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자그마한 잔치.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47

2005.2.12 

 

오늘 우리 1학년 체험활동 반성및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담임과의 시간.

난 우리반만의 조그마한 잔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각부 부장들과 반장 부반장과 1주 전에 상의를 했고

아이들이 알아서 해보기로..난 지원만 하기로 했다.

어제밤에 문자가 왔다.

'선생님! 내일 잔치합니다.' 반장이었다.

곧이어 새로온 문자.

'선생님! 내일 파티하기로 했습니닥! 부반장이었다.

이놈들이 같이 있구나..오늘 결정했구나.

빨리 좋은 소식을 나에게 알리고 싶어하는구나..

귀여웠다.

한놈씩 답 문자를 보내주었다.

'오! 좋아. 선생님이 기대해도 되겠지?^-^'

'으악! 기대하시면 안되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오늘 학교에 갔다.

아무일도 없었다. 조례때 반장과 부반장이 외출증을 끊어 달란다.

무슨 일이 있다고 한다. 잔치를 위한. 가볍게 끊어주었다.

종이 쳤고 1교시에 평가를 하고

난 여러 정리해야 할 업무로 교무실을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아직 얼굴을 보이지 않는 영이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며 이리 저리 바쁘게 있었다.

11시쯤 되어 .. 교실에 가보았다.

'헉!' 놀랬다. 하지만 이 놈들 앞에선 표정에 신경을 썼다.

'머꼬! 누가 다 치울래!'

칠판이 난리였다. 풍선이며 낙서며 칠판 가득 쓰여진 알수없는

외계 글씨들..ㅡㅡ; 무슨 나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이 35명의

놈이 달라붙어서 쓴것이기에 글씨가 덮치고 덮쳐져서 도저히

알아볼수가 없었다.

즐거운 우리들만의 작은 잔치는 시작되었고..

방학중에 생일이라 생일을 챙겨 먹지 못한 친구들은 나와서

오늘 준비한 초코파이 케익앞에서 함께 노래부르고 불을 함께 껏다.

나머지 친구들도 크게 노래를 부르며 축하해 주었다.

대견했다. 저희들이 알아서 이런 것을 준비하다니..

나도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이 후 이 놈들은 날 배려까지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종례시간 때 말했다.

'선생님은 솔직히 지난 1년간 1학년 8반을 맡으며 속이 상한적이

많았습니다. 화가 난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럴때 선생님도

집에 돌아와 많이 뉘우쳤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을 미워하지

않을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니 여러분을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8반 식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오늘..지금 너무 감동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준비한 오늘의 우리들의 작은 파티...선생님은 지금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에게 또 하나를 배우는 군요.

여러분! 우리 8반을 잊지 맙시다. 이상!!!'

'와~~~~~~~~~~~~~~~!'

하고 이놈들을 집으로 뛰어갔다.

사실 내가 종례를 할때 이놈들은 많이 떠들었다.^-^;;

---

지금은 집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기억하고 있다.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계속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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