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유기농은 부자들만의 먹거리일까?

마산 청보리 2017. 1. 12. 07:00

마을 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부제도 좋았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전망과 대안을 찾아서', 저는 평소 마을의 중요함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저자 정기석님의 책은 이전에도 몇 권 읽어왔습니다.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었습니다.


-마을을 배우는 교육적 마을주의자들은 마음가짐부터 넓고 따뜻하다. 교육의 진가는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마을목사, 마을 교사, 마을 평생 교육사, 마을교육운동가, 마을책방주인, 마을 학자 등이 마을을 학교로 삼고 있다. 어머니처럼 마을사람을 가르치고 마을을 보살피고 있다. (본문 중)


정기석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떤 형태로든 마을을 살려보려는 사람 분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전국에 이 분들이 다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전국 각지에서 도시라는 감옥안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사는 도시난민들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깨닫고 함께의 의미를 되새이며 살아보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을 주는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마을을 만드는 마을경제주의자들을, 2부에서는 마을을 배우는 마을교육주의자들을, 3부에서는 마을을 높이는 마을문화주의자들을, 4부에서는 마을을 살리는 마을생태주의자들을 만난 이야기를 싣고 있습니다. 모두들 마을을 품에 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가꾸고 사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길이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


-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 입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나 된는 막대한 정부의 개발보조금, 즉 우리 세금이 수천 곳의 마을에 투입됐잖아요. 그런데 과연 이들 마을 가운데 잘될 마을은, 제대로 굴러가는 마을은 얼마나 될까요? 5%나 될까요?..마을만들기는 곧 마음만들기라는 진리를 애초부터 몰랐거나, 이후 초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마을만들기는 곧 '우리'라는 한마음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진안 진안마을주식회사 마을기업가 강주현 대표)


이부분을 읽으며 절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농촌에는 6차 산업이라는 명분으로 엄청난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6차산업이란 1차 산업의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의 제조, 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으로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말합니다. 즉 쉽게 말하면 1+2+3=6이란 뜻이죠. 그런데 문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말인데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1차 산업이 도외시 되고 있습니다. 즉 농촌의 기반은 농업이고 농업이 잘 되어야 농민들이 다른 사업까지 확장시킬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농업에 대한 지원은 아주 부실합니다. 한 예로 2016년 쌀 수매가격이 24년 전 가격인 4만 5천원으로 폭락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농업이 안정적이고 농사일을 하는 게 신이 난다면 국가에서 따로 농업의 수익창출을 위해 정책을 세워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의 짧은 생각에도 농촌에 투입된 개발보조금을 쌀 수매가를 현실적으로 올려 주는 것이 더 농민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진안의 강주현 대표는 그런 부분을 읽고 계셨습니다. 마을 자체의 수익을 증대하는 마을만들기가 아닌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마을만들기라고 말이죠. 공동체가 건강해져서 서로 돕고 서로 위하는 마을이 되면 외부인들이 관광을 오지 않더라도 주민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기농은 부자들만의 먹거리일까?


장수 지니스테이블 '마을먹거리사업가' 박진희 대표님의 말씀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경제력 있는 사람들을 위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게 아니에요. 이 세상에는 유기농을 먹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소득과 관계없이,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유기농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 아닌가요? 정부의 지원이 없이 운영되는 공부방 아이들, 지자체 지원은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급식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가난과 결손, 학대를 이유로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함께 생활하는 청소년들,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우들에게 정의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유기농을 보내드리고 싶어요.(본문 중)


아..정의란 다른게 아니다 싶었습니다. 경제력 있는 사람만이 좋은 것을 향유하는 사회가 아닌 경제력이 없더라도 누구나 안전하고 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회, 이런 세상을 위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마을도 있었습니다. 각 마을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른 사회를 위해, 그것을 농업을 통해 추구하시는 분들이 이리도 많음에 그나마 대한민국의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케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국가가 지원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행정편의주의, 관료주의는 일을 효율성도 증진시키지만 복잡한 절차로 인해 일을 못하게 하는 면도 발생합니다. 최소한 마을만들기를 하는 마을에 대해서는 자치권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곳


시흥 평생교육실천협의회 '마을평생교육사' 이규선 회장님은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마을학교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십니다.


-평생학습마을의 목적은 일자리 늘리기가 아닌 사람키우기라야 됩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아이들이 잘 놀게 하자는 목표로 마을학교라는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해서 전래놀이와 생태놀이 강좌는 반드시 개설했습니다. 교육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학원을 빼먹고 마을학교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들이 늘어갔습니다. 따분하게 배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게 노는 게 교육의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을학교는 어른은 공부하고, 아이들은 놀면서 위로도 받고 치유도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본문 중)


마을을 살리는 것의 기본이 공동체성 회복이었습니다. 나, 너의 관계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의 공동체, 흔히들 공동체를 말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 공동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흥에서는 마을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마을 주민 가운데 교장선생님을 모셨고 마을 주민 가운데 강사요원을 발굴하고 양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아이들이 와서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즉 어른은 공부하고 아이들은 노는 마을로 변화한 것입니다.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아련하지 않습니까? 이 마을이 바로 사람사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4인의 마을주의자


이 책에는 이런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마을만들기를 하고 계시는 24인의 마을주의자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분 한분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서 이런 가치있는 활동들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에 격한 설레임마저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마을들은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친절하게도 책의 제일 뒷장에는 저자가 방문하여 만나본 마을의 위치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 마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귀농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귀농하시는 분들이 꿈꾸시는 농촌의 이미지는 모두들 다를 것입니다. 현지에 살고 계시는 마을분들께 새로 이사오는 외지인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기만을 기대하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농촌은 살아야 합니다. 농촌이라서가 아니라 국민의 먹꺼리 안전을 책임지는 곳며 자연환경을 잘 보전되어 있으며 그 곳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 이상 논을 덮어서 건물을 올리는 무지막지한 개발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자동차를 팔아 그 돈으로 외국의 먹꺼리를 사오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무지막지합니다. 식량주권의 중요함은 두번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을을 살리려는 분들의 마음은 하나같이 나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에 맞춰져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제논리가 아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공동체적 논리로 마을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해?'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관계를 통해 더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가 많아진다면 이 사회는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회백색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도시가 아니라 푸른 녹읖에 둘러싸인 마을이 될 것입니다.


마을 전문가가 곧 세상전문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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