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교육과정을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짜는 경남꿈키움중학교

마산 청보리 2018. 2. 17. 09:50

경남꿈키움중학교에 대해 자주 글을 씁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이기도 하고, 좋은 사례는 퍼트리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경남꿈키움중학교만의 교육과정 짜는 법입니다.


아마 모든 학교들이 매학년말 설문조사의 형태로 그 해의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다음 해 교육과정의 개선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 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일반 학교의 교육과정은 시범학교나 연구학교 같은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날짜, 요일만 변경된 상태로 이전 해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교육과정을 새로 짠다는 개념보다 그 해의 일수에 맞춰서 숫자만 변경하는 형태였습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짜는 데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뿐 아니라 해당 학교의 일반 교사들도 교육과정 짜는 데 관여를 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교무부에서 교무부장을 중심으로 짜여지며 교감, 교장의 허락까지 득하는 구조입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를 위한 특별한 배려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즉 교육과정을 짜는 것은 특별한 권력일 수도 있습니다. 2018년, 지금 일반 학교는 달라졌는지도 모릅니다. 제 말은 5년 전 쯤, 제가 근무했던 일반학교의 경우를 예로 든 것입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법정수업일수만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학교의 교육철학, 교수학습방법, 학부모님들의 참여, 학기 전체 계획 등 학교 교육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어찌보면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 전문가들이 짜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이 짜야 한다는 것은, 교육과정을 짜는 시간, 즉 효율성만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교육과정은 효율성을 위해 짜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교육 방향을 세우는 것이기에 효율성보다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최대한 만족하고, 합의 가능한 형태로 짜 져야 합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없습니다. 허나 교육 3주체(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의 최소한의 참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경남꿈키움중학교의 교육과정 협의회는 의미가 있습니다.

매년 겨울방학 때 쯤이면 경남꿈키움중학교(이하 꿈중)에서는 교육과정 협의회를 합니다. 올해는 '교육과정 TF팀 회의'라는 이름으로 1차 2018. 1월 4일 오전 10시, 2차 2월 6일 오전 10시에 꿈중 에서 이뤄졌습니다.


두개의 분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육과정분과와 학생생활분과였습니다. 교육과정분과는 학교 교육과정에 관한 것으로 교무부가 중심이 됩니다. 학생생활분과는 인성부가 중심이 되며 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기숙사 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보통 그 해의 아쉬운 점, 잘못된 점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참여합니다.(강제는 아닙니다.) 

1차 협의회의 사진입니다. 학생생활 분과입니다. 2017학년도 생활지도에 관한 반성과 앞으로의 대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차 협의회 사진입니다. 이 때는 모든 분과가 같이 앉아 1차 때 이야기 나온 것에 대한 답변과 결정사항이 필요한 경우는 거수를 통해 결정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 분이나 반론이 있는 경우는 자리에서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 자유로이 질의 응답했습니다. 이 곳에서 결정된 사항은 교무부에서 적극 수렴하여 학운위로 올리게 됩니다.

보시다시피 학생, 부모님,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2019년 교과목 변경에 대한 안건도 다루었습니다. 교과변동의 경우 이 자리에서 결정된 사항은 2018년에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2019년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건이었습니다. 해당 과목 선생님께서 과목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하셨고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질문, 그것에 대한 답변,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의 거수를 통해 안건이 다뤄졌습니다.


교육과정을 짜는 데 학부모와 학생들, 일반 교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어찌보면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학교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인데, 방학 기간, 게다가 평일에 학교로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살림에 대해 내 일이 아닌 듯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구하고 더 나은 것이 있으면 제시하며 공동의 지성을 통해 하나씩 이뤄 나가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부모님들이 더 많이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평일에 진행하다보니 일하시는 분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8학년 부터는 부모님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요일 변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꿈중의 교육과정 협의회는 정말 대단한 시도이고 훌륭한 전통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교장 한 분의 독단에 의해 학교가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학교가 운영되는 것이 그나마 더 민주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민주적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교사들이 민주적인 회의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낸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교권은 아이들로부터 지켜내야 할 교사들의 권리가 아니라 교장으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교사들의 교육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꿈중은 교장샘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민주적인 장치가 있습니다.


교육과정 협의회도 그 중 하나이고, 또 하나의 장치는 민주적인 교사회의 입니다.


꿈중은 매주 월요일 아침, 전체 교사회의를 합니다. 회의의 시작은 1학년 1반 담임 선생님부터 시작합니다. 전 주 그 반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 중 안 좋은 아이는 누구인지, 그 아이는 지금 어떤 상황이며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겠는지에 대해 전체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눕니다. 1학년 1반 담임샘을 시작으로 3학년 3반 담임샘까지, 학생들 스캔을 먼저 합니다.


그 후 부서별로 전달사항을 발표합니다.


학교의 중요한 의결사항이 있으면 교사회의에서 다룹니다. 이곳에서 결정된 사항은 아무리 교장샘이라도 함부로 바꾸지 못합니다. 즉 함께 결정한 사항이기에 책임도 함께 집니다.


교장샘이나 특정 샘들이 바뀜으로서 학교문화가 확 바뀌는 경우를 여러번 봐 왔습니다. 좋은 변화면 문제 없겠지만 이해하기 힘든 변화를 많아 봐 왔습니다. 해서 꿈중에서는 특정인의 독단을 막기 위해 교사회의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어떤 학교는 교장실에 가면 역대 교장샘의 사진이나 성함이 새겨져 있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교장샘입니까? 훌륭한 교장샘이 훌륭한 학생을 보장합니까? 대한민국의 교장샘들은 대부분 훌륭하십니까? 그 분들은 훌륭한 교육자라서 승진을 합니까? 대한민국의 교장승진제도는 민주적이고 좋은 교육자를 선별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까? 


저는 위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하기 힘듭니다. 안타깝게도 제 경험상 그랬습니다.


해서, 교장샘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시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하기에 꿈중에서는 교사회의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물론 교사회의는 일반학교의, 업무 전달과 교장샘의 개인적인 훈화말만 가득한 교무회의에 비하면 회의의 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기본 2시간을 훌쩍 넘기니까요.


하지만 교사회의를 통해 샘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며,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교사회의 중 샘들끼리 의견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는 좋은 사례가 되기도 합니다.


말이 잠시 샛는데요. ㅎ.


결론은! 교사들이 완벽하지 않기에, 그것을 인정하고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협의하는 경남꿈중의 사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는 꿈중이 대안학교이고 특별한 학교라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만족하고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뤄진 결과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누구나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의 주인을 학생이라고 대하는 학교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선생이 있고 좋은 학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있기에 선생이 존재합니다.


교사는 갑이 아닙니다. 학생과 학부모도 갑이 아닙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모두 대등한, 협력적인 관계여야 합니다.


그 시작은 모여서 함께 이야기할 때 가능합니다.


경남꿈중의 이런 노력은 그래서 더 의미있습니다.


꿈중의 2018학년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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