 재미있었습니다.


제목부터 신선했습니다. <매일 읽겠습니다>, "매일 읽으세요"가 아니라 작가 본인이 독자들에게 다짐을 하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즉 '내가 책을 읽어보니 이래저래 좋았다. 그러니 당신들도 책 읽고 좀 느껴봐라'의 어투가 아닌 '책을 읽으니 너무 행복해요. 저는 이렇게 책을 읽어요. 단지 책 읽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소소하지만 저의 독서법을 소개하려해요. 첫 책이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썼어요.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고 책을 펼쳤고 3시간 정도만에 다 읽었습니다. 속독을 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새 후루룩,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이 책의 부재처럼 '책을 읽는 1년 53주의 방법들'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약간 길지만 목차를 소개하겠습니다.


1. 베스트셀러 읽기, 2. 베스트셀러에서 벗어나기, 3. 지하철에서 읽기, 4. 얇은 책 읽기, 5. 두꺼운 책 읽기, 6. 밑줄 그으며 읽기, 7. 가방에 책 넣고 다니기, 8. 인터넷이 아니고 책이어야 할 이유, 9. 타이머앱 사용기, 10. 고전 읽기, 11. 소설 읽기, 12. 시 읽기, 13. 인터넷 서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14. 침대와 밤, 그리고 조명, 15.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16. 책과 술, 17. 읽기 싫으면 그만 읽기, 18. 책의 쓸모, 19. 도서관의 책들, 20. 문장 수집의 기쁨, 21. 독서모임, 22. 답을 찾기 위한 책 읽기, 23. 전자책 읽기, 24. 틈틈이 읽기, 25. 천천히 읽기, 26. 당신의 인생 책은? 27. 동네책방에서, 28. 다음에 읽을 책은, 29. 기쁨과 불안 사이에서 책 읽기, 30. 영화와 소설, 31. 친구와 나누는 책 수다, 32. 한 번에 여러 권 읽기, 33. 묵독과 음독, 34. 공감의 책 읽기, 35.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는 책 읽기, 36. 휴가 때 읽기, 37. 문장의 맛, 38. 부모가 책을 읽으면, 39. 넓게 읽은 후 깊게 읽기, 40. 독서목록 작성하기, 41.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책 읽기, 42. 서평 읽기, 43. 서평 쓰기, 44. 등장인물에 푹 빠져들기, 45. 서재 정리하기, 46. 도끼 같은 책 읽기, 47. 관심이 이끄는 책 읽기, 48. 관심을 넘어서는 책 읽기, 49. 절망을 극복하는 책 읽기, 50. 어려운 책 읽기, 51. 나를 지키기 위한 책 읽기, 52. 요즘 무슨 책 읽어요? 53. 이 세상에서 책이 사라진다면


차례만 봐도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느껴지실 겁니다. 읽어보면 훨씬 공감이 됩니다. 황보름 작가의 글은 읽기 쉽습니다. 으시대며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위해 쓴 책이 아니라 독자분들을 위해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저의 독서습관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53가지의 꼭지를 통해 자신의 독서습관과 책읽는 방법, 독서를 통해 얻었던 것과 독서를 통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 이 책 나도 읽었는데, 어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 어 나도 이게 궁금했는데' 등 다양한 공감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의 책을 대하는 자세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마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문장 수집의 기쁨'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문장을 발췌한다. 카메라로 캡처해 놓을 때도 있고, 하나하나 옮겨 적을 때도 있다. 옮겨 적을 때는 꼬박 한두 시간이 걸리는데, 끝날 때마다 혼자 엄청 성취감에 젖는다. 발췌에 공을 들이다 보면 문득 내가 문장을 모으기 위해 책을 읽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좋은 문장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도 좋고, 다 읽고 나서도 좋다.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 있다면 따로 메모장에 적어 보면 좋겠다. 어떤 이유로든 마음이 착찹할 때 메모장에 꺼내 읽어 보는 거다. 유독 한 문장이 당신의 삶에 말을 걸어올 지 모른다. 당신은 그 문장을 읽으며 아마 알게 될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 문장에서 힌트를 얻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한 권의 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나의 문장이 할 수도 있음을."(본문 중)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과 접은 페이지가 유독 많았습니다. 저 또한 이 책에서 문장을 수집했습니다. 그녀는 책의 마지막에 진심을 담은 문단을 남깁니다.


'아아, 나도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죽을 때까지 독자로 살고 싶다.'(마지막 문단)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위의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은 느끼시나 읽을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한다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마르틴 발저,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본문 중)


의무가 아니라 좋아서 책을 읽는 사람, 그가 책을 대하는 마음,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다가오는 2018년 새해, 금연과 함께 이 책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면 인생의 새로운 기쁨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남에게 유식해지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변화를 위해 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삶을 보며 알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말이지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매일 읽겠습니다 (핑크) - 10점
황보름 지음/어떤책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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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을 읽었습니다. 김태훈씨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지역문화정책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2011년 경남도민일보와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를 세워 마산 원도심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했고, 지역과 도시 스토리텔링 관련해 대학 강의와 글쓰기, 라디오 방송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소리바다는 왜>(2010), <스토리텔링 레시피>(공저, 2014),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담>(2016), <지역공동체와 미디어>(2017)등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읽었습니다. 당시 이 책은 저에게 상당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해서 저의 버킷리스트에 대전 성심당 본점에 가서 갓 구워낸 튀김소보로 먹기가 생겼습니다. 물론 빵맛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성심당의 경영 철학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당시 서평을 썼고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었습니다.

 

1년이 지난 후 그의 새로운 책을 다시 접했습니다. <성심당>과는 책의 색깔이 달랐습니다. 뭐랄까? <성심당>은 에세이 같다면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은 논문 같았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분석하고 외국 사례를 인용하며 지금의 대한민국 도시 스토리렐링의 현주소를 꼬집는 내용이 깊었습니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2018년 지방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라고 저의 SNS에 올렸습니다.

 

저자는 도시 스토리텔링을 단순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도시 관계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은 거의 맹신에 가깝다.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물론 우수 사례라고 불리는 곳들도 제법 있다. 서울의 북촌이라든지, 대구의 김광석 거리라든지, 통영의 동피랑이든지, 전주의 한옥마을이라든지 사람들 입과 소설미디어 타임라인을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치르는 장소들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사례를 과연 스토리텔링의 성공적인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상권이 살아나는 것이 과연 스토리텔링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이런 사례들과 마주할 때 나는 항상 질문한다. “스토리텔링이 과연 무엇일까?” “스토리텔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도시를 스토리텔링 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본문 중)

 

스토리텔링은 무엇인가?


-도시 스토리텔링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성스로운 이야기를 발견 또는 창조하고, 이를 도시 구성원을 결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보급, 확산, 내면화하는 일체의 활동을 가리킨다.(본문 중)


그렇습니다. 도시 스토리텔링이란, 지자체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즉 외부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여 우리 동네에 놀러와서 돈을 많이 쓰고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스토리텔링이란 관광객들이 아닌 도시의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도시민들이 결속하게 하는 일체의 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즐기며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시들이 펼친 축제는 시민이 축제의 중심에서 사라지고 시민 또한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 대다수들은 그 돈벌이를 위해 일정 기간 불편을 감내해야 할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합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기획한 각종 스토리텔링 사업들이 과연 목적을 이루고 있을까? 이른바 성공사례라고 불리는 유명 축제들은 성과를 숫자로 발표하기도 한다. 방문객 숫자가 몇 명이고, 그들이 지역사회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몇 백억 원 혹은 몇 천억 원에 이른다고, 그러니 그 열매가 과연 시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고 있을까?(본문 중)

 

저자는 외부인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가공하고 오히려 지역 공동체의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 빌미가 되고 있는 축제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관광객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내부인인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2,000개가 넘은 지역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축제가 도시를 부흥시킨다는 목적 하에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가공하여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스토리텔링을 잘못 활용하게 되면 지역이 어떻게 망가지는 지에 대해 이 책은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합니다.

 

-건축가 승효상은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 세 가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번잡한 공간이고, 두 번째는 휴식의 공간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경건한 공간이다.(본문 중)

 

첫 번째 공간은 웬만한 도시에는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두 번째 공간 또한 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 리더가 있었던 도시라면 어렵지 않게 구현되고 있습니다. 공원이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그럴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인 경건한 공간을 가진 도시는 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오히려 경건한 공간을 조성하려해도 반대하는 시민들이 더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돈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 더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 공간이야 말로 도시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도시의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과 직결되는 공간입니다. 광주의 망월동 5.18 국립묘지, 마산의 3.15국립묘지, 제주 4.3평화공원 등이 그곳들입니다. 이곳들은 도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 곳을 통해 지역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에 대한 자부심, 너무 먼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이야기들로 인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역사가 자신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도시 스토리텔링은 축제 즉 수익사업이라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됩니다. 도시민들의 자긍심으로 연결되어 시민들의 삶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계승 발전되어 나가야 합니다.

 

책에서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라 토마티나 축제에 사례를 언급하며 바른 도시 스토리텔링의 예를 소개합니다. ‘라 토마티나 축제는 소위 말하는 토마토 축제입니다. 토마토를 서로 던지는 축제지요. 저도 알 정도니 상당히 유명한 축제입니다. 그런데 이 축제를 보유한 도시가 흔히 아는 관광도시가 아니라는 것에 저자는 주목합니다.


-부뇰(토마토 축제를 개최하는 도시)에는 변변한 관광 인프라가 없다. 호텔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한 군데 있지만 우리나라의 웬만한 모텔 크기밖에 안된다. 축제 공간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숙소가 세군데 더 있지만 모두 여인숙이나 민박 수준이다. 머물 공간이 없으니 돈 쓸 공간도 많지 않다. 부뇰의 서비스 공간은 1만명 시민의 수요에 맞춰져 있다...그러니 1년 중 하루 5만명이 다녀가는 축제가 열려도 동네 경제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들은 돈벌이가 아니라 마을의 기본과 공동체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라 토마티나 축제는 부뇰 시민들을 연대하고 하고, 결속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치이기 때문 아닐까? 관광 수익을 위해 공동체적 연대를 훼손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본문 중)

 

축제가 마을 사람들을 연대하게 하고 함께 즐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부뇰 시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즐겁게 축제를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위에서부터의 준비가 아닌 이제는 전통이 되어 버린 동네사람들, 모두가 준비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도시 축제들 상당수는 공동체 구성원이자 축제의 주인인 시민에 대해 거의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유기적인 연대와 조화, 그리고 결속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축제에서 찾아야 합니다. 축제의 기획은 더 많은 수익창출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방법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책에는 도시의 탄생, 도시 마케팅, 한국의 스토리텔링 담론, 지방자치와 도시 스토리텔링, 권력자의 도시 서울, 도시의 인물, 랜드마크, 공동체의 정체성, 축제의 본질, 문화예술과 스포츠, 사회체육과 공동체 네트워크, 향토기업과 향토음식, 공동체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등 아주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어렵거나 어색하지 않습니다. 책을 덮은 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모든 도시민들이 더 많은 돈을 벌며 잘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돈 보다 앞서는, 우리가 잊고 사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돈 없으면 어떻게 살아? 손해 보려면 뭐하려고 축제를 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예전에는 우리 모두가 배고팠다고 하지만 옆집 가족이 굶어죽게 놔두지는 않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공동체적 사회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도시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려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정치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조용히 말하고 싶습니다.

도시는 당신의 임기 동안 치적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닙니다. 다음 선거 때 활용될 업적을 쌓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당신들이 도시의 수장이 되기 훨씬 전부터 도시에는 이야기가 있어 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포장하고 많이 팔았다고 해서 당신이 위대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위해 수많은 도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도시는 한 개인, 수장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축제라는 잘못 활용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오직 축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하면 지역 공동체가 살아날 수 있고, 지역민들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제시한 내용들을 보면 그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면 될 일들입니다.

책의 프롤로그로 글을 맺습니다.

 

-도시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건물 임대료를 높이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본질이 그러하다.(프롤로그 중)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 10점
김태훈 지음/피플파워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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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의 직업도 학생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해서 아이들 일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육아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으로 전교 1등 하기를 원하며 육아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며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답은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부모로서 원하는 바는 있지만 수학이나 과학같이 정확한 답은 모른 채 아이들의 성장을 보고 있습니다. 사실 답이 있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성장에 어찌 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아이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제가 어른이라는, 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으며,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미래가 원하는 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소제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인공지능박사 아빠가 말하는 미래의 일과 행복’, 문석현 소장이 쓴 책입니다. 그는 데이터 경영 연구소 소장으로서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쿠팡, 넥슨 등 인터넷, 게임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서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으로 다양한 성과를 쌓아온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이과출신으로 이과적인 삶을 사는 분입니다. 

저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살고 있다면 이 분은 변화하는 세상,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즉 어찌 보면 가장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고 계신 분이었지요. 매일 아침 신문으로 시작하는 저와 달리, 그는 세상의 변화를 체감하고,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앞서 경험하고 있는 아빠였습니다. 


저자는 사랑하는 딸이 세상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지만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을 좀 더 일찍 깨닫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지만, 정확히 말하면 학교에서는 아직도 20세기에 통할 법한 지식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학교에서 배운 것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교육이 재미가 없어지는 한 이유입니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미래 사회에서 아이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주고 싶은 부모를 위해서 썼습니다. 하지만 딸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해 편지도 몇 편 실었습니다. 그 부분은 아이들이 스스로 읽게 하거나 함께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저 또한 딸이 십대로 자랐을 때 이 책을 보고 웃으며 대화할 날을 고대해봅니다.(프롤로그 중)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미래, 아주 낯선 세상이 다가온다. 2장 미래의 직업세계에서 살아남기, 3장 교육, 미래를 위한 어린 시절의 준비, 4장 미래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법, 5장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사회. 큰 제목만 봐도 책의 내용 흐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더 재미있습니다. ‘성공 공식이 달라진다. 미리 가본 미래의 직장, 대학 졸업장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교육의 가치 그리고 한계, 한국식 교육의 맹점, 하버드대학교에서 뽑고 싶은 학생은? 흙수저부모의 자세, 한국 말고도 기회는 많다. 미래가 지옥이 아닌 이유, 불합리한 건 고치라고 알려주자. 다양성, 꼭 필요하지만 정말 어려운 길’ 제가 인상적으로 읽었던 부분의 소제목을 열거했습니다. 


이 책은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심 있는 분이 읽으시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내용을 알아야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큰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저자는 미래란 지금처럼 해서는 적응하기 힘들며, 직업의 변화가 엄청나고, 따라서 이런저런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을 합니다. 물론 조언이 고맙습니다. 내용도 충실합니다. 하지만 저는 좀 불편했습니다. 


전 제 아이들의 미래 취업을 생각하며, 취업에 적합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취업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고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이들이 미래의 사회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무한 경쟁하여 정글 속에서 살아남듯이 치열하게 싸워가며 1인자가 되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인간답게 살기를 바랍니다. 인간답게 사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욕심으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고, 오직 1등만을 위해 주위를 둘러볼 시간을 뺏지 않으면 됩니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존중하고, 어린 아이의 말이라고 해도 무시하지 않으며, 아빠가 지시하는 말보다 아이의 말을 더 많이 들으면, 아이는 자연스레 함께 사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래의 달라진 직업세계, 달라질 사회 시스템에 대비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할 수 있고 삶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며, 본인이 성공한다 한들, 그것 또한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제가 육아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 중 취업에 대한 고민은 없기에 저는 이 책의 내용이 그리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한국교육에 대한 분석과 대안, 한국 사회의 개선점, 학벌사회의 한계점 등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보험회사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공부를 잘 한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믿음으로 이런 사람들을 돈과 지위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우대했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냉정하게 분석해보니 영업성과는 학력과 상관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 대신 쾌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거나 학생 시절에 물건을 팔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회사의 인사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 이런 사람들이 입사하기도 쉽고 대우도 잘 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회사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었다.(본문 중)


‘대학졸업장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라는 글에 있는 내용입니다. 대학 간판이 곧 취업, 능력,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까지 결정지어버리는 현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교에서는 문제를 찾기 보다는 문제를 던져주고 답을 찾도록 가르친다. 사회에서도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는 사람보다 답을 제시하는 사람을 더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건 인공지능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인데, 과연 한국이 이것을 바꿀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본문 중)


-나한테 학교 교육과정을 짜라고 하면, 사회 시간에 근로계약서 쓰는 법부터 가르치겠다. 어쨌든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싫든 근로계약을 한 뒤 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 생활한다...아마 학교에서 근로계약서 쓰는 방법을 주제로 수업을 한다면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을 것이다. 이걸 부모가 가르쳐보면 어떨까?(본문 중)


이 책에는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합니다. 공감되었습니다. 한국 학교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수능체제와 내신, 당시 유행하는 아이들의 기질을 육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변화가 있지 아이들이 자라는 시기에 존중되어야 할 아이들의 본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꿈이라는 명분으로 직업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체험을 통한 직업찾기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시간 아닐까요?


책 중간 중간에 저자가 자신의 딸에게 쓴 편지가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입니다.

-돈 버는 일도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사회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야. 이것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멋진 일이라는 사실, 자유롭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부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라는 사실을 네가 깨달았으면 좋겠어. 부디 행복하게 멋진 인생을 살 있기를 바라.(마지막 문단)


저자 또한 아이가 나누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누기 위해 성공해야 한다는 약간의 조건 또한 언급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아빠로서 책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미래의 변화모습, 미래에 적합한 능력, 그것을 갖추기 위한 조건, 미래의 성공’이 약간 불편하긴 했습니다. 취업보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원하는, 아빠로서의 마음은 똑같습니다. 다만 자라온 경험과 경험한 세상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며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님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미래는 분명히 지금과는 다를 것입니다. 기술력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사회생활에서 매력적인 사람의 조건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야단법석일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처할 수 있게 쉽게 쓰인 책입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과거와 똑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교육시키는 부모님들이 많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미래는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아이들은 과거의 교육을 받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미래를 보고, 오늘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이과생들은 글을 못 쓴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문석현씨는 혼자 알기 아까워 이 책을 쓰셨습니다. 그는 그의 역할에 충실했고 반은 성공했습니다. 이제 이 책을 많은 부모님들께서 읽으셔야 나머지 반도 성공하게 됩니다. 미래가 어찌 변하든, 책을 읽어야 함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세대를 키우시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미래가 원하는 아이 - 10점
문석현 지음/메디치미디어

<광   고>

경남 지역, 진일보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

쥬디들 공개방송 안내

12월 6일(수) 저녁 7시쯤, 창동 소굴,

준비물 : 쥬디들과 즐겁게 만나 신나게 놀 마음가짐, 셀카용 카메라, 

더치페이용 소정의 금액^^;


목소리만 듣던 MC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많이 많이들 놀러오세요~~~^^.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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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지영 2017.11.27 20: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서적 추천 감사합니다 ^^
    활기찬 월요일 되세요 :)

저는 지금도 차에 노란리본을 붙이고, 손목에는 노란밴드를 차고 생활을 합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분명, 남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식 가진 부모 심정으로서,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심정으로서, 그리고 당시의 무능력했던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를 잊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정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이 있지만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난 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오열하시는 부모님들 사진도 뵈었습니다. 먹먹함이 솟구쳤습니다. .그 분들의 아픔...가슴속을 파고 들어왔습니다.

포항에서는 지진이 났었습니다. 제가 사는 마산에도 제법 진동이 심했습니다. 마침 저는 딸래미학교 공개수업 참관을 위해 갔었는데 학교서도 신속하게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현장을 곁에서 함께 했습니다. 무용담 같았습니다. “이야, 요즘은 학교에서도 진지하게 대피하는군요. 예전 같으면 책상 밑에 숨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애써주시니 고맙습니다. 선생님.”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습니다. 포항에서의 충격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포항시가지의 피해사진들을 보며 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제가 아는 지인 중에 포항에 사시는 분은 계시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에서는 포항의 피해 때문에 수능을 연기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다양한 말들이 오고갔습니다. ‘잘한 결정이다. 성급한 결정이다. 과연 이게 최선인가? 수능날에는 지진없을텐데 난리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여진은 계속되었고 지금은 연기된 수능날에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수능연기에 대해 ‘성급하다. 포항 학생 중 몇 명이 수능으로 서울대 가겠느냐. 우리 아들 리듬 다 깨졌다. 포항아이들만 따로 치면 되는 것 아니냐. 왜 전체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도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가, 이렇게도 서로에 대해 무관심해졌는가, 세상이 왜 이럴까. 라는 속상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감정시대는 이런 현대인의 마음을 다룬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세상을 보니 더 이상 특정 개인을 싫어하던 마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왜 이런 마음이 우리사회를 뒤덮게 되었는가? 그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BS미디어팀에서 기획했고 EBS<감정 시대>제작팀이 지었고 이현주님께서 글로 쓰신 책입니다.

책 표지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생각을 묻지 않고 마음을 묻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잡아들고 표지만 한참을 쳐다봤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매순간 사용자에게 물어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집에서 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니?’ 온 세상이 생각을 확인하는 물음으로 넘쳐납니다. 생각은 이성입니다. 이성은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생각은 합리적이며 합리적인 것이 옳은 것이라고 강조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생각이 아닌 마음을 돌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너의 마음은 어떻니?’ 생각이 아닌 마음을 물을 때, 얼었던 마음이 녹을 수 있습니다. 싸운 아이들보고 ‘너희들 왜 그랬어?’라고 다그칠 때보다 ‘그래, 기분이 어떻니? 괜찮아?’라고 물을 때 아이들은 눈물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정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식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마음을 소중히 대하는 사회에서는 우리가 함께 함이 더 중요하고, 아픈 상대를 보고 날선 소리를 하기 힘들 것입니다. 누구나 아파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아픔은 당연한 통과의례입니다. 하지만 1차적 아픔보다 그 아픔 이후 주변 사람들의 공격, 2차적 아픔이 더 깊은 상처를 주는 사회라면, 성찰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책에서는 불안감, 모멸감, 고립감, 좌절감, 상실감, 죄책감, 6가지의 마음을 다룹니다. 불안감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초조한 느낌입니다. 모멸감은 업신여김과 깔봄을 당하여 느끼는 수치스러운 느낌입니다. 고립감은 남과 사귀지 않거나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홀로 된 느낌입니다. 좌절감은 뜻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감을 잃은 마음입니다. 상실감은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한 느낌입니다. 죄책감은 저지른 잘못이나 죄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마음입니다. 불안감에서는 고용불안, 비정규직, 일자리 불안, 취업불안을 다룹니다. 모멸감에서는 감정노동자의 아픔, 모멸의 또 다른 이름, 혐오에 대해 다룹니다. 고립감에서는 아빠들 즉 가장의 현실, 외로움, 혼자 사는 노인들, 고독사에 대해 다룹니다. 좌절감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여성 노동자의 현실, 현실 노동자의 삶에 대해 다룹니다. 상실감에서는 세월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죄책감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 어른들의 미안함에 대해 다룹니다.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어떤 동물보다도 사회적이다.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부여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에게는 타자의 존재가 필요하다.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절망과 자학에 빠진 개인을 끌어올리는 것은 다른 존재의 인정이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따른 연민이 아니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신뢰 공동체가 필요하다.


외로우십니까? 너무 화가 나십니까? 너무 슬프십니까? 무기력하십니까? 그 모든 것,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못된 말을 하는 사람들?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입니다. 사람으로 인한 감동, 사람으로 인해 공감받는 경험을 충분히 했다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모두가 아픈 이들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줘야 합니다. 나의 심신 뿐 아니라 서로를 배려해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능력과 직위에 따른 존중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너무 심란하시고, 대체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나는 어떤 감정에 익숙한가? 감정 자체에 주목하고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어야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너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들이며 부모들이라는 것, 서로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건강해질 것입니다. 이 책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감정은 늘 옳습니다. 지금 마음이 어떠신가요?


감정 시대 - 10점
EBS 미디어 기획, EBS 감정 시대 제작팀 지음, 이현주 글/윌북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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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7 15: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마산 청보리 2017.11.27 16: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 이럴수가! 제가 오히려 감사함을 느낍니다. 좋은 책이었어요. 출판사에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부탁합니다.^^ 네 호의는 진심 감사합니다. ^^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시집을 낸 정일관샘은 현재 경남 합천에 있는 원경고등학교 4대 교장샘이십니다. 원경고등학교는 1997년 원불교 경남교구에서 세운 학교입니다. 원불교에서 세운 학교라 마음공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저도 원경고 3대 교장샘이셨던(현 태봉고교장샘) 박영훈 교장샘께 마음공부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뭐랄까?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와 닿았던 말씀은 '현대인들은 외모를 치중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반면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데에는 너무 인색하다.', 이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원경고는 교육목표 또한 '소중한 나, 은혜 속의 나, 마음 잘 쓰는 우리' 입니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지 않는 학교, 맑고 밝은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입니다.


정일관샘은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셨으며 1998년 3인 시집 <새를 키울 수 없는 집>을 출간했습니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등학교에서 대안교육의 텃밭을 일구는 데 함께 했습니다. 2001년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를 출간했습니다. 그 후이 16년 만에 시집을 내셨습니다.


국어선생님 출신이기에 아름다운 문체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고 교육자시기에 교육적인 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미숙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그의 시는 일상을 아름답고 고요하게 풀어둔, 서정홍시인의 말씀을 빌리자면 '메마른 세상을 촉촉히 적셔주는 위대한 비가 되는' 시 였습니다.


저는 시집을 즐겨 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일관샘의 '너를 놓치다.'를 읽으며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시집에 오롯이 담아내었습니다.


시를 읽으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감성이 깨어남을 느꼈고, 만물이 살아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허튼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


시인의 거창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인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인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글자수는 적지만 그 뜻은 깊었습니다.


시집은 얇았지만 시인의 삶이 담긴 것 같아 얇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인 본인의 성찰의 시였고, 과거를 추억하는 시였으며, 희망을 품은 시였습니다.


정일관 시인의 세번째 시집, '너를 놓치다.'


시집을 읽다보면 시인의 눈을 따라 원경고가 위치한 합천군 적중면의 풍경이 저절로 펼쳐집니다. 시인의 생각에 저절로 빠져듭니다.


이것이 시의 매력인 모양입니다.

너를 놓치다 - 10점
정일관 지음/푸른사상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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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를 읽었습니다. 지은이인 '니이츠 하루코'는 중국에서 태어났습니다. 17세에 일본으로 건너와 25년 이상 청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하네다공항 국제선터미널 제 1터미널, 제2터미널 청소 실기 지도자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1997년 '전국빌딩클리닝기능경기대회'에서 최연소로 1위를 수상하기도 했지요. 한마디로 청소의 신입니다.


NHK에서 댜큐 <프로페셔널의 조건 - 청소의 프로편>에 출연하고 나서 일본 사회에서 큰 방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잘 읽히는 책입니다.


니이츠 하루코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이 청소일에 대한 자신의 소명의식, 자신이 경험했던 일,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하듯 서술하고 있습니다. 참 소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12쪽의 얇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자라는 청소년들, 자신의 일에 재미가 없으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시는 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만큼 잘 읽히고, 내용이 따뜻한 책입니다.


제일 마지막 장에는 부록으로 '청소의 신이 알려주는 매직청소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내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른 깊이가 있는 책입니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혼자라는 것도 전혀 두려워 할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두 부분이라도 공감할 수 있고,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 마음의 안식처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니이츠 하루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 - 10점
니이츠 하루코 지음, 황세정 옮김/성림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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