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대안학교는 도깨비 방망이?

마산 청보리 2015. 1. 28. 07:00

태봉고등학교에서 대안교육 직무연수가 있어 참가했습니다. 매년 관심있게 봐 왔으나 참가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좋으신 분들께서 많이 오시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큰 뜻을 품고 참가했습니다.


꽃피는 학교 전 교장 김희동 선생님께서 첫 문을 여셨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교사 시절에는 '교장만 없으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다할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 학교를 그만 두셨습니다. 대안학교를 세우고 직접 교장이 되신 후는 '교사들이 내 말대로만 움직이면 정말 잘 될텐데.'라고 생각했다고 하셨습니다. 크게 웃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 속에서 큰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결국 좋은 학교는 지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다려주는 것이 교육일까? 끌고 가는 것이 교육일까? 큰 화두를 던져 주셨습니다.

하자센터 작업장 학교장이신 김희옥선생님이십니다. 하자센터의 멈출수 없는 도전과 살아있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시고 귀농하여 '빈집에 깃들다.'라는 책을 내시기도 했던 박계해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연극놀이를 함께 했구요. 정말 신나더군요. 학기초에 우리 아이들과 꼭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으나 삶 자체가 연극이었습니다. 현재 운영하시는 버스 정류장이라는 카페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성미산 학교장이신 박복선 선생님도 오셨구요. 성미산 마을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그리고 세상은 모르는 성미산 마을의 어려움 등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현실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알았구요. 아이들을 깨우는 교육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대안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풀무고의 이어진, 간디고의 이재영, 태봉고의 정다훈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사들의 입장이 아닌 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대안학교 교사들이 들려주는 대안학교 이야기 꼭지도 있었습니다. 태봉고 류주욱 선생님께서 태봉고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왜 태봉고가 아이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이 함께 성장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코 녹녹치 않았습니다. 세상에 저절로 되어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 학교 건물안에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며 부대끼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 생활의 중심에는 대화와 소통이 있었습니다.

원경고의 심영보 선생님께서 원경고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 아이들로 부터 배우는 교사가 되었다고 감사해 하셨습니다.

간디 고등학교의 추진화 선생님께서 오셔서 간디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강의 다음 날 모든 선생님들이 간디고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도 오셔서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정책 방향과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대안교육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이 대단하신 분이셨고, 지금은 업무가 비록 대학정책관이지만 여전히 대안교육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국가에서도 대안 교육을 지원하고 함께하려는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왠지 힘이 났습니다. 각종학교를 설명 시 '꿈키움학교'가 언급되며 꿈키움 학교의 법률적 근거는 '초, 중등 교육법 제 60조 3'이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각종학교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추후 대안 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방향을 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박경화 선생님의 바리스타 작업장 실습, 조정희 선생님의 목공 작업장 실습, 박영훈 교장선생님의 마음공부도 정말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대안학교는 도깨비 방망이?


태봉고에서는 매년 교육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일반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 직무 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태봉고가 공립 대안학교로서 자리를 잡아가며 대안교육의 정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안학교가 도깨비 방망이일까요?


대안학교를 하면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모든 교사들, 모든 학부모들이 만족스러워 할까요?


현재까지의 답은 'No' 였습니다.


공립의 대안 이라는 것만으로 모든 일의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며 대안학교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돌리는 페달을 멈추는 순간, 자전거는 쓰러집니다.


자전거가 멈추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방향을 잘 잡아야 하고(교육철학), 열심히 발로 페달을 돌려야 하며(실천력) 바퀴에도 바람이 충분히 들어 있어야 합니다.(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지)


이것들이 잘 구성되어야 자전거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안학교에 보내면 우리 아이가 행복해 지겠지? 


아이를 먼저 제대로 보셔야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에 적응을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적어도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시면 부모님께서도 많은 참여와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현재 대한민국 대안학교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공동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아이가 아닌 내 아이만을 본다면 대안학교를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마 학교 구성원 모두가 힘들어질 것입니다.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며 우리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공동체 일 것입니다. 


대안학교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어쩌면 도깨비 방망이는 우리들 욕심 속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대안교육, 쉽지 않음은 분명하나 매력적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적어도 대안교육은 아이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치를 중심에 두고, 대화와 소통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무늬만 대안교육은 모두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도깨비 방망이를 찾기 전에, 나의 모습, 아이의 모습을 편견없이, 자만 없이, 제대로 바라보는 노력이 먼저 필요할 것입니다.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아이와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지 않는다면, 대화와 소통이 아닌 지시와 억압만이 존재할 것입니다.


대안교육이란 아이를 온전히 한 인간으로 대할 때 바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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