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선생님, SEX와 Gender은 뭐가 달라요?"

마산 청보리 2018. 1. 15. 07:00

'나의 첫 젠더 수업'을 읽었습니다. 김고연주님께서 쓰신 책입니다. 김고연주님은 부모님의 성을 같이 사용하십니다. 현 서울시 젠더자문관이시고 청소년에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논문을 바탕으로 <길을 묻는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아들, 조금 다른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청소년의 삶과 고민에 관심이 많아 <우리 엄마는 왜?>,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21세기 청소년 인문학>등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를 활발히 집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우연히 만났으나 읽는 순간,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부터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씌인 책입니다.


인생은 흔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들 해요...나를 찾는 여행에서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 이 여행을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 곧 혼자서는 결코 내가 누구인지를 찾을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수없이 많은 동행과 함께해요. 순간적이든, 지속적이든, 간헐적이든 수많은 만남이 나의 여행을 만들고,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려줍니다. 


둘째,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엥. 나의 정체성은 여러 개이고, 또 고정되어 있지도 않아요. 여러분은 여자/남자이기도 하고, 딸/아들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하고, 십 대이기도 하고, 한국인이도 하지요. 상황에 따라 이 다양한 정체성의 합이 나이기도 하고, 또는 각각의 정체성이 나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5페이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신 책이라 문체가 다정합니다. 저는 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해서 그런지 잘 읽힙니다.


차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여자와 남자는 얼마나 다를까?

2. 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3. 사랑은 언제나 낭만적일까?

4. 모성은 위대하다. 우리 엄마만 빼고?

5. 누가, 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6. 우리 가족은 팀워크가 필요해

7. 혐오의 말은 그만, 모두가 나답게


이 책은 여성들만 편드는 책이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귀한 모습에 대해 조용히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저는 성인이지만 청소년 서적을 읽고 감동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러했습니다.


성인들은 성인 책을 읽어야만 감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밤에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며, 제가 오히려 감동을 받은 적도 여러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 읽기를 아이들에게 과제로 내었습니다. 물론, 수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 이 책을 읽어오는 아이들에게는 저의 취미생활로 뽑은 인형을 주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진 인증샷이 올라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중학생들이 젠더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묻더군요. 

"선생님, 젠더와 섹스는 뭐가 달라요? 같은 거예요?"


SEX와 Gender은 한글로는 '성'이라고 번역 가능하지만 뜻은 약간 다릅니다. SEX는 육체적, 생물학적 성을 말하는 것이고 Gender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자는 남자일, 여자는 여자일로 구분하는 성을 뜻합니다. 즉 아빠는 바깥일,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존재라고 하면 이것은 SEX 가 아니라 젠더의 구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자일, 여자일로 구분하는 것이, 또 다른 차별일 수 있고 이것은 불합리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여성은 감성적이고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에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지, 사회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집에서 요리는 엄마들이 많이 하시지만 TV에 나오는 유명한 요리사들은 남성들이 많은 것도 의아한 부분입니다. 즉 가족들에게 하는 요리인 집안일은 여자, 바깥에서 하는 요리인 직업으로서의 요리사는 남자라는 인식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참정권을 부여한 유럽의 첫 나라는 핀란드 대공국이었습니다. 1906년 여성들에게 참정권(선거권)이 부여됩니다. 인권에 가장 민감하다는 유럽에서조차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이제 100년이 좀 지났습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불합리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여성들은 감성적이기에 정치를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회사의 CEO는 남성들만 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전문적인 일은 남성들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 준 책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읽었고 학생들에게 권했지만 사실 다른 어른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입니다. 자녀분들과 읽어보시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의 첫 젠더 수업, '나'를 찾고 싶은 모든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우리는 남성, 여성이기 이전에 '나'입니다.

나의 첫 젠더 수업 - 10점
김고연주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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