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짧지만 깊었던 우리들의 국토순례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6. 9. 28. 07:00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는 지난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3박 4일간 학년별로 야외 이동 체험학습을 했습니다. 1학년은 제주도, 2학년은 지리산, 3학년은 해파랑길을 따라 국토순례를 했습니다.


사실 국토순례는 처음이라 계획을 정할 때부터 선생님들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서해안을 따라 걷자, 중부권을 걷자, 경남을 걷자.'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라 안전한 길을 찾아 걷자로 의견이 모아졌고 동해안 해파랑길을 걷자로 결정되었습니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구간 50개 코스, 거리 770km의 걷기 길'입니다.


7월쯤에 사전답사를 다녀온 결과 아이들과 걷기에 참 좋은 곳이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9월 20일, 오전 8시 30분에 학교에서 출발했습니다. 저희들의 시작점은 '청간정'이었습니다. 강원도까지 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습니다. 차로 쉬어가며 6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은 '포켓몬'을 잡으며 지루함을 달래었습니다.


처음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적응력과 포켓몬을 잡는 실력은 대단했습니다.



드디어 청간정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동해의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더군요.


"우와, 선생님 너무 이뻐요." "우와 저 파도봐봐."


경상도 촌놈들의 동해바다와의 첫 만남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출발을 기념하기 위해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해파랑길은 동해를 끼고 걷는 길입니다. 걷는 내내 바다가 오른편에 있었습니다. 간혹가다 길이 내륙쪽으로 연결되어 숲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아이들의 피곤을 풀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이들은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저희들의 일정은 여유가 있었기에 아이들이 바닷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주었습니다.





이튿날은 일정이 일찍 끝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의 걷는 속도를 선생님들이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잘 걷더군요.


해서 숙소에 일찍 도착하여 함께 놀았습니다.


날이 쌀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놀더군요.


친구와 함께라면 추위와 차가운 동해바다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신나게 물놀이를 한 후 반별로 모래아트대회를 했고



반별 축구대회를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뱃사장에서의 축구는 훨씬 힘듭니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며 달리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요했습니다. 뱃사장 축구는 규칙이 달랐습니다.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골대에 골키퍼가 서 있고 골키퍼가 자기편이 차준 공을 잡으면 골로 인정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골키퍼는 작은 원을 그려두고 그 안에만 서있어야 했습니다.


새로운 경기룰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경기 휘슬과 동시에 패널티킥이 성공하여 1반 아이들이 우승했고 환호성은 하늘을 갈랐습니다.



3학년들의 이번 여행은 학교에서 함께 하는, 공식적으로 마지막 여행이었습니다. 해서 이튿날 밤에는 모든 친구들이 모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주제는 간단했습니다. '가장 고마웠던 친구와 가장 미안했던 친구에 대해 말하기'


잔잔한 음악을 틀고 한명씩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너무 진지한것 아니가.' '샘 이상해요.' '와 무게감 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색해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한명씩 말했습니다.


'저는 동팔이(가명)에게 가장 미안했어요. 심한 장난을 쳐도 다 받아줬어요. 고마운 친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함부로 대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요.'


'저는 철수(가명)가 가장 고마웠어요. 학교 초기에 어색한 무렵 저를 잘 대해줬어요. 저의 고민도 잘 들어주고 함께 놀아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저는 모든 친구가 고마웠어요.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친구들이에요. 이 친구들을 잊지 못할꺼예요.'


'저는 택샘이 가장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제가 가출했을 때도 이해해 주고 다치지 말고 실컷 놀고 오시라며 연락주셨을 때 감사했어요. 하지만 학교 돌아와서도 제가 잘 못해 너무 죄송해요.'


아이들은 진심을 전달했고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두시간동안 계속 되었고 아이들은 친구들의 마음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다음 날에도 계속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너나 할 것없이 동무가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걸었습니다.


물론 오랜 걷기로 인해 물집 잡힌 친구도 있었고 발이 퉁퉁 부어 포기하고자 했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격려와 본인의 노력으로 모두가 건강하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3박 4일간 저희들이 걸었던 거리는 50km 정도 였습니다. 결코 먼 거리를 걸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3박 4일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걸었던 거리는 마음이 가까워지기는 충분한 거리였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 '언제 도착해요.'라며 물었던 아이들도 걷기가 끝난 후 '거리가 너무 짧았던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풍경도 중요하고 거리도 중요하고 기간도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가장 의미있었던 것은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는 것입니다.


낮에는 힘들게 걸어도 숙소에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듯이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의 걱정이 심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이 무아지경에 빠지게 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하며 걷는 여유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국토순례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내년부터는 더 알차고 의미있는 주제를 통해 아이들의 행복한 추억만들기에 함께 하려 합니다.


걷는 다는 것은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함께 걷는 다는 것은 더 신비롭습니다.


혼자서는 힘든 길, 함께 하면 즐거웠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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