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아이들이 외치고 있다. '나도 잘하고 싶다구!!'

마산 청보리 2014. 3. 15. 00:00

2013년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

특별한 날이었다. 이미 아이들은 새로운 만남에 설레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나도 잘하고 싶다구>라는 책을 끼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이 책의 저자 이지은 작가님이 학교에 오셔서 아이들에게 진로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 나도 잘하고 싶다구! 이지은 작가는 청소년 학습코칭 상담가시며 청소년의 고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관련 주제로 활발한 저술 활동과 강연등을 펼치고 계신다.
ⓒ 김용만

이 행사는 마산도서관에서 2013년에 추진 중인 '진로교육 특강, 내일을 job아라'는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다. 마산도서관에서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진로 교육을 위해 10월부터 창원시 중고교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선정된 12개 학교에 해당 주제의 도서를 30권 보내주어 학생들에게 사전 독서를 지도한 후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책에 관심이 많고 진로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더도 없이 소중한 기회다. 합포고는 이 12개 학교 중 하나에 선정되어 올해에 2번째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지은 작가님의 <나도 잘하고 싶다구>라는 책을 미리 읽은 후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되었고 작가님께서 등장하셨다. 아이들의 열띤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 강의 중인 이지은 작가 강의를 듣고 참여하는 아이들의 관심도가 상당했다.
ⓒ 김용만

"반갑습니다. 여러분. 합포고 학생들과 이런 만나게 되어 선생님도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시간이 청소년기 때의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과 걱정스러움, 진로에 대한 많은 의문점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우선 100명의 학생에게는 100개의 공부법이 있습니다. 황석영 선생님께서 쓰신 <개밥바라기별>에 보면 '성인이 되는 길은 마치 독립운동처럼 험난하고 외롭다'라고 청소년기의 외로움을 지적하고 있고, 현기영 선생님께서 쓰신 <똥깅이>에도 청소년기에 다양한 고민과 현상에 대해 의미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께서는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줄 압니다. 꿈을 찾는 과정이 어렵고 그 꿈은 매일 바뀌죠.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성적이 좋아야 되는 것 아닌가 하며 허무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진로에 대해 잘못된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 오늘 선생님과 자유롭게 이야기 했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집중했고 이지은 작가께서는 준비해 오신 PPT를 넘기시며 강의를 시작하셨다.

"여러분 시기에는 직업 선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사실 이 시기에 해야 할 고민은 직업 선정이 아닙니다. 직업 선정은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것이지 청소년기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치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청소년기에는 이 고민을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의 공통점을 보면 내 꿈이 뭔지 잘 모르고,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방법을 모르며 꿈과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자기 비하와 부모님과의 관계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모님과의 관계 갈등인데 부모님을 원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설령 부모님께서 모두 잘못 하셨더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사실 부모님과의 갈등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중 가장 쉬운 싸움입니다. 결국 부모님은 내 편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탓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꿈을 위해선 자신의 성공을 정의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즉 나의 성공을 문장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잘 나가는 직업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목메 달지만 여기 모인 60명의 성공모습은 60명 모두가 다 달라야 합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십시오. 나는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

많은 아이들이 필기를 하며 집중했고 선생님의 강의는 계속 이어졌다.


▲ 경청 중인 아이들 이날 강의를 듣기 위해 1, 2학년 6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 김용만

"여러분,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성공이란 '나로 인해 세상이 이로워지는 것'입니다. 나를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바로 성공입니다. 그리고 이 성공을 위한 진로 설계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나 자신의 가치를 발견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흥미와 소질을 알아야 합니다. 흥미와 소질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관련된 멋진 말을 소개합니다.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변수는 선천적 재능이나 후천적인 양육환경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일 즉 '하고 싶은 일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벤자민 블름-

자신의 흥미와 소질을 모르겠다구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잘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세세하게 적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흥미와 소질을 발견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직업을 탐색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구요?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하고 많은 방법과 노력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시기에 필요한 것은 직업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들 감정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내 일상이 주는 지혜로움이 훨씬 중요합니다. 내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의 욕구에 충실하고 내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가치를 끊임없이 탐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의 후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이지은 작가
ⓒ 김용만

이지은 작가의 강의는 끝이 났고 아이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그 후 Q&A시간을 가지면 학생들의 궁금함을 일일이 대답해 주셨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는 계속 되었다. 선생님만의 학습법도 공개하셨으며 아이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응했다.

-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청소년들의 고민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혼자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라는 것, 어른들도 이 시기에 모두 했던 고민이라는 공감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 고민하는 청소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그 고민 속에 너무 빠져 힘들어 하지 말고 '내가 힘들어 하고 있구나.'라고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지 말구요. 울고 싶을 땐? 우세요. 너무 힘들 땐? 자세요. 안정을 위해, 힘들다는 것은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감정이 좀 더 부풀어 졌을 뿐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성적이 낮은데 올릴 수 있을까요?
"당연합니다. 단지 학습하는데 방법이 필요합니다. 예습과 복습은 당연하구요. 적어도 50분 수업을 들은 후 그 시간에 배운 내용만큼은 그 내용을 수업하신 선생님과 동일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그만큼 잘 듣고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집중력은 10여분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공부를 할 때도 10분하고 쉬고 다시 10분하고 쉬는 형태로 관리하셔야 합니다."

- 저는 꿈과 미래가 너무 불확실해서 너무 불안합니다. 어쩌죠?
"당연합니다. 선생님도 선생님의 미래가 불확실합니다. 누구나 불확실합니다.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 영어공부가 너무 어려워요. 어떻하죠?
"본 마음은 영어가 귀찮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외워야 하잖아요. 그런 막막함이 있을 것입니다. 암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외우지 마시고 영어로 된 문장을 많이 읽어보세요. 모르는 단어는 뜻을 적구요. 계속 보다 보면 저절로 외워질 겁니다."

- 마지막으로 청소년기를 지난 어른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른들도 자신의 사춘기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을 돌이켜 보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반항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요? 돈 때문에? 어른들이 마냥 싫어서? 아닙니다. 감정의 흔들림 때문입니다. 감정을 다루는 것이 서툴고 거칠어서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런 감정, 정서를 보지 않고 행동만 보기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고 이해하면 잘 해결 될 것입니다."

이지은 선생님의 강의는 끝이 났다. 교사로서 참 많은 울림이 있었다.

'성공은 나로 인해 세상이 이로워 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행동만 보지 말고 그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직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많은 부모님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가 공무원이다.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공무원이 되진 않습니다. 가치 있는 공무원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나의 직업은 '공무원'이 아니라 '행복한 공무원', '약한 국민의 말을 먼저 듣는 공무원', '내가 먼저 행복한 공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이로워 집니다."

저자와의 만남이라고 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강의가 끝난 후 바뀐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이게 바로 진로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 나에게 순종하는 아이들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반항하는 아이들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뭐라고 해도 가장 잘하고 싶어 하는 자는 바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이들은 소리치고 있다. '나도 잘하고 싶다구요!!' 이 들리지 않는 외침을 듣고 '아빠도 그랬단다. 엄마도 그랬단다. 선생님도 그랬단다. 니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지길 바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이 흔들리며 자랐던가.

"안녕히 가세요!"라며 반갑게 인사하며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새삼 이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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