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경남꿈키움 중학교 1기 졸업식 이야기(2편)

마산 청보리 2017. 1. 14. 07:00

1편, '졸업주간 이야기'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사실 2편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쓸려고 했으나 '졸업식은 어찌 되었나요? 2편은 언제 나와요? 아이들이 정말 해냈나요?' 등 독자분들의 문의가 너무 많아 바로 올립니다.


지난 편에 소개드린 바와 같이 졸업식이 있었던 12월 29일, 그 주는 '졸업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행사를 치뤄냈습니다. 


2017/01/13 - [꿈키움이야기(대안학교)] - 경남꿈키움 중학교 1기 졸업식 이야기(1편)


그 한 주동안 샘들의 개입은 거의 없었습니다. 꿈터에서 잘때 혹시 아이들이 불편해 할까 싶어 제가 같이 잤구요. 준비물 사러간다고 해서 계산을 위해 제가 동행했습니다. 그 외에는 아이들이 방송해서 친구들, 후배들한테 안내하고 프로그램 만들어내고, 진행하는 등 졸준위 아이들이 정말 수고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힘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분석해 봅니다.


아무튼!


12월 28일 밤, 꿈터에서의 마피아 게임, 몸으로 하는 스피드 퀴즈 등 게임도 하며 신나고 놀고, 친구들끼리 누워서 속닥하게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려 새벽 3시까지..다음 날이 졸업식이었기에 아이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내일이 졸업식이니 이제 그만 불 끄자." 아이들은 바로 수긍하더군요. "네!" 불을 끄고 잤습니다.

그리곤 다음 날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서 꿈터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깨끗이 치워야 혹시 내년에도 후배들이 이 행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감하고 정말 열심히 치웠습니다.


9시가 되었고 졸업식 1부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졸업식은 공식행사인 1부 행사와 아이들이 준비한 2부 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1부 행사에서는 내빈 소개, 졸업장 수여, 내빈 축사, 세족식의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전날 전교생들이 모여 종업식을 미리 했었습니다. 당시 개인상은 모두 수상했습니다. 졸업식 때에는 모든 졸업생이 똑같은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오직 졸업장만 수여했습니다. 교장샘께서 졸업장을 주시면 담임샘은 장미꽃 한송이를 줬고 3학년 샘들께선 아이들을 소중히 안았습니다.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졸업장 수여가 끝난 뒤 세족식을 했습니다. 


2015/03/03 - [꿈키움이야기(대안학교)] - 입학식은 행복해야 합니다.


저희 학교는 입학식때 모든 샘들께서 입학생들 발을 씻어 줍니다. 그간의 아픔들 다 잊고 새로이 즐겁게 중학생활을 시작하자는 뜻과 함께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겠다는 우리들의 약속의 의식인 셈이지요. 졸업식에는 반대로 진행했습니다. 3년간 고생하신 샘들의 발을 아이들이 씻어드리는 것이지요. 세족식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원하는 샘 앞에 줄을 서서 한명씩, 한명씩 발을 씻겨 드렸습니다.

단지 발만 씻어드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발을 씻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구경하시는 부모님들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특히 속썩이던 놈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더군요. 평소엔 무뚝뚝하셨던 샘들도 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1부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 행사는 후배들이 준비했습니다. 맨 먼저 2학년들이 나와 졸업축하 영상과 함께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렀습니다. 그리곤 그 선배를 뜻하는 한 줄 소개와 함께손으로 직접 만든 장미꽃을 주었습니다. 이 때 정말 많은 이들이 울었습니다. 제 정신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떠나보내는 이들과 떠나는 이들의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장미꽃을 주는 아이도, 그 꽃을 받는 3학년도,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모든 이가 울었습니다. 

2학년들의 송사가 끝난 뒤 1학년들도 뭔가를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1학년들도 단체로 무대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곤 자기들이 준비한 이별영상과 함께 3학년들을 위한 편지를 읽었습니다. 이 때 졸업이라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이제 1기들이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한다는 현실이 느껴졌습니다. 3학년 아이들은 고개 숙여, 숨죽여 우는 아이들이 많았고 1학년 아이들은 흐르는 눈물로 편지를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마음만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별이 믿기지 않는다는, 이제 선배들이 졸업한다는, 학교에서 더 이상 1기 아이들을 보지 못한다는, 애절함이 느껴졌습니다.

1, 2학년들의 송사가 끝난 뒤 3학년들이 모두 무대에 올랐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한명씩 마이크를 잡고 학교를 떠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도 졸업이 믿기지 않아요. 내일 당장 일어나면 기숙사 사감샘께서 깨우실 것 같고, 교실 올라가며 동생들과 장난칠 것 같고, 교실에서 샘들과 놀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학교에 대해 짜증나는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요. 우리학교는 참 좋은 학교였어요."

"후배들에게 미안해요.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친절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 미안해요."

"진짜 졸업하기 싫어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나를 힘들게 생각했던 후배들이 있었을 거예요. 나 그리 무서운 언니 아니예요. 나도 그만큼 다가가지 못해 미안했어요. 다음에 볼 때는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날, 그 순간이 생각나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제 1기 아이들을 못본다.' 이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만큼 익숙했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도 그만큼 익숙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말이 끝나고 상장을 수여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경남꿈키움중학교 3학년 전체 친구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상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상장의 이름과 내용이 유쾌했습니다. 상장을 수여받을 때마다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 모든 상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기상, 동영상, 그나마정상, 우렁각시상, 도피상, 면상, 남우주연상, 허상, 상상그이상' 등 상의 이름도 재밌었고 그 내용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장 수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담임샘들에게 줄 상장을 준비한 것입니다. 저도 아이들로부터 상장을 받았습니다. 샘들도 놀랐고 하객분들도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반별로 모두 나가 선생님을 호명했고 상장의 내용을 읽고 선생님께 상장을 직접 수여했습니다.

2반 담임이셨던 정영택 샘도 상을 받으셨습니다.

3반 담임이셨던 이창식샘도 상장을 받으셨습니다.

아이들의 센스에 모두들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알고 계셨습니다. 그 어떤 상보다 값진 상이었다는 것을...


모든 상장을 수여하고 나서 공식적인 졸업식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마지막 포옹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을 쉽게 보내줄 수 없었습니다. 힘들었던(?)졸업식을 끝내고 교실로 올라갔습니다. 

교실에서 한 학생이 울고 있었습니다. "XX야 괜찮아?" "네 선생님,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교실에 오니 갑자기 눈물이 나요." 우린 함께 안고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교실을 정리하다보니 아이들과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이자리는 누구자리, 이자리는 누구자리..' 당장 뒤에서 '용샘! 면도하셨네요. 오~ 좀 멋진데요.'라며 놀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집으로 바로 왔습니다. 그리곤 바로 잠들었습니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아팠습니다. 눈 뜨자 마자 '아, 오늘 졸업했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이제 1기 아이들은 학교에 없습니다. 1기 아이들이 지겹다고 하던 학교 등교길에서도 이제 1기들을 볼 수 없습니다.


 1기 아이들은 경남꿈키움중학교를 생활을 마치고 또 다른 삶을 위해 떠납니다. 모두들 온 몸으로 3년을 살아냈습니다. 결코 녹녹치 않았던 학교 생활을 아이들은 끝까지 견디며 살아냈습니다. 죽기만큼 싫었던 친구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후배들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짜증냈던 샘들도, 졸업식에서 모두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니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직면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식은 단지 학교를 떠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했던 곳을 떠나 또 다른 곳으로 비상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묵혀있었던 감정도 해결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너무나 가까워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경남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 중학교의 무모한 실험에 대해 걱정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는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졸업식 날 아이들의 표정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꿈키움가족들은 가족만큼, 아니 그보다 가까운 또 하나의 가족들이었습니다. 


꿈키움아이들이 중학생활동안 훌륭한 지식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영어단어를 외웠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힘겹게 돌아보며 보냈던 시간만큼은 최고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성장은 자라는 것을 뜻합니다. 육체적 성장은 눈으로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성장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난에 부딪혔을 때, 시련을 만났을 때 정신적 성장은 빛을 발합니다. 아이들이 졸업하며 글로 남긴 우리학교 졸업논문만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얼만큼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졸업앨범과 졸업논문>

<졸업논문 중>

<졸업앨범 중>


학교에서 교사들이, 집에서 학부모님들이 바른길로 이끄는 것 만이 아이들의 성장을 자극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 아이들이 힘겨워할 때, 단지 곁에 있어 주는 것, 아이들이 욕을 할때 그냥 들어주는 것, 뛰쳐 나가면 기다려 주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성장했습니다.


아이들을 믿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믿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약하고 어리지 않습니다. 그들을 믿지 못하는 어른들이 더 나약하고 어릴 수도 있습니다.


믿음 만큼 큰 힘은 없습니다.


꿈키움중학교 1기 졸업생들은 축하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이번 졸업식은 단순한 아이들만의 졸업식이 아니었습니다. 참석한 모든 분들,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의 큰 성찰의 장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너희들이 어디를 가든, 꿈키움 출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너희들은 열심히 살았으며, 친구들과 함께 성장했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삶에서 가장 큰 힘은, 빽도 아니고 돈도 아니며 스팩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며 인간을 대하는 깊은 마음이다. 너희들이 가는 곳, 그 길이 어디라도 너희들을 믿고 함께한다. 너는 이미 충분히 가치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꿈키움중학교 1기 아이들, 그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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