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농협직거래장터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보다.

마산 청보리 2017. 3. 28. 07:00

지난 금요일(24일) 출근길에 보니 경남 시청 옆, 경남 농협 앞이 어수선했습니다. 운전하다 대충 보니 '~~직거래장터'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아이쇼핑을 좋아하고 특히 바른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날 점심 때 식사를 하고 직장동료들과 경남농협 앞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역시! 금요일마다 열리는 직거래 큰장터였습니다.

농협 앞 터가 그리 넓지 않아 이 자리에 무슨 장이 서지? 라고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우와, 생각보다 빼곡하게 매장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금요장터 물품들을 구경해 보시죠.

과일! 채소!

수제치즈! 요거트!

전통부각!

재첩국!

건어물!

생선들도 있었습니다.

특이점, 각 매장마다 생산자와 연락처가 적혀 있었습니다. 왠지 자신있다는 뜻으로 읽혔고 그래서 인지 믿음이 더 갔습니다.

가격도 착했습니다.

밑반찬!

꿀! 황기! 옻나무피!

각종채소!!

또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오신 분들 마다 검은 봉지 한가득, 미소 한가득.^^

냉동차라고 하나요? 식육점도 있었습니다. 사람 많더군요.

이 날은 스탬프 모으기 이벤트 중이었습니다. 도장을 찍은 수 만큼 선물을 줬던 모양입니다. 저희 일행 중 한 분이 어찌알고 이벤트 응모 종이를 가져오셨더군요. 사실 처음 갈 땐 구경하러 가자고 4명이 갔었습니다. 헌데 구경하다보니 뭔가 하나씩 다 사셨더군요.ㅋㅋ. 도장을 제법 많이 찍었고, 선물로 쿠킹호일과 깻잎한봉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딸기를 샀습니다. 한 박스에 5,000원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바로 먹었는데 우와! 딸기 본연의 달콤함과 새콤함이...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녁 때 먹고 다음 날 아침까지 해서 다 먹었네요. 담주 금요일에도 가서 딸기는 꼭 다시 사고 싶다는.^^


금요장터라고 되어 있으니 매주 금요일 열린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주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는 지 확인했고 이번 주에는 살 물건을 준비해서 방문 예정입니다.


어찌보면 도심 한 복판에 열리는 7일장입니다. 이 장터를 보니 왠지 강제로(?) 이전한 팔용 5일장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팔용 5일장은 전통오일장에 등록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창원의 서민들이 자주 애용하던 장터였습니다. 시행정과 주민들 사이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로 지금은 북면감계로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감계에서도 청사예정부지에 장터가 들어왔다고 해당지역분들의 반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왜 힘없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장터가 동네북이 되어야 하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큽니다.


장터 하면 시끄러우면서도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없어져서는 안될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장터는 단지 물건만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네 삶이 있었고 정이 있었으며 서로에 대한 안부를 확인하던 곳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있었고, 웃음이 있었으며,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꺼리가 많은 놀이터 였습니다.


오늘날 좋은 시장은 더 싸고 더 많이 살 수 있는 곳일런지도 모릅니다. 어느샌가 시장이라는 곳은 더 싸고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곳 이라고 의미가 좁아졌습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은 더 싼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의 정당한 노동과 정성이 들어갔는지를 알면 무조건 깎아달라는 것이 현답은 아닙니다.


싼 것만을 쫓을 것이 아니라 정당한 가격은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농민들이 농사 짓기 힘들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적이지 않은 가격 때문입니다.


폰은 하나에 100만원씩 해도 문제가 안되고, 쌀과, 과일은 조금만 오르면 물가폭등이라며 난리를 치는 것인지 한번씩 의문이 들때도 있습니다.


더 싼 게 좋은 것이라면 우리는 채소나 과일, 농산물을 대상으로 불만을 토할 것이 아니라 가격의 결정이 투명하지 않고 더 비싸고 더 위험한 원전을 더 짓는 다는 것에 대해 더 큰 불만을 토로해야 합니다.


저는 장터가 좋습니다. 정치인들이 선거때만 찾는 장터가 아니라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장터가 좋습니다. 비가 오면 검은 봉다리를 양손에 들고 우산을 목 옆에 끼고 불편하게 걷더라도 장터만의 익숙한 냄새가 좋습니다.


더 편한 것만 찾는 것은 왠지 잘못된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편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며 더 싼 것도 무조건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근처에 장터가 있는가요? 시간 내어 한번 들려보시지요. 잊고 살았던 뭔가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장터입니다.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는 것, 결국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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