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학급회의.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32

2004.11.05

 

수업을 모두 마치고 종례를 하러 교실로 갔다.

4층에 도착하여 교실쪽으로 확~몸을 트는데! 헉!!

홍이가 골마루에 엎드려 울고 있는 것이다.

한 손은 허리에 갖다둔채..

헉! 이 친구는 꼬리뼈가 심하게 좋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난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이 일이 심각한 일이라고 느꼈다.

우선은 교실로 홍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홍이는 여전히 울면서 자리에 앉아 엎드려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선생님은 지금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홍이가 이렇게

골마루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우리 친구들의 무관심함에

놀랬습니다. 그리고 오늘 뿐만이 아니라 선생님은 그 전에도

홍이가 우리반에서 좀 힘들게 생활하고 있음을 느낀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선생님이 오해를 하고 있는 건가요?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지금 여러분들을 나무랠려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잠시 후..

한 친구가 입을 열었다.

'홍이가 엎드려 있으면 아이들이 막 머라고 해요.'

'수업시간에 홍이가 질문하거나 대답하면 막 야유 보내요.'

'홍리를 때리고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어요.'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물었다.

'음..선생님이 들어보니 우리반에서 홍이는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어떻습니까?'

'홍이가 그렇게 행동을 해요.'

'수업시간에 이상한 말만 해요.'

'다 아는 얘기를 해서 짜증나요.'

홍이탓으로 돌리는 많은 얘기가 나왔다.

'네 그렇군요. 그럼 결국 홍이의 잘못이 커다는 말인데..

홍이의 말이 듣고 싶습니다. 홍아. 홍이는 친구들의 이런 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몰라서 물어봤는데요..'

'아니예요. 홍이는 사회시간에는 잘해요. 근데 과학이나 기가시간

에는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해요.'

'여러분. 선생님은 홍이를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여러분에게 말을 할

것이 있습니다. 홍이는 사회를 좋아합니다. 그것은 여러분도

잘 알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네..'

'그래요. 좋아하는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다를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홍기는 어때요?'

'네..전 사회가 좋아요. 하지만 다른 과목은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또 우~~~하는 야유가 들린다.

'니 다 알면서 물어보는 거잖아. 뻔한 얘기를 하잖아.'

'선생님. 전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기들이 안다고 홍이가 하는 질문은 알고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홍이를 무시합니다.' 상호가 말했다.

'선생님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상호가 이렇게 홍이의

입장을 생각해서 말을 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네요. 여러분

선생님이 보기에도 홍이는 일부러 그렇게 한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홍이는 장난치고 나도 말건면 다시 재밌게 놀아요. 화장지

도 잘 빌려줘요.'

'아닙니다. 아이들이 홍이로부터 화장지를 강제로 뺏습니다.'

우리반에 유일하게 화장지를 들고 다니는 친구가 홍이다.ㅡㅡ;

'그래요? 뺏는 건가요? 아님 자발적으로 빌려주는건가요? 홍이는

어때요?'

'빌려줄때도 있고 뺏길때도 있습니다.'

'그럼 홍이는 아이들이 홍이에게 야유를 보내고 괴롭힐때 어떤

기분이 듭니까?'

'기분 더러워요.'

'그런데 시간 지나면 다시 그 친구와 잘 놀잖아요. 그건 어떻게

된거죠?'

'뭐 .. 그땐 힘들고 짜증나지만 시간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와~~~하고 아이들이 웃는다.

'여러분 .. 선생님 생각에는 홍이가 성격이 유~해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리고 이런 홍이의 유~한 성격을

몇 친구가 악용하는 것 같아 상당히 마음이 아픕니다.'

'홍이는 때리면 바로 반응해서 재미있어요.'

'여러분의 말도 맞습니다. 여러 이유로 홍이가 그렇겠지만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홍이가 만만해서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홍이도 부정적 생각을 가지겠지만

여러분들 또한 친구에 대한 약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질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이 보기엔 우리반의 문제 같은데..

어떻습니까?'

'네. 문제예요.'

조용하다.

'여러분 다시한번 말하지만 선생님은 여러분을 뭐라고 할려고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같이 고민하자는 겁니다. 그럼

이일을 어떻게 해결하죠?

'하루에 한가지씩 홍이한테 잘해주기!''홍이한테 봉사하기!'

'홍이가 원하는 것 해주기.'.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너무 많네요. 하지만 참 기발하고 좋은 생각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친구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말 흐뭇하네요.

홍이의 생각도 들어봤음 합니다. 홍이는 어때요. 친구들에게

원하는게 있나요?'

'네..'

'뭐죠?'

'가만히 있는데 때리고 도망안 갔으면 좋겠어요.'

너무나도 순수한 대답이었다.

'여러분. 홍이는 이러한 것을 원합니다. 우리가 함께 할수 있을까요?'

'네~~~'

'선생님은 지금 너무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반의 자발적인

회의에 여러분들이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함께 말하고 친구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습니다. 오랜시간 수고 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부터는 모두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와~~~하는 소리와 아이들은 집으로 갔다.

난 홍이를 불렀다. 개인적으로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훈이와 상호가 같이 오는 것이었다.

이 친구들은 홍이가 칠판청소를 담당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물었더니 칠판청소로

인해 아이들이 홍이에게 더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낙서하고

더럽다고 뭐라하고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훈이와 상호는 홍이랑 많이 친하지 않잖아? 그런데 이렇게

홍이에 대해 말을 하니 선생님이 궁금하구나.'

'홍이가 안돼서요. 홍이랑 초등학교 동창이라서요.'

두가지 대답이 나왔다.

'학벌이냐? 하하. 선생님은 훈이와 상호가 이렇게 친구를 배려해서

선생님에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너무나도 너희들이 대견스럽구나.

홍이넌 행복한 줄 알아라 임마. 이놈이 뭐가 이뿌다고~'

꿀밤을 콩~때렸다.

웃으면서 머리를 피하는 홍이와 옆에서 웃는 훈이와 상호를 보았다.

----

왕따는 아니었다. 한 친구가 지속적으로 반 친구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무시당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모든 친구가 그렇지 않았다.

어찌보면 집단행동의 피해자였다. 개개인으로 만나면 장난치고

재밌게 노는 친구들이지만 집단과 홍이로 대결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름대로 행복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결론을 보았다.

우리아이들...

한없이 어린줄 알았는데 .. 오늘 보니 너무나도 성숙한 멋진

놈들이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이놈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놈들한테 배워야 할것이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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