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 운동회?

마산 청보리 2015. 10. 13. 11:12

지난 10월 3일, 딸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운동회가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오랜 시간 연습했고 "엄마, 아빠 꼭 와줘."라고 부탁도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시고 온 가족이 참여했습니다.(사실 오지마라고 해도 갈 일지요.^^)


유치원마다 운동회를 다양하게 개최합니다. 딸아이의 경우 유치원을 한 번 옮겼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유치원 운동회는 두번 참가한 셈입니다.


기존 유치원의 운동회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단체 체조로 시작하여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즐기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부모님들끼리도 인사하며 함께 즐기는, 온 가족 운동회 같았습니다.


이번 운동회는 형태가 좀 달랐습니다.


날씨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강당에서 개최를 했습니다. 물론 강당의 장점도 있습니다. 엠프를 크게 켜고 외부 사회자의 진행으로 여러 종목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오전에는 아이들 위주의 종목과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연습 한 대로 열심히 잘 했습니다. 부모님들께선 아이들 활동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느라 바빴습니다. 촬영하시는 부모님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강당한쪽에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모여앉아 있더군요. 


제가 보기엔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이들을 부모님들께 보내지 않고 아이들을 앉혀 두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에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운동장에 나와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의 표정과 부모님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보였습니다.


정해진 규칙 없이 정해진 공간 없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생겼습니다.


유치원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부모님들이 주요한 고객입니다. 고객들이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모습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고객들의 입맛만 생각하느라 진정한 교육철학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유치원 과정의 아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단지 어른들이 이해할만한, 좋아할만한 대답을 하지 못할진 모르겠으나 느낌만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분명히 파악하고 인지합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솔직히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정해진 답변을 요구하고 아이들의 대답을,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입은 점차 닫히게 됩니다.


이 유치원의 운동회는 훌륭했습니다.


준비도 많이 하셨고 선생님들의 열정과 노력에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운동회의 중심에는 누가 있었나를 생각해 보면 감동적인 운동회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부모님의 흡족함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시에는 아이들의 행복한 마음이 더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다른 유치원은 어떤가요?


아이들이 주인공인가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나요? 성장을 끌고 있나요?


돕는 것과 끄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성장한 학생과 성장을 강요 받은 아이는 다르게 자랄 것 같습니다.


화창한 날,


왠지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결국 유치원의 이런 운동회는 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일 것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유치원? 아이들이 원하는 유치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랄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먼저 믿고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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