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겨울보충.

마산 청보리 2014. 1. 25. 17:38

2012.1.12 

 

올해 방학에도 어김없이 보충수업은 시작되었다.

 

매년 하는 것이지만 참 힘들다. 

 

보충수업은 시작되었고 우리반의 몇몇 학생이 무단결석을

 

하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나는 어제 한 친구 집에 급습했다. 집에 가보니 아이는

 

머리를 감고 있었다. 머리를 감는 동안 난 기다렸다.

 

'규야 어서 머리 감고 나와라.'

 

그 동안 난 부엌을 둘러봤다. 가스렌지 위에 있는 국들과 싱크대,

 

냉장고 등을 살폈다.

 

놀랍게도 냉장고는 냉장실 문이 안 닫혀있었다. 물론 닫느라고

 

닫았는데 빼꼼 열려있는 형태였다. 안을 보니 수납이 복잡했다.

 

규가 머리를 감는 동안 난 냉장고 정리를 했다.ㅡㅡ;;

 

해서 결국 냉장고 문을 닫는데 성공했다. 규가 머리를 감고 나오자

 

난 규에게 말했다.

 

'규야 니는 지금 엄마랑 니랑 보내는 시간이 많잖아.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거야. 앞으로 주의깊게 살피도록 해라.'

 

'네 선생님'

 

교복을 입히고 차에 탔다. 차에 타고 학교에 오면서 규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규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참 힘들어 보였다. 형은 규에게

 

욕을 하며 못살게 굴고...어머니께서도 규의 편이라기 보다는

 

형의 편 같고...아버지는 일주일에 한번씩 오시기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기 힘들고...규의 유일한 행복은 친구집가서 노는 것이었다.

 

규에게 말했다.

 

'규야...참 외롭겠구나...'

 

규의 순간 고개를 돌렸다.

 

흐느끼는 것이 느껴졌다.

 

'많이 힘들었지...'

 

'규야 아침은 먹었냐?'

 

'원래 안먹습니다.'

 

'마 니가 학교라도 나와야 친구들과 소통하며 햇빛을 볼 꺼 아이가.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의 생동감을 위해서라도 학교와서

 

우리반 애들 보고 놀아라. 요즘 틱톡에서 대세는 니던데?'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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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학교에 안나오는 진이를 찾으러 찜질방에 갔다.

 

그 곳에서 다른 친구들과 엉켜 자고 있는 진이를 만났다.

 

간신히 깨워서 학교에 데리고 왔다.

 

오는 내내 이 자식은 삐뚤하게 '학교 안 갈겁니다. 아버지가 저

 

하고 싶은 데로 하시라고 하셨습니다.' 라며 삐딱하게 말했다.

 

순간 화도 많이 났다.

 

하지만 이 순간 내가 화를 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학교와서 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샘이 화가 났고 니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썩 훌륭하지는 않다고...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진이는 사과를 했고 우리들의 대화는 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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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의 집도 진이가 그렇게 지지를 받는 상황이 아니다.

 

할머니, 삼촌과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거의 한달에 한번씩

 

집에 오신다. 즉 가족들이 원활한 소통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

 

생업이 바쁘셔서 아들들이 커 가는 것을 곁에서 보시며 격려하시는

 

상황이 아니었다.

 

규도 마찬가지다...

 

--------------

 

아이들은 격려와 지지를 받으며 자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용돈과 자유가 아니라 가정에서의

 

구속이 아닌 지지와 닥달이 아닌 칭찬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성적만 가지고 쪼으는 것은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은 다 긍정적 면이 많다. 이러한 아이들의 기를 살리는

 

것도..기를 죽이는 것도..어찌보면 어른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지친 아이들을 보며 난 힘을 주고 싶다.

 

긍정의 힘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싶은 난 꿈이 있는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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