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힘의 차이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37

2004.11.10 

 

어제 쉬는 시간이었다.

교무실 밖에서 민이와 석이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었다.

둘 다 얼굴이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선생님~~' 작게 부른다.

'어 그래' 하며 나갔다.

'무슨일이니?'

민이가 말한다.

'선생님 규가요. 석이를 저거 집에 강제로 데려 가서요.

막 이것저것 심부름시키고요. 안하면 욕하고 그래요.'

놀랐다.

'석아. 민이 말이 사실이니?'

'네..' 대답을 하면서 석이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보았다.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이 일을 해결해야 겠구나. 민이가 이렇게 석이를 위해

선생님께 함께 와서 말을 해주니 참 고맙구나. 그리고 석이도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말해주어 너무 고맙다. 함께 노력해보자.'

'선생님..' 석이가 부른다.

'응?' '선생님. 규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석이는 혹시 규가 뒤에 또 뭐라고 할까바 두려운거니?'

'네..' '그래 알았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해보자꾸나.'

'네..'

민이와 석이는 교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이놈들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힘들었겠구나..그래도 민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이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사고장면을 목격한...지금의 어머니도 몸이 편찮으신..

아이이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마음 아픈...아이이다.

하지만 이 놈은 워낙 성격이 부드러워 작은 놈들이 뭐라고 해도

다 받아주는 친구다. 아니 말을 못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이는 상당히 밝은 친구다. 친구들을 참 많이 챙겨주는...

교실에선 민이도 챙김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이는

주위의 친구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이다.

석이를 괴롭힌 규라는 친구는...동생은 떨어져 살고있고

어머니와 아버지랑 함께 사는데 .. 부모님도 너무 바쁘셔서

규에게 제대로 신경을 못 쓰시는..

학교에선 거의 잠을 자고 정상적인 학업이 잘 안되는..

미성취학생이다..

규의 아버지께서는 규에게 함부로 욕을 하시며 아이를 지도하시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가정에 살고 있는 친구다.

외로움이 많은...친구다.

---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석이의 두려워하는 마음..이해가 되었다. 선생님에게 일러

바쳤다고 하며 규가 나중에 더한 해꼬지를 할주도 모를 상황이었다.

규의 강제로 석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마음 또한 이해가 되었다.

정말 외로운 모양이구나....정말 심심한 모양이구나...

그리고 민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

다음 시간. 석이를 찾아갔다.

'석아 선생님 생각에는 이 일을 우리 셋이 모여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떨까 싶다. 즉 널 괴롭히는 규와 너. 그리고 선생님이

함께 앉아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거야. 단 선생님도 석이가 일러

바치지 않은것처럼 얘기할께. 어때?'

'네..' '그럼 오늘 마치고 보자.' 네..'

석이는 보통 힘이 없다.

---

종례후 말했다. '규와 석이는 선생님좀 보고 갑시다.'

영문을 아는 석이는 조용히 나왔고 영문을 모르는 규는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나왔다.

조용한 장소로 가서 앉았다.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규와 석이를 부른 이유는 선생님이 어떤 말을 들었기

때문이예요. 규가 석이를 집에 데려가서 석이를 힘들게 한다는

말을 오늘 들었어요. 해서 이 일이 사실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부른거예요.'

규가 먼저 말했다.

'아닌데요. 석이랑 함께 놀러간 건데요.'

'함께라면 석이도 원했다는 말인데.. 그렇습니까? 석이는 어때요?'

'아닌데요..' 이때 규의 눈빛이 돌아가는 것을 봤다.

뭔가 석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규와 석이는 오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규와 석이를

뭐라고 할라고 부른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고민하자고 부른거예요.'

'규는 어때요. 석이는 원해서 갔던 것이 아니었다고 그러는데..'

'아닙니다. 석이도 간다고 해서 갔었습니다.' '몇번정도 갔었죠?'

'3~4번 정도 갔습니다.' '그럼 그때마다 석이가 원해서 갔던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석이는 어때요? 모두 원해서 갔습니까?'

'아닌데요..''그럼?' ' 학원간다고 안간다고 하면 막 욕하고 죽을래

하면서 그랬습니다.' '그럼 선생님이 보기엔 석이가 원해서만 갔다고

보기엔 힘든것 같은데..규는 어때요? 석이말을 들으니 어때요?'

'그 때 한 말들은 장난이었는데요.' '석이는 어때요. 규가

장난이었다고 하는데.. 장난으로 느껴졌나요?' '아니요..

무서웠습니다.' '무서웠단 말이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규는 어때요. 석이는 무서웠다고 하는데..선생님 생각엔 규의

생각이 어떠했던 석이는 공포심을 느껴서 억지로 간것 같기도 한데..'

'장난이었는데요..' 말끝이 흐렸다.

'규의 마음 이해합니다. 장난으로. 하지만 당사자인 석이가 무서움을

느꼈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럼 석이는 무섭다는 것을 규에게 말을 한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무서운데도 말을 못한 이유가 있을까요?'

'무서웠어요..말하면 때릴까바 무서웠어요.' '규가 상당히 무서웠

던 모양이네요. 규가 어떻게 했길래 석이가 이렇게 무서움을

느낄까요? 선생님한테 말 해줄수 있겠어요?' '10초안에 물 갖고

온나구 하구요. 시간을 재구요. 안가져오면 때린다고 막 욕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막 일이 있어서 못간다고 해도 강제로 욕하면서

데리고 가고 그랬어요..'

'그랬군요..규의 생각은 어때요. 석이는 규가 강제로 그래서

싫었지만 무서워서 말을 못했다고 하는데..규의 생각은 어때요?'

'장난이었는데요..' '그럼 규가 석이를 강제로 집에 데려간 적은

있습니까?' '네..' '그리고 집에가서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나요?

'네..하지만 장난이었는데요..'

'규의 말도 알겠어요. 그럼 규는 석이가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었

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몰랐어요. 한번도 싫다고

한적이 없었어요.' '규가 들은 것 처럼 석이가 무서워서 말을

못했다고 하는데..이 말을 들으니 어때요?' '미안해요..'

'석이가 말을 안한것과 못한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보기엔 석이는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 같은데..규는

어때요?'

'그런 것 같아요..' '규는 석이가 친구로써 너무 미워서 그랬나요?'

'아니요..몰랐어요..''석이는 어때요. 규는 석이가 말을 안해서

모르고 그랬다는데.. 이해가 되나요?' '네..'

'선생님은 지금 규와 석이를 나무랠려고 대화하는게 아니예요.

둘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얘기하는 거예요. 석이 지금 느낌은

어때요?' '규가 앞으로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안그랬으면 좋겠다니? 뭘요?' '강제로 심부름 시키고 강제로

집에 안데리고 갔으면 좋겠어요.' '규는 석이의 말을 들으니 어때요?'

'알겠어요..' '규가 석이를 집으로 계속 데리고 간 이유가 있나요?'

'그냥요..''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어때요?' '심심해요..심심해서요..'

'그랬군요.'

'선생님이 보기엔 규가 집에 계속 혼자니까 심심해서 석이와 함께

갔던것이고 이 부분에서 규가 강제로 가자하니깐 석이가 힘들었

던 것이고 집에 가서도 규가 강제로 석이한테 심부름을 시키니깐

석이가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그리고 석이는 싫다는 내색을 한적이

없고. 규는 그래서 석이가 싫어서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은데..

어때요?''그래요..'

'이젠 서로에 생각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은데..규는 어때요?'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죠?' '강제로 한게 미안해요..'

'석이가 이렇기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석이는 어때요. 규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화가 풀리나요?'

'아니요.' '규한테 뭐 바라는게 있나요?' '강제로 안 데리고 가고

욕안했으면 좋겠어요.' '규는 어때요. 석이가 바라는데..'

'안그럴께요.'

'선생님은 지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규와 석이가 이렇게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일의 내용은 서로에 대한 오해였던 것 같네요.

하지만 이 오해를 이렇게 잘 푸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도 많이

배웠습니다. 규와 석이는 이제 서로 무엇을 원하는 지를..무엇을

싫어하는 지를 알게 되었어요. 내일부턴 더 나은 관계로 지낼수

있을까요?' '네..' '시간이 많이 지났군요. 그럼 집에 가고

내일 보도록 합시다.' '네..'

아이들은 집에 갔다. 신발을 4층 교실에 두고 와서 둘다

4층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고 나도 돌아섰다.

올라갈때 규의 손이 석이의 어깨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

오늘 아침.. 석이에게 물어 보았다.

'혹시 어제 무슨 일있었니?' '아니요.' '규가 뭐라고 하던?'

'자기집에 놀러가지 않을래? 라고 물었어요.' '그래서 석이는?'

'학원가야한다고 못간다고 그랬어요.' '솔직한 말을 했구나.

그러니까?' '알았다고 했어요.' '어때 어제 대화 후 규가 좀

나아진 것 같니?' '네..규가 강제로 하지 않아요. 제 말을 들어줘

요' '다행이구나. 어제 대화가 석이에게 도움이 된것 같니?'

'네.' '다행이네요.'

---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좋았다.

대화의 방법이 중요함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번의 대화가

변화를 가져올 진 몰랐다.

대화에 진실되게 참여한 규와 석이가 멋졌다. 그리고 친구의

생각을 서로 이해한 규와 석인 너무나 대단했다.

-----

집에 올때 비가 왔다.

한손엔 우산을 .. 한손엔 자전거를 끌고 오는데 보통때면

비가 오면 짜증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좋은 모습이 .. 나에게도 영향을 미침이 분명하다.

이 놈들이 자라고 있다. 그것도 우리 교실에서..

참 멋진 하루였다.^-^

반응형

'교단일기&교육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교실에선.  (0) 2014.01.25
장기자랑.  (0) 2014.01.25
학급회의.  (0) 2014.01.25
75주년 학생의 날  (0) 2014.01.25
교원정보화 시험.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