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박종훈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접하다.

마산 청보리 2017. 3. 3. 07:00

2017년 3월 2일자로 경남교육청으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교통안전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스쿨존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첫날은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교육청에서 이렇게 전화통화를 많이 하는 지 몰랐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학생생활과인데 이 곳에는 인성교육담당과 특수교육담당, 학교폭력담당부서, 25명 내외의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직 함께 계신 분들 성함도 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안은 부서 변경 및 실 이동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였습니다. 8시 50분이 되자 교육청 내 강당에서 전체 직원 모임이 있었습니다. 

새로오신 분 들 소개와 박종훈 교육감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듣다보니 박종훈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어서 인사말 내용을 메모했습니다. 소개드리자면


저는 학교교육에서 교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적 학교 문화의 조성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민주주의 입니다.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주의가 되어야 하는 학교가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다는 평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제가 싫어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학교 교문 앞에서 먼춘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말입니까? 왜 그래야 할까요. 왜 학교 앞에서 민주주의가 멈춰야 할까요. 교육청 내 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하고 설득하며 부서원과 함께 가야 합니다. 더 이상 권위적인 관계로, 민주적이지 않은 형태로 부서가 운용되어서는 안됩니다. 부서 안에서의 의사결정 과정 또한 소중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본질을 두가지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수업변화와 민주적인 학교 문화입니다. 단위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오롯이 만날 수 있도록 3월달에는 학교에 공문조차도 보내지 않는 노력, 이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육청에서는 되도력이면 학교를 건딜면 안됩니다. 학교가 민주적이고 스스로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3월달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청 2청사의 북카페인 지혜의 방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손님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카페에 앉아서 일을 할 수는 없을까요? 손님이 오면 북카페로 모셔서 대화할 순 없을까요? 저는 우리 교육청에서 일 안하고 딩가딩가 노는 직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카페에서 편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카페에 가서 차도 한잔하고 책도 보며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풍요롭게 하시며 일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공무원이 그러면 안되는가요? 


지나치게 교육감이 의식되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예절에 어긋나지 않게 지혜의 방에 사람들이 있는 분위기면 좋겠습니다. 교육감을 보고 눈인사를 하고 지나쳐도 되는 분위기, 저는 눈인사만 해도 괘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를 의식하지 마시고 복무를 하심에 있어서 나름의 여유도 즐기시며 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주일에 하루 쯤 지혜의 방에서 도민들과 교육감과 커피한잔하며 대화하는 이벤트도 했으면 합니다. 민원이나 청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말이지요.(웃음) 같이 소통하며 즐겁게 직장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일에 치이게 되면 그 짜증은 상대에게 가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도교육청 직원은 내 일에 대해서는 최고라는 엘리트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해 학교를 도우고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더 긴 말하면 잔소리가 되기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올해도 멋진 분위기를 가지고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아이들과의 만남에 집중할 수 있도록 3월달에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지 말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말이지만 교육감의 이런 마음은 참 따뜻하게 와 닿았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이 말씀을 교장선생님들께 드려야 하지만 여러분들께도 드립니다. 우리는 이런 마음으로 학교를 지원해야 합니다."


첫 날이라 아직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들은 박종훈 교육감의 아이들 생각하는 마음 덕분에 하루를 든든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당장 사천에 출장을 가야 합니다. 사천의 모 초등학교에서 스쿨존 관련 컨설팅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서 해결될 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할 생각입니다.


어찌보면 저의 본 업무는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힘들수도 있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큽니다. 


제가 근무하며 모든 것을 확! 바꿀 수는 없겠지만 스쿨존의 중요함, 아니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분위기라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나름 재밌습니다. 교육청 옥상도 아주 멋집니다.


제가 이 곳에 왜 왔는지를 잊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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