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마르크스가 가장 싫어했던 악덕은?

마산 청보리 2016. 5. 8. 07:00

"우리는 지금 그 어느 시대에도 경험하지 못한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느 시대에도 경험하지 못한 결핍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별 생각 없이, 아무 반성이나 성찰 없이 돈만 중시해온 결과다. 철학자 베이컨은 이렇게 말했다. "돈은 최상의 하인이자 최악의 주인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 버릴수록 인간의 가치는 평가절하 된다.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삶은 초라하다. 돈에 매달릴수록 우리는 무능해지고 생각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돈에만 집착하지 않고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 저자 서문 중



'바쁠수록 생각하라.' 


책 제목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촌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 서문을 읽어보며 상당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책 제목이 책내용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아껴가며 읽은 책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남은 부분이 줄어들수록, 아쉬웠던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호건님은 경영학 박사라고 합니다. 그는 학부에서는 공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기업에서는 교육(HRD)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인문학과 철학에 심취해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경영학 박사가 쓴 인문학 책입니다. 하지만 책의 깊이와 내용은 재미있습니다. 


마르틴 부버부터, 알베르 카뮈, 니체, 싯다르타, 하이데거, 스피노자, 마르크스, 도올 김용옥, 칸트 등 시대의 철학자들을 36개의 꼭지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꼭지의 분량도 많지 않아 1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 또한 굵고 짧으며,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던져줍니다. 책도 잘 읽히고 감동도 깊습니다.


책의 중간 중간 소개된 사진들을 보면 모든 사진에 의자가 등장합니다. 이 또한 저자의 숨은 뜻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장소에서는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책은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하며 쉽게 접근합니다. 몇가지 소개하자면,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일까?


이 세상은 살 만한 곳일까?


당신은 지금 실존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누군가를 위해 연기하고 있는가?


베르그송이 말한 '공간의 시간'과 '지속의 시간'이란?


니체가 '신념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라고 말한 까닭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해야 하는가? 카뮈는 '반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뮈는 반항하는 인간이란 '확 돌아서고 돌변하는 자'라고 말했다. 그는 주인의 채찍질에 못 이겨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돌연 몸을 확 돌려 주인과 맞선 것이다.


꼭지 하나하나가 시원했습니다. 질문은 난해한 것도 있었지만 이 책은 친절하게도 풍부한 설명과 예로 쉽게 설명합니다.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세상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의 모든 철학자들이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고백게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철학자는 그의 딸과 고백게임을 했고 이 답은 그의 솔직한 답이었습니다.


1)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덕은? 단순함

2)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싸우는 것

3) 당신이 생각하는 불행이란? 굴복하는 것

4)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악덕은? 노예근성

5)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책에 파 묻히기

6)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경구는?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7) 당신이 갖아 좋아하는 좌우명은? 모든 것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답을 한 사람이 누굴까요?


마르크스 입니다. 


이 글이 나온 꼭지 주제는 니체가 말한 '모든 심오한 존재는 가면 쓰기를 즐긴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가면은 언제까지, 어떻게 쓰고 있어야 할까요? 가면을 벗고 솔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말합니다. 


"자신에게 솔직할수록 내면이 건강하다. 반대로 내면이 건강한 사람만이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솔직할 수 있다.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능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적으로 창피한 일을 했더라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고 반성한다." - 본문 중


가면을 잘 벗으려는 노력 중,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에서는 현대인이 쓸 수 밖에 없는 가면을 이야기하며, 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솔직해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그 예로 마르크스의 고백게임을 소개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읽고 제 자신에게 솔직한 답변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떠오르지 않더군요. 저도 어느 새 가면을 벗는 법을 잊고 사는 것 같더군요. 


이 외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 고통, 고난, 두려움, 행복, 사랑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철학자의 말을 빌어 설명합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삶에서 쾌락을 느끼는가? 만약 이 질문에 "예"라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철학'을 해야 한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은 결국'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지금도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좀처럼 행복을 느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음에도 정신적인 행복감은 느끼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육체적 웰빙보다 정신적인 웰빙이 더 중요해졌다." - 본문 중


분명 오늘 날은 그 어느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사람들 표정이 더 여유로워지고 따뜻해 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느 새 현대인들은 최소한의 의식주가 아니라 더 큰 욕망으로 인해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물욕에 이끌려 살아야 합니까? 도대체 어디까지 소유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요? 


법정스님께서도 '무소유'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물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한줄기 단비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욕망을 선택하고 어떤 욕망을 피해야 할까?" 에피쿠로스는 최소한의 의식주에 만족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는 없더라도 이런 생각을 접하는 것만 해도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생각'이다. 그것도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이다. 그래서 삶의 문제를 깊이 있게 통찰했던 인문대가들, 특히 철학자들의 '깊은 생각'을 모아 담았다."-본문 중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같은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두 이 생각만큼은 동의할 것입니다.


"기억하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 슬픕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면 신이 납니다. 그 차이는 결국 깨달음의 차이, 생각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의 변화를 원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하루에 10분씩만 읽고 생각해도 삶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목은 촌스럽지만 명확한 책,  


'바쁠수록 생각하라.'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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