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선생님 라면 끓여먹어요.^^

마산 청보리 2015. 6. 9. 14:02

지난 금요일 우리 학교 한 학생의 집에 방문했습니다.


예정된 방문은 아니었습니다. 사천교육지원청에 리더십 강의를 하러 가는 길에 동행했던 학생입니다.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집까지 데려다 주는 길에 배가 고팠습니다.


"다금아(가명), 배 안 고파?"

"조금 고픕니다."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사줄께. 뭐 먹을래?"

"모르겠어요."

"너거 집 근처에 먹을 곳 있나?"

"음, 돈가스 집도 있고, 그런데 술집이 더 많아요."

"뭐? 푸하하하"


집으로 오는 길에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깊은 대화는 아니었습니다. 일상다반사,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진주에 거의 다 온 무렵, 다시 말이 나왔습니다.

"안 되겠다. 샘도 너무 배가 고프네, 샘이 요리해줄께. 너거집에 재료들이 뭐 있노?"

"모르겠어요. 엄마가 요리해 주시는데,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은 지 좀 되어서."

"그래? 그럼 엄마께 직접 전화해 보자."


잠시 후 어머님이랑 통화가 되었고 어머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가시는 김에 우리집 냉장고 안도 많이 정리해 주세요. 그리고 냉장실 앞쪽에 드립커피도 있으니 맘껏 드시구요."


집에 도착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꺼냈습니다. 신 김치도 꺼내서 썰었습니다. 냉동실의 비엔나, 냉장실의 양파와 달걀을 찾았습니다. 대파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아무튼 없는 데로 찾아서 요리 중인데 앗!! 가장 중요한 식재료가 없었습니다. 바로 라면이...


"다금아 XXXX좀 사다줄래? 부탁해"

"네"


잠시 후 다금이가 라면을 사왔고, 면 3개에 스프 2봉지를 넣고 맛있게 끓였습니다.

한참 배가 고파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TV를 틀고 예능프로를 보면서 함께 먹는 라면은 꿀맛이었습니다.



진지하지 않게, 가볍게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가정방문의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다녀온 후 다금이와 조금 더 친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교사가 아이들과 멀어질 수록 아이들은 외롭습니다.


아이들은 땅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데 교사는 공중에 떠서 지도한다면 바른 가르침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 탓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 잘듣는 아이는 누구나 가르칠 수 있습니다.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겁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아이들은 누구에게나 미소지으며, 어른의 마음을 헤아리며, 교과서에 나오는 모범적인 아이들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 것도 어른이어야 하고,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도 어른이어야 합니다.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에게 어른의 바른 잔소리는 먹히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겐 바른 잔소리를 하는 어른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이 날 함께 먹은 음식은 라면이지만 다금이와 저의 추억은 특별했습니다. 아마 다금이는 중학시절 샘과 함께 먹은 라면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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